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다니다 대학교에 올라오면 많은 것들이 변한다. 성격, 용돈, 공부, 인간관계 등 수많은 것들이 변하지만 기자의 경우 식습관이 가장 크게 변했다. 고등학교와는 다르게 식사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자율적이기 때문에 대충 간편하게 때우거나 학교가 아닌 밖에서 사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양적으로 불균형한 식사를 자주하고 끼니때만 되면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그러다보니 고민할 것 없이 시간만 되면 급식소로 가서 급식을 먹던 고등학교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찬물을 끼얹을 정도로 고등학교 급식은 맛이 없었다. ‘급식’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맛보다는 의무적인 끼니 해결의 수단으로 여긴다.
현장평가단이 참가팀의 학교급식을 평가하고 있다. ⓒ 원종현 기자
급식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행사가 열렸다. ‘친환경 학교급식 레시피 오디션’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20일 G푸드 비엔날레 기간 중 ‘친환경 학교급식 레시피 오디션’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학생들의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각 학교의 학생, 학부모, 영양교사가 팀을 이뤄 참가했다.
‘우리는 고등건강지킴이’ 팀이 선보인 홍합채소국과 시금치두부함박스테이크, 연근샐러드, 무조랭이떡왁저지로 이뤄진 급식. ⓒ 원종현 기자
참가번호 1번 당정중학교의 ‘소풍’팀은 “제철과일을 이용한 과일 샐러드와 건강에 좋은 떡을 이용한 급식을 선보이겠다”고 했고 참가번호 2번 ‘3D’팀은 “급식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음식을 선보이겠다”고 참가 의도를 밝혔다. 이밖에도 예선을 통과한 20개 팀이 참가해 치열한 경연을 벌였다.
현장평가단으로 참여한 한 평가자가 평가기준을 말하고 있다. ⓒ 원종현 기자
이날 현장평가단으로 참석한 한 평가자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급식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리 자녀가 먹을 급식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보려고 참석했다”며 “엄마들이 해주는 밥과 얼마나 비슷한지, 얼마나 엄마의 마음이 담긴 음식인지를 평가 기준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등학생 평가자는 “무조건 맛있으면 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렇게 다양한 평가단이 저마다의 평가 기준을 가지고 오디션에 출전한 급식 메뉴를 심사했다.
대상의 영광을 차지한 ‘우리는 고등건강지킴이’팀. ⓒ 원종현 기자
경연 결과 영예의 대상은 이영화 숙지고 영양교사, 이덕자 수원공고 영양교사, 조윤경 수원정보과학고 영양교사로 이뤄진 ‘우리는 고등건강지킴이’팀이 차지했다. 이밖에도 금상 1팀, 은상 2팀, 동상 3팀 등 총 7팀이 수상했으며 수상팀에는 내년 1월 중 해외연수의 특전이 주어진다.
시상을 맡은 경기농림진흥재단 최형근 대표이사는 “굉장히 경쟁이 치열하다”며 “경기도에서는 그동안 친환경 학교급식을 위해 G마크 농산물이라는 최고의 식재료를 학교에 공급하고 있었으나 최고의 식재료가 어떤 음식이 될까 의문이 있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담당할 학생들만큼은 최고의 식재료, 최고의 레시피, 최고의 요리를 공급한다는 것을 확신했다. 참가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급식으로 인한 여러 가지 논쟁이 뜨겁다. 하지만 무상이냐 아니냐를 넘어서 하나의 공통의견은 있다. 바로 ‘인증 받은 안전한 식재료를 사용해 맛있고 영양가 있는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학교급식 레시피 오디션은 맛과 영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하는 경기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