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상황 시뮬레이션 속 지하철 테러 현장에 있는 제2의 ‘심민규 기자’. ⓒ 심민규 기자
2003년 2월 18일, 대구 중앙로역에서 50대 남성이 휘발유를 담은 페트병 2개에 불을 붙여 지하철 객차를 뼈대만 남긴 채 모두 태워버린 참사가 있었다. 이 사고로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부상당했다. 사고 후 각 안전기관에서는 참사를 교훈 삼아 재난에 대처하는 능력을 높이고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12년이 지났다.
지난 21일 오후 3시, 재난상황에서 도민의 초기 대피와 대응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용인에 위치한 경기도소방학교에서 가상현실 기반의 ‘재난현장 시뮬레이션 체험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는 도 꿈나무·청소년·대학생기자 등으로 이뤄진 경기도 학생기자단을 대상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재난현장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사전 체험과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다.
조이스틱과 HDM기기, 조작법 안내문. ⓒ 심민규 기자
경기도소방학교의 재난 시뮬레이션 응용 훈련장에는 약 64대의 컴퓨터와 각 자리마다 조이스틱 패드, HMD라는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기기가 있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한선희 안전문화팀장은 “남경필 도지사가 ‘안전한 경기도 만들기’를 추진 중에 있고 경기도소방학교는 오는 12월 27일까지 시뮬레이션 사업을 완성할 예정”이라며 “이번 행사는 중간 사업 보고회처럼 진행하는 것이라 프로그램에 미숙한 점이 있어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김지희 소방관이 조이스틱 조작법을 학생 기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 심민규 기자
이어 김지희 소방관이 대구지하철 참사와 지하철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간단하게 설명했다. 학생기자들은 본격적인 시뮬레이션 체험을 시작하기 전, 조이패드와 HMD 기기의 조작법을 안내받았다.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지하철과 아파트, 노래방 등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난 상황을 고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날 체험 행사에서는 지하철 재난 상황을 체험하기로 했다. 재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3D 게임처럼 만들어졌으며, 5분이라는 시간 동안 가상 상황 속 제2의 ‘나’가 지하철 테러 현장에서 탈출해야 한다.
재난상황 시뮬레이션을 학생 기자들이 체험하고 있다. ⓒ 심민규 기자
이날 기자들은 약 1시간 동안 재난 시뮬레이션을 체험했다. 꿈나무기자단 학부모 노윤정(40) 씨는 “조이스틱 기계 조작이 어렵고 실제 상황에서는 가상 상황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상 상황보다는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기자들도 “게임하듯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즐겼지만, 미완성 프로그램인 만큼 실제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소방학교 관계자는 “재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아직 미완성 단계이고 실제 상황을 만들면 좋겠지만, 많은 예산이 들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가상 현실을 이용해 실제 재난 상황에서 대응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좋다. 하지만 아직 미완성 프로그램인 만큼 많은 오류가 존재한다. 또 많은 연령대가 과연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프로그램 완성까지 앞으로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좀 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숙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