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의 현황과 발전과제’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김문환 경기도 무한돌봄복지과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허선량 경기G뉴스 기자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복지(福祉)’란, 모든 사회 구성원이 빈곤에서 벗어나 일정한 생활수준을 적극적으로 보장받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투자(投資)’란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것을 말한다. 태생부터가 다른 ‘복지’와 ‘투자’를 결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경기도가 복지와 투자를 결합한 ‘사회성과연계채권(SIB : Social Impact Bond)’에 주목하고 있다. SIB는 민간이 공공사업에 투자해 성과를 달성하면 정부에서 약정된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2010년 영국 피터버러 시에서 교도소 출소자들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처음 시작돼 현재는 주요 선진국에서 정착되고 있는 제도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공동 SIB 국제 세미나 개최
도는 날로 증가하는 복지수요를 도민들의 증세(增稅) 부담 없이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 최초로 SIB 방식의 복지사업인 ‘해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보자’, ‘해를 보자’라는 뜻의 ‘해봄’은 탈수급의 의지와 희망을 담고 있는 명칭으로 도민의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11월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서울시와 함께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의 현황과 발전과제’를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열고, 국내 SIB 사업 소개와 해외 사례를 공유했다. 이날 경기도는 ‘해봄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2016년부터 2년간 저소득층 8백 명을 대상으로 근로의욕을 고취하고 일자리를 알선 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총사업비는 18억7천만원이며 이 중 민간투자금은 15억5천만원이다. 사업 목표는 참여자 8백 명 중 20%가 취업해 탈수급하는 것으로, 사업에 성공하면 투자자는 최대 14%의 투자수익금을 받게 된다.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투자자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원금 손실에 대한 위험부담을 최소화한 것도 특징이다. 투자자는 사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차등적으로 원금을 보장받고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100%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또한 투자금 외에 사회공헌자금을 활용한 기부로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기부금은 사업성공 시 수익금을 덧붙여 SIB 기금으로 조성되며 제2, 제3의 SIB사업에 쓰이게 된다.
김희연 경기복지재단 정책개발실장 ⓒ 허선량 경기G뉴스 기자
목표달성 시 투자자·경기도·국가·국민 모두 이익
발제를 맡은 김희연 경기복지재단 정책개발실장은 “사회성과연계채권의 해외 사례를 보면 대부분 아동이나 교도소 수감자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경기도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눈을 돌려봤다”고 말했다. 이어 “수급자를 선발해서 일대일 사례 진단을 할 것이다. 가족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가족 서비스를 제공하고 근로의욕이 없으면 근로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라며 “2년간 1백60명의 탈수급을 유지하면 28억3천만원의 사회적 비용이 감소된다. 투자자들은 시세보다 높은 인센티브와 사회공헌으로 보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경계선급 지능 및 경증지적장애 어린이를 대상으로 사회성과연계채권 모델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 모델은 서울시 내 총 62개 아동복지시설(그룹홈)에서 생활하는 경계선급 지능 및 경증지적장애 아동 1백 명을 대상으로 사회성과 지적 능력을 개선하는 교육사업이다. 사업이 끝난 뒤 사업 수행단체들의 성과를 평가해 ‘원금+성과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홍우석 서울시 가족담당관 아동복지팀장은 “경계선급 지능 아동은 지능지수(IQ)가 71∼84, 경증지적장애 아동은 IQ가 64∼70인 어린이들이다. 이들은 정서불안과 따돌림, 학습부진과 사회부적응 등의 문제를 겪고 있지만 장애로 인정받지 못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방치하면 정신지체 상태로 떨어져 사회 취약계층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업이 성공할 경우 시설 퇴소 후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기초생활수급비 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 37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날 세미나에서는 호주, 영국, 프랑스에서 온 전문가들이 각국의 사회성과연계채권의 현황과 시사점을 공유하기도 했다. 호주 정부 사회성과연계채권 정책자문관인 엠마 톰킨슨은 “이 사업은 투자자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일하는 것”이라며 “호주의 경우 여러 제도를 정비한 다음에 투자자를 유치했다. 어떻게 협력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그룹 SOS의 국제개발부 부회장인 프랑소와 코멧은 사회성과연계채권이 사회적경제 분야에 새로운 주체를 유입하고, 사회 혁신을 앞당기는 좋은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는 이번 세미나에 앞서 지난 10월 29일 수원 라마다호텔에서 경기복지재단과 함께 ‘사회투자와 복지’라는 주제로 복지경기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경기도는 11월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서울시와 함께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의 현황과 발전과제’를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 허선량 경기G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