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릉 입구 ⓒ 최영은 기자
단풍이 물드는 계절 가을. 가족들과 함께 역사도 공부하고, 즐거운 시간도 보낼 수 있는 단풍이 아름다운 경기도의 가을명소가 있다. 바로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 위치한 동구릉이다. 기자는 지난 24일, 주말을 맞은 동구릉을 찾아 가을의 풍경을 찾아보았다.
동구릉은 조선시대의 임금 7명과 10위의 왕비와 후비 등을 안장한 왕릉이다. 이는 사적 19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조선왕릉’의 하나로 등재되어 있다.
동구릉 역사문화관 입구(위), 역사문화관을 구경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아래) ⓒ 최영은 기자
동구릉 입구 옆에는 동구릉 역사문화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동구릉에 조성되어 있는 9기의 왕릉에 대한 역사를 배울 수 있다. 조선왕릉은 조선 왕실의 의례서인 <국조오례의>에 근거하여 조성 방식에 따라 단릉, 쌍릉, 삼연릉, 합장릉, 동원이강릉, 동원상하릉 등의 여섯 가지로 분류하는데, 동구릉에는 동원상하릉을 제외한 모든 형식의 무덤이 있다. 역사문화관은 동구릉의 여섯 가지 왕릉의 설명과 더불어 조선왕릉에 대한 영상과 퀴즈를 통해 시민들이 동구릉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계유산 조선왕릉’ 사진전을 구경하는 시민들의 모습 ⓒ 최영은 기자
기자가 찾은 24일에는 동구릉 입구부터 홍살문까지, 짧지만 긴 거리에 ‘세계유산 조선왕릉’ 사진전이 열렸다. 지난 3일부터 개최된 이 사진전은 동구릉을 방문한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전은 조선시대 왕의 탄생, 왕의 장례 국장, 왕실의 장례 발인 반차도,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의 총 4가지의 큰 주제로 나눠진다. 길게 이어진 전시판에는 사진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적혀있어 시민들의 이해를 도와주었다.
‘세계유산 조선왕릉’ 사진전-조선시대 왕의 탄생 ⓒ 최영은 기자
특히 사진전 중 ‘조선시대 왕의 탄생’에는 태항아리 사진이 전시되어 시민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태항아리란, 아기의 ‘태(胎)’를 담는 항아리를 뜻한다. 왕의 탄생은 왕실의 최고 경사여서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자식이 태어나면 탄생을 축하하는 진하례(陳賀禮)와 더불어 ‘태’를 씻어 안치하는 세태의식, 태를 묻는 안태의식을 거쳐 길지(吉地)를 선정한 후 태실을 설치하였다.
태를 항아리에 담아 명산에 묻는 의식은 풍수와 음양사상에 바탕을 둔 것으로 왕실의 기복을 바라고 동시에 왕권을 강화하려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 속 태항아리는 세종대왕과 문효세자의 태항아리 사진이다.
이날 사진전을 관람한 이남순(구리시 거주) 씨는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역사를 공부할 기회가 흔치 않은데 동구릉에서 이런 사진전을 통해 역사를 직접 느끼고 배워가는 시간이 된 것 같다”는 감상을 전했다.
홍살문의 모습 ⓒ 최영은 기자
사진전이 끝나는 길에는 홍살문이 서 있었다. 홍살문은 왕릉의 들머리임을 알려주는 건축적 장치로, 홍전문(紅箭門)이라고도 한다. 동구릉에는 안쪽 9기의 왕릉마다 약간 작은 규모의 홍살문이 설치되어 있어 산릉의 참배나 제례가 시작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동구릉 내부 모습 ⓒ 최영은 기자
홍살문을 지나 걷다 보면 넓게 펼쳐진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서 표지판을 따라가면 건원릉, 현릉, 목릉, 휘릉, 숭릉, 혜릉, 원릉, 수릉, 경릉 의 총 9기의 왕릉을 둘러볼 수 있다.
태조 건원릉 ⓒ 최영은 기자
9기의 왕릉 중 건원릉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건원릉이다. 건원릉은 조선 제1대 왕인 태조 (太祖)의 왕릉이다. 이는 조선 왕릉 제도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태조의 아들인 태종이 조성하였으며, 동구릉 중에서 유일하게 이수(螭首)와 귀부(龜趺)를 갖춘 대형 비석 2기가 세워져 있다.
또한 건원릉에는 조선왕릉 중 유일하게 봉분에 억새가 심어져 있다. 다른 조선왕릉의 봉분은 푸른 잔디가 덮여 있지만, 태조가 자신의 무덤에 “고향에서 나는 억새(청완靑薍)을 심으라”는 유언을 남겨 태종이 고향에서 흙과 억새를 가져다 덮어두었다고 한다.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혜릉, 숭릉, 현릉 ⓒ 최영은 기자
동구릉은 매주 월요일에 휴관하며,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다만 입장시간은 오후 5시까지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만 25세부터 만 64세의 관람료는 1000원이고, 그 밖에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한편, 동구릉에서 열리는 ‘왕릉공감’ 행사 중, ‘세계유산 조선왕릉’ 사진전은 31일까지 이어져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