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경기人]은 기억에 남을 사연의 주인공이거나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경기도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기획시리즈입니다. 열두 번째로 풍란육종과 자체 조직배양시설 구축을 통한 우량묘 생산 등으로 ‘제22회 경기도 농어민대상’ 화훼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안성 ‘향린농산’ 윤두환 대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향린농산 윤두환 대표가 풍란 배양실에서 풍란 배양병을 설명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 농어민 대상 수상은 도움주신 분들 덕택
‘안성’은 향린농산 윤두환(49) 대표의 고향이 아니었다. 고향은 충남 서산. 윤 대표는 2001년 결혼을 하고 안성에 와서 풍란 농사를 지으며 살기 시작했다. ‘제22회 경기도 농어민대상’ 화훼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안성 ‘향린농산’(풍란재배) 윤두환 대표의 이야기다.
3일 하오 안성시 보개면 가율리 향린농산에서 만난 윤두환 대표는 “우선 상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어쨌든 열심히 일했고, 노력했다. 그것에 대해 평가를 해 준 것에 내가 이 정도 올라왔구나, 하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우량 풍란 육종, 적극적인 안성시 화훼 연구회 참여활동, 농촌 일자리 창출 기여,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으로 제22회 경기도 농어민대상 화훼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농어민대상은 경기도 농어업 발전 및 지역사회에 공헌해 온 농어업인의 사기 진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추진하는 제도로 1994년 ‘경기도 농어민대상 조례’ 제정 후 2014년까지 208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경기도 농어업 관련 최고 권위의 상이다.
수상 소감을 묻자 윤 대표의 대답은 겸손했다.
“과정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첫째는 (보개)면이나 (안성)시, (안성시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다들 같이 생각해주시고 노력해주셨기 때문이죠. 감사합니다. 이 상이 얼마나 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안성에는) 화훼하시는 분들도 많고 경기도에 편중해 보면 다른 지역보다 클 겁니다. 영광스러운 것을 주시니 대단히 감사합니다.”
풍란농사 15년째다. 어쩌면 안성은 윤 대표에게 제2의 고향 같은 곳이었다. 풍란농사를 위해 고향을 가려다 안성에 터를 잡게 된 것은 서울과 인접한 거리 때문이었다. 또한 아내 때문이었다. 아내 김남희(40) 씨의 고향이 안성이었던 것. 결혼과 동시에 안성으로 내려와서 조직배양실 1개소, 220평의 재배 비닐하우스를 가지고 풍란농사를 시작했다.
풍란 육묘가 있는 재배실 비닐하우스에서 윤두환 대표와 아내 김남희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현재 윤 대표는 아내 김씨와 함께 총 1600평 부지 위에 재배(800평), 관리사·준비실(120평) 등의 시설을 갖추고 대엽풍란 1종·소엽풍란 10종 등 11종의 풍란을 재배하고 있다. 다른 풍란농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배양실을 자체적으로 갖췄다는 것. 바로 품목 다양화를 위한 연구도 병행한다는 점이 다른 농가와 차별화된 점이기도 했다.
“육종이 중요하잖아요. 저희가 해야 할 과정이 잘 크고 잘 죽지 않고 원예적으로 보기에 좋은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겁니다. 연구도 같이 병행해야 합니다. 24시간 연구만을 하지는 않습니다. 실험을 물리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종자를 같이 넣어 뿌려 보는 것이기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나의 풍란을 키워 상품으로 내보내기 위해 최소 1년에서 1년 반 정도가 소요된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종자부터 최소 단위로 2년 정도 걸린다. 제일 짧은 게 2년이고, 꼬투리가 맺히는데 5개월, 배양(실내배양)만 적어도 1년에서 1년 반이 걸린다”며 “그러면 2년이 지나가고, 이어 6개월 이상 필드(비닐하우스)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 대표는 지난 2009년 ㈜바이오에프디엔씨 모상현 대표와 손을 잡고 난초 캘러스 조직(캘러스 조직 배양)과 관련해 농업생산자 상생 MOU를 맺고, 화장품 개발 제조방법을 개발해 특허를 얻기도 했다.
■ ‘향린농산’의 또 다른 이름은 ‘향기로운 이웃’
윤두환 대표가 풍란 육묘에 물을 주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이제 윤 대표는 아내 김남희 씨의 남편보다 향린농산 대표로 불리고 있다. 그 내용은 ‘향린농산’이라는 이름에서 찾을 수 있었다. 향린은 바로 ‘향기로운 이웃’을 의미했다.
윤 대표는 “제가 학교(경희대 원예학과) 다닐 때, 일을 했던 연구실이 용인에 위치한 향린동산이었다”며 “그곳의 (의미가 좋아) 이름을 따서 ‘향기로운 이웃이 되자’는 의미에서 지었다”고 설명했다.
아내를 만난 곳도 ‘향린동산’이라고 윤 대표는 귀띔했다. 부부는 같은 학교 선후배(경희대 원예학과 85학번, 95학번) 사이였다. 무엇보다도 이들 부부는 안성에서 봉사활동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향기로운 이웃으로 살고 있었다.
이같은 배경에는 풍란 농사 6년 차에 지친 농사일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했던 게 지역사회 봉사활동 때문이었다. 특히 윤 대표는 지난 2014년 4월 자율방범대 순찰 활동을 하면서 교통사고를 당한 노인(2013년도 11월)을 구조한 공로로 안성시 모범시민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날 일에 대해 윤 대표는 기적 같았다고 전했다.
“부대장으로 활동할 때, (야간)순찰을 도는데, 길가에 물건이 떨어진 것을 봤습니다. 농번기가 지나고 추울 때였죠. 이상해서 밑에 1백여 미터 내려갔다가 뭔가를 본 거 같았습니다. 다시 돌아가 보니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었어요. 사고로 현장에서 신발을 발견하고, 5~6미터 뒤떨어진 곳의 농수로에서 60대 남자를 찾아 천안 단국대(병원)로 후송했죠.”
이들 부부의 삶은 농업과 더불어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함께 하는 건강한 삶을 지향하고 있었다.
윤두환 대표가 육묘를 화분에 옮겨 심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윤 대표는 “애기 엄마도 안성여성농업인 모임, 생활개선회(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목욕봉사 등을 나가고, 풍란 관련 교육을 하는 게 일상”이라며 “어떻게 됐든 그런 것을 통해 나아진다면 더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윤 대표는 “향후 계획은 이웃과 같이 잘 사는 것이다. 우리가 그냥 돈으로 부유해질 수도 있지만,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좋아야 한다”며 “분위기를 노력하고, 환경적인 면도 같이 일하는 분 관계도 좋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향린농산에는 인근 지역 이웃분들(월 3~4명)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고정적으로 69세, 72세의 이웃분이 일을 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되며, 토·일요일과 공휴일이 향린농산이 공식적으로 쉬는 날이다. 농번기에는 일하시는 분들이 각자 농사를 짓고 일당제로 운영된다.
아내 김남희 씨는 “11년째 다니시는 72세 어르신이 계신다. 정년연장을 85세까지 했다. 일도 하시지만 저랑 일도 하고 운동도 같이 한다”며 “일은 어머니들이 도움을 주시는데 향후에는 현재 8시간 근무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운동이나 저녁식사(반찬 만들기 등) 등의 프로그램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아내 김남희 씨는 함께 일하시는 분들과 함께 운동을 하기 위해 8년째 요가 지도자 과정을 배우고 있다.
이웃분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의 보람과 관련, 아내 김씨는 “농장 이름대로 일하시는 분들이 밥도 먹으러 오라하실 때도 있고 저희 아이들(중1, 초4 아들)의 용돈도 주신다”며 “특히 일하시는 어머니들의 자제분들이 반대할까 생각했는데, 감사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전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윤 대표는 “아는 후배가 사회적 기업을 이야기했는데, 애기 엄마의 생각처럼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고 잘 살면서, 지역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이들 부부의 향후 계획이 궁금해졌다. 답은 평범했지만, 의미있는 말이었다.
윤 대표는 “아는 후배가 사회적 기업을 이야기했는데, 애기 엄마의 생각처럼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고 잘 살면서, 지역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고, 아내 김 씨는 “농업인이 건강한 농산물을 만들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인터뷰 말미의 마지막 답변이 이날, 윤 대표를 만난 이유 같았다. “윤두환 타이틀을 가진 게 몇 년이 안 됐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김남희의 남편’이라는 말보다 ‘윤두환’이라는 이름이 알려졌죠”라는 아내 김남희 씨의 말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다.
한편, ‘제22회 경기도 농어민대상’은 각 시군에서 11개 부문에 신청한 54명의 후보자를 추천받아 심사를 거쳐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각종 영농자금 우선지원과 농어업분야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국내외 연수기회 제공 및 영농교육 강사 위촉 등 혜택이 부여된다.
경기도 농어민대상 시상식은 10일 오후 1시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경기홀 3층)에서 개최되는 ‘제20회 경기도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