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저녁,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아주대학교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도와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가 주최하고 경기도대학생협의회가 주관하는 ‘통(通)통(通) 콘서트’를 통해 청년들의 취업 고민을 듣고 이를 일자리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소규모 채용박람회에서 이력서 컨설팅을 받고 있는 청년들. ⓒ 정혜진 기자
토크콘서트 시작에 앞서 체육관 로비에서는 구직자들을 위한 소규모 채용박람회가 개최됐다. 취업을 위해 필요한 이력서와 면접 클리닉뿐만 아니라 바로 면접을 볼 수 있는 채용관도 10여 군데 자리했다.
그러나 기자가 박람회 현장을 방문했을 때 현장에 있던 사람은 20여 명 정도가 전부였다. 진로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수도권 소재 대학교 4학년 한 여학생은 “진로지도 부스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내가 원하는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보다는 오늘 현장에서 보는 면접에 대해 얘기를 했다”며 “내 적성에 관련 없는 기술직 채용들뿐이어서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상설면접을 실시한 기업 직종은 기술직에 국한돼있었다. 소규모 채용박람회이지만 구체적인 진로상담을 기대하며 온 청년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운 현장이었다.
이어 저녁 7시부터 본격적인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이날 콘서트의 주제는 ‘청년들의 생각을 듣겠습니다’로, 김일중 아나운서의 사회 아래 특강에는 총각네야채가게 이영석 대표,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가 참여했다. 토크콘서트의 패널로는 남 지사를 비롯해 신의섭 아주대 총학생회장 겸 경기도대학생협의회장, 배환성 가천대 총학생회장, 최인아 국제대 총학생회장이 자리했다.
청년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이영석 대표. ⓒ 정혜진 기자
총각네야채가게 이영석 대표는 성공비결을 묻는 한 청년의 질문에 “성공의 비결은 본인이 정하는 것이다. 앞으로 성공하려고 하지 말고 성장하려고 하라”며 “성공의 기준은 없지만 성장의 기준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여학생은 목표를 어떻게 정해야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이 대표는 “목표는 반드시 구체화 시켜야 한다. 여러분들은 오늘부터 취업을 하려고 하지 말고 어느 회사에 갈지 구체화 시켜야 한다”며 “A4용지에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적으면 놀랍게도 잘하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회사가 나를 선택하게 하지 말고 내가 회사를 선택해야한다”고 주문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청년 취업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 정혜진 기자
이날 토크콘서트에 앞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을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스펙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학벌’, ‘학점’, ‘인턴경험’, ‘토익점수’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남 지사는 “사실 이 자리에서 취업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여러분이 더 잘 안다. 오늘 꼭 하고 싶은 얘기는 도전하라는 것이다. 왜 ‘월급을 얼마 받을까’ 고민을 하나. 여러분이 월급을 줄 생각을 하라”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길 주문했다.
덧붙여 남 지사는 “현재 경기도 내 중소기업에 비어있는 일자리가 많다. 하지만 여러분이 안 간다”며 “미래가 유망한 중소기업에 들어가 내 힘으로 키워보겠다고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파이팅’을 외치는 남 지사와 패널들. ⓒ 정혜진 기자
이번 행사에서 남 지사는 무작정 취업을 하려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창조하는 창업적인 면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정년 연령이 낮아지고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창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급속히 증가하고 창업 시장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성공을 보장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창업 성공률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청년들은 직접 회사를 차리기보다 안정적인 기업에 속하기를 원하고 있다.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도전하라’, ‘창조하라’는 말들은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는 어울릴 수 없는 말이 된 것이다.
경기도는 청년들의 취업 고민을 듣고 이를 일자리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이번 ‘통(通)통(通) 콘서트’를 주최했다. 청년들의 취업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경기도의 의지가 엿보였지만 함부로 도전할 수 없는 청년들의 현실도 이해해주길 바란다. 또한 성공한 명사들의 강의보다는 실질적으로 청년들이 체험할 수 있는 전망 있는 중소기업의 인턴 자리나 공모전과 같은 새로운 아이템을 창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주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