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경기도박물관이 주관하는 2015 경기 크로스 뮤지엄 <현대미술, 박물관에 스며들다>전이 지난달 28일을 시작으로 11월 29일까지 열린다. 경기도박물관의 로비 및 복도를 포함한 이곳저곳에는 백남준을 비롯한 다양한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다양하고 개성 있는 전시작품은 경기도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과 꽤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고실에 전시되어 있는 백남준의 <TV시계>는 시간의 전개에 따른 연속성을 경험하게 하고, 신석기실 디오라마에 놓여진 박승원의 비언어적이고 원초적 소통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과정을 담은 퍼포먼스 비디오는 기존의 전시공간에 시공간을 넘어서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기존 박물관의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 사이사이에 현대미술이 잘 스며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회의 홍보자료에서 볼 수 있는, 도자기 파편을 조형화한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는 다른 도자기 전시작품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이루며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도자기를 사진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린 고영훈의 회화작품 병치도 이질감 없는 조화를 자랑했다. 사군자와 서예 관련 상설 전시장에서는 사군자의 전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손동현의 의인화된 사군자를 만날 수 있다.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왼쪽), 사진인줄 알았던 강강훈의 <One’s growth>(오른쪽)](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11/20151117154250088683491.jpg)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왼쪽), 사진인줄 알았던 강강훈의 (오른쪽) ⓒ 김유빈 기자
현대미술의 큰 갈래라고 할 수 있는 설치 작품들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불교경전의 바다를 떠다니는 조환의 육중한 철제 나룻배, 한국 사회의 여성의 삶을 주제로 하여 익명의 여성을 가시화한 조덕현의 <This Allegory>는 예스러운 아름다움을 현대미술로 잘 표현한 작품들의 예이다.
![조환의 육중한 철제 나룻배가 입구를 장식하고 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11/20151117154250106140273.jpg)
조환의 육중한 철제 나룻배가 입구를 장식하고 있다. ⓒ 김유빈 기자
한편, 박물관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 또한 이곳, 저곳에 숨어있다. 강강훈의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묘사된 현대인물화, 발굴의 과정을 통한 인류학적 담론을 제시하고 있는 차기율과 민족지의 언어문제를 제시하고 있는 나현의 <우물 난지도>, 실제와 가상의 관계를 상징적 도구를 통해 제시한 노재훈의 설치작업 <지팡이> 등은 뜻밖의 마주침에서 놀라움을 경험하게 한다.
이날 관람객으로 온 김상철(49) 씨는 “박물관의 고착화된 이미지에 현대미술이 스며들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이색 전시회가 더욱 풍성한 경기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관람 소감을 전했다.
한편, 경기도박물관은 경기도에서 발굴한 출토유물들과 역사적, 예술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기증 유물들을 바탕으로 경기인들의 삶의 양식을 보여주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전시를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박물관의 우수한 소장품과 컨템포러리아트를 같은 공간에 전시함으로써 문화예술 분야에서 경계와 영역을 교차해 가며 정체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정보로 인한 가변적인 문화환경에서 경기도의 박물관들이 지향해야 하는 미래적 역할과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