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로 시행된 경기도 공공기관 직원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이 열린 21일, 수원 권선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응시생들이 교문을 빠져나오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지자체 산하기관 공개채용을 시행해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그동안 도 산하 공공기관은 직원채용을 수시·산발적으로 채용해 객관성이나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에 따라 도는 공공기관 직원채용을 일원화·규모화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우수 인재를 선발하고자 ‘공공기관 직원 공개경쟁채용 시험계획’을 발표했다.
공공기관별로 수시로 뽑던 기존 채용 틀에서 벗어나 26개 산하기관 채용시스템을 통합해 정기채용하는 방식이다. 채용공고와 원서접수·필기시험은 도에서 관할해 통합시행하고, 면접과 최종합격자 선발은 각 기관이 맡아 진행한다.
올해 하반기 채용을 첫 시험대로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원서접수를 받은 결과, 경기도시공사(28), 경기관광공사(1), 경기평택항만공사(5), 경기신용보증재단(20), 경기도청소년수련원(10), 경기문화재단(6), 한국도자재단(3), 경기콘텐츠진흥원(3), 경기도문화의전당(2),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2) 등 10개 기관 총 80명을 선발하는 이번 공채에는 6885명이 몰렸다.
21일 수원 세류중학교 등 9개 학교 244개 고사장에서 동시에 실시된 필기시험에는 4586명이 응시해 66.6% 응시율을 보여 공무원시험 평균 응시율 50%에 크게 웃돌았다. 필기시험 합격자는 27일 발표되며 12월 중 기관별 면접을 거쳐 중순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도가 나서 직접 공개채용을 실시함에 따라 시험경비 절감 등을 이유로 채용예정 인원의 3~15배까지 늘려놓은 후 서류전형에서 대거 불합격 처리되는 상황 없이, 모든 응시생은 균등한 시험 기회를 보장받게 됐다.
면접시험 대상자는 채용인원의 최대 5배수 이내로 축소해 학연, 지연, 인맥 등에 의한 채용 개연성을 배제했다. 12월 중 열리는 면접시험은 직무 중심 블라인드 면접을 원칙으로, 외부면접관을 3분의 2 이상 위촉해 공정성을 높였다.
21일 수원 세류중학교에서 열린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직원 공채시험 필기시험 응시자들이 시험지를 살펴보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도 관계자는 “이번 공개채용은 청년 구직자들에게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채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스펙이 아닌 진짜 실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 보다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평균 경쟁률은 86 대 1로, 경기평생교육진흥원은 단 2명을 뽑는데 304명이 몰려들었다. 경기평생교육진흥원은 152 대 1로 10개 기관 중 가장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경기신용보증재단도 20명 모집에 2919명이 지원해 146 대 1을 기록했으며 경기콘텐츠진흥원은 3명을 채용하는데 421명이 지원했다.
경기콘텐츠진흥원 인사담당 이현규 매니저는 “한 해 신규직원 4~5명 정도 채용에 평균 110 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여왔는데,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도 공채 통합 시행을 통해 경쟁률이 140 대 1까지 올랐다”며 “체계적인 채용 시스템과 홍보로 우리 기관에 좀 더 훌륭한 인재를 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업준비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도 통합 공채소식이 알려지면서 통합 공채 채용공고 홈페이지 접속건수는 한 달간 약 15만 건에 달하고, 공공기관 취업준비 온라인 카페에는 시험 관련 글들이 200여 건 이상 이어지면서 대기업 공채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기관 간 중복접수가 안 돼 꼭 가고 싶은 기관에만 응시하게 되니 불필요한 경쟁이 줄었다. 필기시험 전 서류전형을 없애 학벌 같은 편견을 없앤 점도 새롭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호응에 도 관계자는 “이전에는 공공기관별 채용절차가 각각 달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시험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이 컸지만, 이번 통합시행으로 이런 고충이 해결됐다”며 “모든 응시자에게 필기시험의 기회를 주는 등 스펙보다 능력 중심의 채용으로 공채의 객관성·공정성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내년부터 통합채용시험을 제도적으로 정례화할 예정이다. 도에 따르면 이번 공채에 대한 호응에 참여한 10개 기관 외에 인재채용이 시급한 타 공공기관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도 관계자는 “이번 공개채용이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만큼 내실 있게 준비해 공정한 채용시험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