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개관 4주년을 맞아 기획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물들이 가득한 이곳에는 기자가 찾은 지난 12일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평소에도 다양한 체험 활동들로 어린이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이곳은, 어린이들이 쉬는 날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함께 온 부모들도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덩달아 즐거워져 밝게 웃는다. 어려운 체험 활동들로 구성되어 있어 부모들의 손이 닿아야만 하는 여느 유원지와는 다르게 아이들만의 손으로도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체험 활동들만이 가득한 이곳,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대체 어떤 활동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천장의 돌고래(왼쪽)는 안내된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걸면(오른쪽) 진동 소리에 하늘을 헤엄치듯 움직인다. ⓒ 정아람 기자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어린이들이 방문하는 곳이기에, 진로와 관련한 전시물도 있다. 소방관이 되어 사진을 찍는 아이도, 경찰관이 되어 호루라기를 부는 아이도, 택시 기사가 되어 친구들을 뒤에 태우고 운전하는 아이도 있다. 종이로 된 경찰에 자신의 얼굴을 넣고 브이를 하며 사진을 찍은 남자 아이는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 나 경찰이 되고 싶어요!” 라며 밝게 웃었다. 그런 아이를 보고 엄마도 함께 웃으며 “꼭 경찰이 돼서 엄마 지켜줘, 아들.”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의 전시물은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웃음과 뿌듯함, 뭉클함을 전해주었다.
경찰이 돼 볼 수 있는 공간(왼쪽) 과 소방관이 돼 볼 수 있는 공간(오른쪽). ⓒ 정아람 기자
이런 전시물들 이외에도, 1층에는 ‘잭과 콩나무’라는 이름의 암벽 등반 시설도 있고 초등학생 교실도 있다. 박물관에 왜 초등학생 교실이 있을까? 바로 ‘초등학교에 간다면?’ 이라는 프로그램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7세 어린이들이 실제로 학교에 입학한 것처럼 박물관 내에 꾸며진 1학년 교실에서 미리 초등 생활을 해보는 것이다. 9월 1일부터 11월 29일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참가비가 무료이고, 주말에도 진행되기 때문에 20명이 정원인 교실이 매일 꽉 채워진다고 한다.
2층에도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하지만, 1층에서처럼 체험만 하는 구조물들은 아니다. 물에 색소를 넣은 기름을 섞는 구조물로, 2007년 서해에서 일어난 유조선의 충돌 사고를 보여주어 깨달음을 준다. 또, 이와 잇몸을 큰 구조물로 만들어 이 모양의 의자에 앉아 화면을 볼 수 있게 했다. 화면에서는 충치에 대해서 설명해주어, 단 음식을 적당히 먹으라는 경고와 함께 이를 깨끗하게 잘 닦자는 충고도 내보였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조물(왼쪽) 과 구강 구조 전시물(오른쪽). ⓒ 정아람 기자
3층에는 동화 속 보물찾기를 테마로 한 전시물들이 있다. 전래동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들로 구성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3층에서 어린이들은 책에서만 본 주인공이 되어 전래동화 속에 푹 빠지게 된다. ‘선녀와 나무꾼’에서 선녀가 베를 짜던 베틀이 마련되어 있어 베를 짜는 체험을 할 수 있고, ‘흥부와 놀부’의 흥부가 되어 박을 갈라 그 속의 금은보화를 볼 수 있다. 또 ‘도깨비 나라’에서는 투명 망토를 쓰고 도깨비들의 눈을 피해 금은보화를 가져오는 미션도 수행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누워서 동화를 볼 수 있는 오두막이다. 가족들이 나란히 누워 스크린의 ‘선녀와 나무꾼’, ‘흥부와 놀부’ 등의 전래동화를 보며 웃을 수 있는 공간이기에,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동화 상영 오두막 내부의 모습(왼쪽) 과 오두막 천장의 스크린(오른쪽). ⓒ 정아람 기자
3개 층에 걸쳐 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곳. 한 번 방문해 보면 왜 어린이들이, 어른들이 이곳을 사랑하는지 알게 된다. 이런 멋진 시선들을 뒤로 한 채, 어린이 박물관의 백미를 찾았다. 바로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개관 4주년 기념 기획전시, ‘아주 특별한 친구!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이다. 전시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큰 웃음소리가 귀에 닿는다. 기대를 가지고 전시장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
이번 기념 기획전시는 지난 10월 2일 금요일부터, 내년 8월 21일까지 계속된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의 특별한 친구인 조부모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이번 전시. 포근한 미소로 우리를 위로해주기도 하며, 지혜와 경험으로 축적된 무궁무진한 이야기 보따리로 설레게 해 주기도 하는 우리 가족의 뿌리, 조부모의 삶을 알아보는 전시이기에 권할 만하다.
요즘은 이메일과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내지만, 예전에는 편지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았다. 박물관에서는 손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하는 ‘슝~ 바람편지’가 인기를 끌었다. 구비된 편지지에 글씨를 써서 예쁘게 접어 플라스틱 관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바람을 타고 편지가 날아가, 우편함에 안착한다. 아빠의 손을 잡아 끌어 우편함 앞에 앉히고, 편지에 하트를 예쁘게 그려 보내는 여자 아이의 함박웃음이 아름답다. 그 옆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입었던 한복과 복주머니도 있었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내 모습을 상상하는 코너도 있었다. 아이들은 할머니 구조물에 얼굴을 밀어넣고 “껄껄껄!”하고 할머니 흉내를 내며 웃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세대 차이를 느낀다며 불평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같이 웃는 아이들만이 가득했다.
편지를 곱게 접어 구멍에 넣으면(왼쪽) 플라스틱 관을 타고(가운데) 우편함에 도착한다(오른쪽). ⓒ 정아람 기자
쉬는 날에는 놀이기구만을 타는 놀이공원보다, 가족들과 함께 웃으며 인생의 교훈도 얻을 수 있는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어떨까.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관람이 가능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행복을 찾아가는 이곳. 관람료는 12개월 이상 개인은 4000원, 단체는 2000원이다. 경기도 거주자는 25%를 할인받아 3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다양하고 의미 있는 시설물들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이곳 박물관에서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들의 얼굴에는 웃음만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