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하늘은 드높은, 바야흐로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은 사색에 잠기기 딱 좋은 계절이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나무 그늘 아래서 연애 소설 한 권 읽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면 바로 지금일 것이다. 기분 좋은 가을의 수요일 오후,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렉처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도민석을 따로 마련해 인재개발원 교육생과 공무원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참여를 독려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10/20151030173832379330311.jpg)
이번 행사에는 도민석을 따로 마련해 인재개발원 교육생과 공무원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 송유정 기자
지난 28일 열린 렉처콘서트는 소설가 김홍신과 함께 하는 힐링콘서트로 ‘단 한 번의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성우 서혜정, 싱어송라이터 박강수가 진행을 도왔다. 행사 중간 중간 가을에 어울리는 곡을 박진경 대금 명인이 멋지게 연주해 흥을 더했다. 싱어송라이터 박강수도 행사 마지막에 가을과 사랑에 관한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을 감성에 젖게 했다.
![성우 서혜정은 위트 있게 소설가 김홍신의 이야기에 호응해줬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10/20151030173832377347945.jpg)
성우 서혜정은 위트 있게 소설가 김홍신의 이야기에 호응해줬다. ⓒ 송유정 기자
‘단 한 번의 사랑’이라는 강연명만 보아도 가을에 참 알맞은 강의였다. 렉처콘서트의 원래 목적인 ‘인문학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주제에도 잘 부합했다. 행사는 원래 오후 4시30분에 끝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열화와 같은 성원에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 진행됐다.
이날 가장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관객이 참여하는 힐링 토크’ 시간이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관객들을 대상으로 작가에게 묻고 싶은 점을 포스트잇에 적도록 했고 관객들의 질문이 적힌 포스트잇으로 가득 찬 패널이 무대에 올려졌다.
공교롭게도 기자가 포스트잇에 적어놓았던 세 개의 질문 중 두 개가 뽑혔다. 기자의 첫 번째 질문은 ‘진짜 행복한 삶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였다. 이에 서혜정 성우는 의미 있는 답변을 해 주었다. 그녀는 “행복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며 “그러나 무언가를 머리로 받아들이면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가슴으로 받아들일 때 진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두 번째 질문은 ‘작가님께서는 10년 뒤에도 글을 쓰고 계실 것 같은가요?’였다. 김홍신 작가는 “그럼요”라고 단호히 답했다. 그는 “글은 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며 “할 수 있는 한 내가 좋아하는 글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답했다. 그는 또 “인생은 저지르는 자의 몫이지, 기다리는 자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부모님이 원했던 의대 진학을 포기하고 글을 썼던 것처럼, 여러분도 한 번 사는 인생 후회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크가 끝나고 싱어송라이터 박강수는 가을에 맞는 기타 선율로 낭만을 더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10/20151030173832399222273.jpg)
토크가 끝나고 싱어송라이터 박강수는 가을에 맞는 기타 선율로 낭만을 더했다. ⓒ 송유정 기자
이 밖에도 10년간의 무명생활을 겪은 성우인 서혜정은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한 관객의 이야기에 “견디는 사람이 승리자”라며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말해주었다. 내공 있는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소설가와 성우, 가수를 만나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일반인들에게 흔치 않을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소설가를 직접 만날 수 없다면 그들의 삶이 녹아있는 소설 한 권을 읽으며 사색에 잠겨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