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015 교육과정 개정 확정안이 발표됐다. 2015 교육과정 개정의 핵심은 통섭이다. 따라서 문·이과를 넘나드는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도입한다. 이러한 학문적 학제 말고도 인성교육이나 자유학기제 등 다양한 제도들을 도입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단순히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를 살아가는 시민이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안전’ 교육이다.
대한민국은 과거부터 잦은 재난에 휩싸였다. 2000년 이후만 살펴보아도, 대표적으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14년 경주 마우나 리조트 참사, 같은 해 세월호 사고 등 다양한 재난에 의해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핵심은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사회적 분위기와 개인적인 안전대책의 미비였다.
불이 나면 모두가 도망가지만 소방관은 그 불길 속으로 들어간다. ⓒ 한현규 기자
이러한 재난들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에 ‘안전’이라는 교과목을 도입한 것이다. 수많은 재난에 대한 대비를 학생 때부터 반복 숙달을 통해 안전을 내면화하자는 취지이다. 이러한 새로운 교육제도의 도입에 앞서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서는 학생들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재난현장 시뮬레이션’을 개발을 시작해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재난현장 시뮬레이션은 일종의 롤플레잉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게임 안의 시민이 되고, 게임을 진행해 나가며 재난이 일어난 현장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며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지를 대략적으로 알게 해준다.
이러한 게임이 처음은 아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는 이미 ‘Go Fire’라는 재난훈련 시뮬레이션을 개발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Go Fire는 소방대원들을 훈련시키는 콘텐츠였지만 지난해부터 도민 교육용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Go Fire의 핵심은 자신이 소방관이 되어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었는데 반해 이번에 개발 중인 재난 시뮬레이션은 시민이 되어 대피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기도 소방관을 양성하는 경기도소방학교에서 이번 행사가 열렸다. ⓒ 한현규 기자
지난 21일 오후 3시, 경기도소방학교에서 시뮬레이션의 상용화에 앞서 학생기자단과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재난현장 시뮬레이션 사전체험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는 도 꿈나무·청소년·대학생기자 등으로 이뤄진 경기도 학생기자단을 주 대상으로 이뤄졌다. 학생기자단의 만족도 조사와 피드백을 통해 현재까지 개발된 시뮬레이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는 경기도재난안전본부의 의지가 느껴졌다.
재난현장 시뮬레이션 중 장소를 선택하는 장면이다. ⓒ 한현규 기자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시뮬레이션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3D 도입 초창기 수준으로 2015년의 시뮬레이션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또한 HMD를 활용해 VR 체험을 제공해주는데, 부족한 조작감과 현실감으로 인해 몰입도가 그리 높아지지는 않았다.
취지는 매우 좋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렇게 해야 한다 같은 명문적 구호가 아닌 실제 가상 체험을 통해 재난 상황에서의 행동 지침을 반복 숙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수준 자체는 포장하고 미화시키기에 그 한계가 분명했다.
그래서 이번 체험 행사가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도 학생기자단은 특유의 냉철한 시각으로 시뮬레이션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피드백 해서 양질의 시뮬레이션을 완성하길 바란다.
앞으로 교육현장에서 ‘안전’ 교과목이 도입된다면 이러한 시뮬레이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교육효과도 뛰어날 것이다. 앞으로 교실에서 교육받는 세대들은 완전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 국민이 소방관이 될 것이고 전 국민이 능숙하게 재난 대피자가 되어 참사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