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2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의 현황과 발전과제’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김문환 경기도 무한돌봄복지과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교도소 출소자의 재수감률 낮추기, 노인 자살률 낮추기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돈을 번다면 어떨까.
경기도가 기초생활수급자수를 줄이기 위해 지자체 최초로 사회성과연계채권(SIB, Social Impact Bond) 방식의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회성과연계채권은 민간이 선 투자해 공공사업을 수행하고 성과에 따라 투자자에게 성과를 보상하는 새로운 공공예산 집행 모델이다.
경기도는 5일 오후 2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서울시와 함께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의 현황과 발전과제’를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열고, 각각 추진 중인 국내 최초 사회성과보상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이번 세미나는 국내 사회성과연계채권에 대한 사업 소개와 해외 사례를 공유하고, 주요 의문사항을 토론하고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경기도가 소개한 첫 번째 SIB 사업명은 ‘해봄 프로젝트’다. 기초생활수급자 800명을 대상으로 근로의욕을 고취하고 일자리를 갖게 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사업이다. 도에 따르면 총사업비는 18억7000만 원이며 이 중 민간투자금은 15억5000만원이다. 사업 목표는 참여자 800명 중 20%가 취업해 탈 수급하는 것으로, 사업에 성공하면 투자자는 최대 14%의 투자수익금을 받게 된다.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의 현황과 발전과제’ 국제 세미나 참석자들이 김희연 경기복지재단 정책개발실장의 발표를 듣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발제를 맡은 김희연 경기복지재단 정책개발실장은 복지 수요에 비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현 상황을 언급하며 “경기도는 해봄 프로젝트를 통해 복지정책의 방향을 전환시키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의 (사회성과연계채권) 해외사례를 보면 대부분 아동, 정신문제, 교도소 수감자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경기도 같은 경우 기초생활수급자로 눈을 놀려봤다”며 “도민 아이디어를 수렴해 ‘해보자’, ‘어두운 삶에서 벗어나서 해를 보자’는 뜻으로 프로젝트 이름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급자를 선발해서 그 수급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일대일 사례진단을 할 것이다. 가족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가족 서비스를 제공하고 근로 의욕이 없으면 근로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라며 “2년간 160명의 탈수급을 유지하면 28억3천만 원의 사회적 비용이 감소된다. 투자자들은 시세보다 높은 인센티브와 사회공헌으로 보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희연 경기복지재단 정책개발실장은 복지 수요에 비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현 상황을 언급하며 “경기도는 해봄 프로젝트를 통해 복지정책의 방향을 전환시키겠다”고 말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이날 경기도는 세미나 참가자들에게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투자자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원금손실에 대한 위험부담을 최소화했다고 거듭 언급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날로 증가하는 복지재정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다. ‘민간이 협력하면 공공은 보상한다’는 사회성과연계채권 사업은 복지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며 “경기도 ‘해봄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기대한다. 경기도가 서울시가 함께 머리를 맞대면 대한민국이 변할 거다.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경제와 사회를 위한 마중물이 되겠다”고 밝혔다.
김문환 경기도 무한돌봄복지과장도 인사말을 통해 “경기도는 지난 7월 도의회의 도움으로 경기도 사회성과 보상사업 운영 조례를 제정해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관련 제도와 법적 제도를 정비하고 중앙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호주 정부 사회성과연계채권 정책자문관인 엠마 톰킨슨(Emma Tomkinson)이 발표를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경기도와 함께 세미나에 참가한 서울시는 경계선지능 및 경증지적장애 어린이를 대상으로 사회성과연계채권 모델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 모델은 서울시내 총 62개 아동복지시설(그룹홈)에서 생활하는 경계선·경증지능아동 100명을 대상으로 사회성과 지적 능력을 개선하는 교육사업이다. 사업이 끝난 뒤 사업 수행단체들의 성과를 평가해 ‘원금+성과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홍우석 서울시 가족담당관 아동복지팀장은 “경계선지능아동은 지능지수(IQ)가 71∼84, 경증지적장애아동은 IQ가 64∼70인 어린이들이다. 이들은 정서불안과 따돌림, 학습부진과 사회부적응 등의 문제를 겪고 있지만 장애로 인정받지 못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방치하면 정신지체 상태로 떨어져 사회 취약계층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업이 성공할 경우 시설 퇴소 후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기초생활수급비 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 37억 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날 세미나에서는 호주, 영국, 프랑스에서 온 전문가들이 각국의 사회성과연계채권의 현황과 시사점을 공유하기도 했다.
호주 정부 사회성과연계채권 정책자문관인 엠마 톰킨슨(Emma Tomkinson)은 “이 사업은 성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예산을 집행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투자자가 관여를 할 수 밖에 없다. 즉 투자가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일하는 것”이라며 “호주의 경우 여러 제도를 정비한 다음에 투자자를 유치했다. 이 점이 다른 나라와 다르다. 어떻게 협력하는게 최선의 방법이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클라라 바비(영국 사회공헌투자기업 브릿지벤처스의 사회투자 담당부서 임팩트플러스 대표) 씨는 “영국에서는 청소년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이 사업이 많다. 접근방식에 융통성을 가지고 있어서 큰 변화를 일으켰다”며 “사업을 시행하면서 과거 사례와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발전하는 것도 장점이다. 청년 실업률도 낮춘 예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해외사례 발제를 맡은 프랑소와 코멧(사회적기업 그룹 SOS의 국제개발부 부회장)은 사회성과연계채권이 사회적경제 분야에 새로운 주체를 유입하고, 사회혁신을 앞당기는 좋은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의 현황과 발전과제’ 국제 세미나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