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 전시를 소개하는 현수막 ⓒ 정다원 기자
지난 9월부터 경기도미술관에서는 2015 특별기획전으로 ‘경기 팔경과 구곡’, ‘리듬풍경’ 등 여러 테마의 작품들을 전시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많은 관람객들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 예술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경기 팔경과 구곡’ 기획전에서는 시대를 넘어 서사성을 띤 경기도 풍경화를 한데 모아 주제별로 엮는 시도를 하였다. 총 5부분으로 구성된 전시의 제1부는 ‘경기 팔경과 구경’, ‘경기 팔경구곡과 이름난 곳’ 의 두 소제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각기 홍보하는 각 지역의 8경 또는 9경이나 유적지, 관광명소 등을 미술작품으로 소개하였다.
<화성능행도>(왼쪽), <박연폭포>(오른쪽) ⓒ 정다원 기자
1부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은 작품은 바로 ‘화성능행도’와 ‘박연폭포’다. ‘화성능행도’는 정조가 1795년 윤 2월 9일부터 16일까지 여드레 동안 화성에 있는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에 행차했을 때 거행된 주요 행사를 그린 8첩 병풍이다. 최근 영화를 통해 재조명된 정조와 사도세자의 역사와 관련된 작품이라서 더욱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고, 다양한 색감을 사용해 시각적으로 화려한 느낌을 주어 그 아름다운 자태가 돋보였다. ‘박연폭포’는 조선 후기의 화가 겸재 정선의 작품 <박연폭포>를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킨 이이남의 작품이다. 작품을 관람하던 전경주(43) 씨는 “박연폭포의 원작을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명작을 움직이는 작품으로 재구성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색다른 느낌의 박연폭포다”라며 작가의 아이디어에 감탄하였다.
<용마산에서 본 한강 전경> ⓒ 정다원 기자
1부 다음에 위치한 2부의 주제는 ‘산은 강을 품고’이다. 주제에 걸맞게 산과 강의 아름다운 풍경, 그야말로 무릉도원의 모습을 나타낸 작품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 중에서도 그 크기와 특이한 색감이 단연 눈에 띄는 <용마산에서 본 한강 전경>은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한지와 먹, 검은 잉크로 이루어낸 수묵화라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의 제작자 김범석 작가가 들판에서 자란 유년기억을 떠올리며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영상을 관람하는 관람객의 모습(왼쪽), ‘음악으로 듣는 경기풍경’ 공간(오른쪽) ⓒ 정다원 기자
2부에 이은 3부 ‘강은 바다를 향하네’의 작품들도 만나보고 나면 보다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부스들이 나타난다. 이번 기획전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쉼, 전통과 자연을 유람하다’ 영상회와 ‘음악으로 듣는 경기풍경’을 주제로 한 노래감상 체험이다. 영상회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에게는 신발을 벗고 편하게 베개에 누워 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이부자리를 제공하여 가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노래감상은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경기도의 풍경을 노래한 곡들을 이어 들을 수 있어 전 세대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또한 ‘문학으로 보는 경기풍경’ 테마에서는 <도봉>, <산>, <한강은 흐른다> 등 아름다운 문학작품을 통해서도 경기도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의 장을 마련했다. 벽에 전시된 문학작품들을 감상하던 임이주(39) 씨는 “오세영 작가의 <한강은 흐른다> 중 ‘눈보라 휘날린들 멈출 수 있으랴’, ‘폭풍우 몰아친들 돌아갈 수 있으랴’라는 구절이 가장 마음을 울린다”는 평을 남겼다.
<흐르다 그리고 흐르다 “분당풍경”>(왼쪽),(오른쪽) ⓒ 정다원 기자
이어지는 4부에서는 ‘사람은 마을과 도시를 만들고’ 라는 주제를 가진 작품을 전시하였는데, 앞서 만난 작품들과는 달리 현대사회의 모습이 많이 나타나는 그림들이 자리했다. 그 중에서도 <흐르다 그리고 흐르다 “분당풍경”>은 도시 안에 위치한 많은 빌딩과 아파트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눈길을 끌었다.
4부 바로 옆에 위치한 5부에서는 ‘갈라진 땅 다시 만나리’ 라는 통일의 염원을 담은 작품들을 전시하였는데 그 중 김태헌 작가의 <DMZ>는 낯선 이방인의 입장에서 망원경을 통해서 본 DMZ의 풍경을 담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독특하고 신박한 작품성을 가져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개미 시간>(왼쪽), <감정의 시대>(오른쪽) ⓒ 정다원 기자
아름다운 경기도 풍경을 만나본 후 옆 전시실로 이동하면 미술관 입구에서부터 현수막으로 눈길을 끈 ‘리듬풍경’ 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과 그림이 주를 이루던 ‘경기 팔경과 구곡’과는 달리 리듬의 생생함을 표현하기 위해 컬러와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영상들이 주를 이루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순백의 미로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던 <개미풍경>은 개미의 꼬리에 묶인 실이 약 1분간 움직인 궤적을 촬영한 것으로, 남화연 작가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이 작품 속에서 움직임의 반복과 그 속에 내재한 시간의 속성, 즉 리듬을 발견하며 리듬풍경의 묘미를 맛보았다. 3개의 각각 다른 영상을 재생시킨 <감정의 시대: 서비스 노동의 관계 미학>은 각각 다른 사운드와 자료들을 동시에 보여주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그 자리에 멈추게 하였다. 이 작품에서는 감정노동이라 부르는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인터뷰를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과 행위의 리듬을 전달하였다.
이 밖에도 리듬풍경에서는 <연경>, <공간 후에>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자리하여 평소에는 접할 수 없는 예술을 관람객들로 하여금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하였다. 이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반복적이고 지루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감각적 리듬을 이번 전시를 통해 경험해보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쌀쌀한 가을 날씨 속 예술의 따스함을 전달해주는 경기도미술관의 2015 특별기획전 ‘경기 팔경과 구곡’, ‘리듬 풍경’은 11월 15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다양한 작품들과 더불어 눈앞에서 아티스트가 직접 예술을 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는 퍼포먼스 프로그램 역시 많은 관람객들의 만족을 이끌어냈다. 미술관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이번 행사를 통해 경기도민들이 더욱 예술을 사랑하고 올바르게 수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