그리움을 품고 살았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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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품고 살았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꽃 ⓒ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도립무용단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재조명한 창작무용극 <황녀, 이덕혜>를 11월 13일(금)과 14일(토)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 올린다.
1920년대 아직 일본의 손길이 닿지 않은 유일한 왕족으로 조선 민중에게 희망적인 존재였던 덕혜. 이를 경계한 일본은 그녀에게 기모노를 입혔고, 아버지를 독살한 나라에서 차디찬 10대 시절을 보내게 했다.
연이은 어머니의 죽음, 원하지 않은 정략결혼, 10년 이상의 정신병원 감금생활, 딸의 자살 그리고 조국과 일본의 외면을 오롯이 감당해야만 했던 그녀의 비극적 삶이 도립무용단의 깊은 호흡이 담긴 발 디딤과 처연한 손끝으로 다시 쓰인다.
춤이야말로 인간의 내면에 가장 잘 닿을 수 있는 장르이다. 역사 속 가장 쓰라렸던 시간을 격렬하고도 의연한 몸의 언어로 풀어내는 이번 무대는 타 장르와는 다른 울림을 선사한다. 무용수에 체화돼 가장 원시적인 몸의 언어로 새롭게 쓰이는 이덕혜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의미 이상의 그 무언가를 우리에게 던진다.
오늘날 가장 모던한 한국 춤판을 경험하라
경기도립무용단은 황녀 이덕혜의 내면의 절규와 휘몰아치는 역사적 순간들을 가장 한국적인 현대무용으로 그려낸다. 이번 작품은 김정학 예술감독 부임 후 첫 정기공연으로, 안무는 노현식 상임안무가 맡아 새로운 스타일의 한국 춤을 선보인다.
궁중정재부터 창작무까지 한국 춤의 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하는 도립무용단은 한국무용의 호흡에 현대적인 움직임을 접목시켜 한국적 DNA를 지닌 현대무용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가장 역동적이며 칼 군무가 매혹적인 도립무용단의 응축된 기량을 만날 수 있는 자리, 오늘날 가장 모던한 한국 춤판이 관객을 기다린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덕혜의 심리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자 최지혜, 최은아, 박지유가 덕혜를 소화한다. 영민하고 우아한 기품을 지닌 아이부터 일본의 억압에 침묵 속에 자신을 가두며 세상과의 끈을 놓아버린 노년의 덕혜까지 내면의 변화에 따라 섬세하게 달라지는 움직임은 이번 공연의 백미다.
극 후반 현실과 환영이 대비되는 극적 표현 또한 놓칠 수 없는 명장면이다. 이들의 움직임은 정중동(靜中動)이라는 한국 춤의 원류에 뿌리를 두고 현대적 감수성을 품은 새로운 몸짓을 펼쳐 보인다.
춤과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덕혜옹주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싶었던 김철환 작곡가는 옹주가 쓴 동시 <비>를 주 테마로 한 창작 가곡 속에 이덕혜의 슬픔을 담았다. 관악기와 타악기를 통해서는 마지막 황녀가 지닌 한을 토해낸다.
근현대를 오가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따라 바이올린, 첼로, 바순 등 서양의 선율 악기와 북, 장구 등 동양의 타악 장단을 절묘히 결합해 신문물이 흡수되는 새로운 시대의 억압과 설렘의 분위기를 담아냈다.
한국적 미니멀리즘을 선보이는 무대에는 크고 작은 열아홉 개의 조각이 놓인다.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조각들은 이덕혜의 굴곡진 삶의 역사적 배경이 된다. 때론 어렸을 때 뛰놀던 덕수궁이 되고 조선민중에게 슬픔을 안긴 일본인의 아내가 된 역사현장이 되며 또 때론 세상과 단절된 차가운 정신병원이 되기도 한다. 무대 위 펼쳐진 조각들은 망국의 설움 속 황녀이자 한 여인인 이덕혜, 더 나아가 조국을 빼앗긴 조선의 딸들이 흘렸던 눈물을 대변한다.
일시 2015년 11월 13일(금) 오후 7시30분, 14일(토) 오후 5시
장소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요금 VIP석 4만원, R석 3만원, S석 2만원
문의 031-230-3440~2 | www.gga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