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인류가 이룬 것들을 파괴하나 결국 재난을 극복하며 인류는 살아왔다. ⓒ 워너브라더스 공식 홈페이지
영화 <인터스텔라>는 먼 미래의 지구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거대한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결국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찾는 시도를 한다. 인터스텔라 뿐만 아니라 여러 재난 영화에서 인류에게 재난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와 모든 것을 파괴한다. 하지만 인류는 여태껏 불가능을 극복하는 능력으로 역사를 이어왔다. 그렇다. 우리는 재난을 극복할 것이다, 늘 그랬듯이.
지난 21일 용인시 남사면 경기도소방학교에서 작지만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재난현장 시뮬레이션 체험 행사’가 그것이다. 경기도가 재난상황에서 도민의 초기대피·대응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제작한 가상현실 기반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사전체험 및 만족도 조사를 위해 실시한 이번 행사에는 경기도 꿈나무·청소년·대학생기자단과 꿈나무기자단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간단한 환영인사 후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재난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특히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동영상이 나오자 다들 숙연해지는 분위기였다. 이어서 시뮬레이션의 조작법 설명이 이뤄졌다. 키보드 사용이 익숙한 기자와 같은 젊은 세대는 별 무리가 없었으나 꿈나무기자단과 학부모들은 키보드를 이용한 조작법에 약간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본격적인 시뮬레이션 체험이 시작되자 지하철에 불이나 지하철을 탈출해야하는 상황이 부여됐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조작 미숙 및 프로그램 이해 부족으로 탈출에 실패했으나 계속해서 반복하자 거의 모든 참가자들이 탈출에 성공했다.
참가자들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하기 전 캐릭터 설정을 하고 있다. ⓒ 원종현 기자
재난현장 시뮬레이션 체험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경험에 다들 진지하면서도 즐겁게 임하는 모습이었다.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국내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가상현실 VR기기를 이용한 체험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뿐만 아니라 불이 났을 때 연기가 차는 모습을 나타내듯 화면이 점점 어두워지는 점이나 방독면, 산소통, 손전등 등 지하철에 있는 구호물품을 확인할 수 있어 실제 재난상황에서 도움이 될 듯하다.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12월 개발완료 예정이라기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너무 부족해 보였다. 조작감은 물론이고 그래픽이나 시뮬레이션 진행에 있어 안타까운 점이 많았다. 조작감과 그래픽 등 기술적인 면에서 물리엔진은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였고 시뮬레이션 목표에 있어서도 생존을 위해 단순히 계단을 따라 달리는 게 전부라서 불이 났을 시 ‘계단을 향해 달린다’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자체보다는 도민의 재난 극복능력 향상을 위해 이렇게 소프트웨어적인 노력까지 병행하는 경기도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이 우주로 가는 원동력은 지구의 재난에서 벗어나고자 함이 아니다. 그것은 지구에 남겨진 딸,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경기도가 도민을 사랑하고 도민을 지키려는 소중한 마음으로 만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앞으로 도민 재난교육의 다음 단계로 발돋움 하는 기술 원천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