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생생화화(生生化化) 프로젝트 ⓒ 경기도미술관
경기도미술관은 11월 26일부터 2016년 1월 24일까지 2015 생생화화 프로젝트 <시간 수집자> 전시를 개최한다. 올해로 3회째인 이 전시는 경기문화재단의 창작지원사업을 통해 선정된 작가들의 신작을 선보이는 연례전으로 이창훈, 고창선, 박은하, 김준, 전명은, 정희정, 장영원, 이지영 작가가 참여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은 그 누구보다 섬세하게 시간의 결을 살핀다. 인지하지 못한 채로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미처 이름을 얻지 못한 것들을 돌보고, 누군가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온 의미에 제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은 그 누구보다도 예술가의 일이다.
때때로 시간은 여러 겹으로 쌓이거나 꽤 커다란 공간을 차지하므로, 순간순간 무엇이 오고 갔는지, 어떤 색이 피고 졌는지를 관찰하는 예술가들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전시에서 만나게 되는 이창훈의 작품은 익숙한 시간에 대한 관념과 이미지에 대한 물음을 통해 현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고창선의 신작들은 서로 조합을 이루지 않을 듯한 대상들을 한데 놓고 그 앞에 관람자를 마주하게 해 각자의 시간 속으로 개입하도록 만든다.
물론 그 낯선 순간에 작가 특유의 유머와 위트가 빠지지 않는다. 시간과 의미의 연결고리를 밧줄로 시각화해 무수히 웅성이는 이야기를 회화로 풀어내는 박은하의 작품과 삶의 한 장소였던 공간이 깊숙이 내포하고 있는 소리를 하나하나 채집해 작가가 아니었다면 결코 들을 수 없었을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김준의 사운드 아카이브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영화와 방송의 특수 음향 효과를 담당하는 폴리 아티스트의 오브제들을 사진으로 담아내면서 각각의 대상이 만들어내는 초현실적인 소리를 상상하게 만드는 전명은의 신작 또한 수고로운 시간의 산물들이며, 늘상 생활하는 공간을 쉼 없이 되돌아보는 작업을 통해 같은 공간을 회화와 사진, 애니메이션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로 담아내 그곳이 진실로 함의하고 있는 풍경이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정희정 작가의 작품이나, 자연스럽게 서로를 격리시키고 배타적인 구역을 서서히 만들어가는 삶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영원의 작품 또한 대상을 향한 예술가들의 독특한 접근 방법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시간들이다.
시간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단절시키며 삶의 순간순간의 단면을 마주하게 하는 이지영 작가의 작품 역시 찰나의 시간마저 놓치지 않는 예술가의 시선이 제안하는 풍성함이다.
<시간 수집자> 전시는 현존하지 않는 시간을 드러내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다채롭고 미시적인 일상의 틈을 살피고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