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경기도 도시농업한마당’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오명연 기자
거창하게 가꿀 필요 없이 소박하게 내가 기르고 싶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최근 이른바 ‘도시농부’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도심 속에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인 <인간의 조건-도시농부>에서는 옥상 텃밭을 이용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을 정도다. 경기도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도시농업 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중 ‘도시농업 한마당’이 14일 안산에서 열렸다.
도시농업한마당의 개막을 선언하는 안산도시농업연대 마이금 공동대표. ⓒ 오명연 기자
‘나눔’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도시농업 한마당은 사물놀이 팀의 길놀이로 막을 열었다. 뒤이어 열린 개막식에는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경기도의회 및 안산시의회 소속 의원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안산도시농업연대 마이금 공동대표는 “앞으로 도시농업 문화가 확산되고 나눔을 실천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개막을 선언했다. 개막식 이후에는 각종 부스에서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 및 참여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밀 싹 심기 체험에 참여하고 있는 도민들. ⓒ 오명연 기자
“어머, 이게 뭐예요?”라는 물음에 “밀 싹과 쪽파를 집에서 직접 길러보실 수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이어졌다. 바로 밀 싹과 쪽파 심기 체험 부스였다. 일회용 컵에 흙을 담아 밀 씨를 뿌리거나 쪽파를 심는 체험으로, 집에서도 쉽게 재배할 수 있다고 부스 담당자는 설명했다. 기자도 직접 참여해 본 체험은 간편하게 키울 수 있다는 장점과 동시에 스스로 재배할 수 있어 소박한 ‘도시농부’가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체험을 하다가 일행을 불러 모은 김미순(63,안산시) 씨는 “혼자 밀 싹을 심어보다가 ‘아! 이건 다 같이 해야 될 것 같다’라고 생각해 같이 온 아주머니들을 다 불러왔다”며 “신기하면서도 쉬워서 나 같은 사람도 쉽게 기를 수 있을 것 같다”며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짚으로 새끼를 꼬고 달걀꾸러미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짚으로 만나는 전통문화’ 체험장. ⓒ 오명연 기자
영화에서만 보았던 짚으로 만든 달걀꾸러미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됐다. 그 곳에서는 짚으로 새끼를 꼬는 솜씨가 능숙한 할머니와 서툴지만 집중하고 있는 초등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엄마에게 자랑할 것이라는 초등학생의 호기는 끝내 완성을 해냈고 추억 한 꾸러미를 꺼내놓은 할머니는 지긋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젊은이에게는 도시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짚을 이용해 달걀꾸러미를 만든다는 이색체험을, 나이가 든 이에게는 도시 속에서 잊고 있었던 달걀꾸러미를 통한 추억을 곱씹어볼 수 있는 체험이었다.
바로 옆 부스에서는 전통 농기구 체험이 진행 중이었다. ‘와룡기’를 비롯해 전통 농기구를 이용해 탈곡을 해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쏟아지는 수확의 기쁨을 함께 느끼고 나눌 수 있었다.
‘김장 담그기’ 부스. ⓒ 오명연 기자
앞치마를 두른 어린이들은 김장을 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배추 한 잎 한 잎 정성스럽게 소를 채워가는 고사리 손들은 무척이나 들떠보였다. 체험이 끝나고 난 뒤 만난 김혜숙(35,안산시) 씨는 “우리 아이가 김치를 싫어하는데 여기서 만들고 나더니 아까부터 김치 이야기를 한다”며 “앞으로도 이런 체험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텃밭에 숨겨진 텃밭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는 어린이들. ⓒ 오명연 기자
“준비, 시작!”
어린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래밭 위로 뛰어들었다. 바로 ‘텃밭 보물찾기’가 진행된 부스였다. 모래밭에 숨겨진 텃밭 먹을거리를 찾아내는 보물찾기로 많은 어린이들이 참여하고자 했던 프로그램이었다. 가장 좋은 위치를 선점하려는 어린이들의 눈치싸움은 물론 아이들에게 위치를 알려주려는 부모의 신호가 함께 어우러지는 장이었다. 종료 신호와 함께 감자를 하나 더 집어 든 어린이의 모습이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이외에도 토종쌀과 콩가루로 만든 인절미 맛보기, 토종벼로 만든 가래떡 나눠 먹기, 안산농민이 생산한 호박으로 만든 호박죽 맛보기 등을 통해 나눔의 정신을 느끼고 도시농부 장터, 모두가 행복한 밥상문화 만들기, 테마가 있는 꽃과 정원 등을 통해 도시농업의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도시 속에서 풍성하게 열렸던 ‘2015 경기도 도시농업한마당’. 궂은 날씨에도 많은 도민들이 함께 어울렸던 풍성한 나눔의 장이었다. 앞으로 도시농업은 생태계 순환구조의 회복, 나눔을 통한 지역 공동체 형성 그리고 농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와 지속적인 활동이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도에서도 도시농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시 속에서 수확의 기쁨을 느껴볼 수 있는 문화, 공동체의 온정이 살아 숨 쉬는 문화가 자리 잡길 바란다. 여러분도 이제 ‘도시농부’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한편, 오는 21일에는 고양 화정역 일대 광장에서 2015년 UN이 정한 ‘흙의 해’를 맞이해 ‘흙’을 주제로 도시농업 한마당의 열기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