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뮤직 JAZZ로 통하다’를 주제로 펼쳐진 2015년 마지막 렉처콘서트. ⓒ 김미진 기자
경기도인재개발원은 작년부터 매월 넷째 주 문화가 있는 수요일에 교육생, 공무원, 도민을 대상으로 ‘렉처콘서트’를 개최해왔다.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는 ‘월드뮤직 JAZZ로 통하다’라는 주제로 2015년 마지막 렉처콘서트가 열렸다. 예술과 인문학을 융합해 공무원들과 도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2015년 마지막 렉처콘서트는 소통의 음악인 재즈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2015년 마지막 렉처콘서트인 만큼 국내 재즈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국제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이자 실용음악관련 국내 1호 박사 뮤지션인 최성락 하늘뮤직 대표가 해설을 맡았다. 연주는 5장의 음반을 발표한 퓨전재즈밴드 ‘워터칼라’가 담당했다. ‘워터칼라’는 ‘수채화’라는 뜻으로 재즈, 펑크, 브라질리언, 유러피언 등 다양한 장르를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담아내겠다는 밴드의 음악세계를 나타낸다.
“Oh? Ah!가 아닌 Ooh!”
최 대표는 콘서트에 앞서 음악이 관객에게 주는 세 가지 반응이 있다고 소개했다. 첫째로 ‘Oh?’는 별 감흥이 없는 반응이다. 둘째로 ‘Ah!’는 음악을 듣고 그 음악을 이해하는 경지다. 마지막으로 ‘Ooh!’는 음악을 듣고 감명을 받은 상태를 나타낸다. 최 대표는 “요새는 감동을 받을 만한 콘텐츠가 없다”며 스낵컬처의 유행을 지적했다. 이어 “재즈로 인생에서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되었으면 한다”며 관객들에게서 ‘Ooh!’의 반응이 나오길 기대했다.
재즈밴드 ‘워터칼라’의 경쾌한 연주와 보컬 김효정의 우아한 노래가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 김미진 기자
처음 곡은 ‘Fly me to the moon’으로 시작했다. 아직까지 관객들은 ‘Oh?’의 반응을 보였다. 곡이 끝나고 최 대표는 재즈에 대해 본격적으로 설명하며 재즈를 “연주자와 관객이 모두 느낌을 주고받는 음악”으로 소개했다. 또한 연주자의 즉흥연주와 솔로 연주를 특징으로 꼽으며 “리듬을 가볍게 타면 스윙리듬이 내 몸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최 대표의 설명을 듣고 ‘Ah!’하고 반응했다.
이어서 ‘Route 66’, ‘L.O.V.E’, ‘O pato’가 이어졌다. 보컬 김효정의 우아한 노래와 연주자들의 흥겨운 연주에 어느새 관객들은 몸을 흔들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최 대표의 말처럼 스윙리듬이 몸에 들어온 것이다. 재즈가 몸속에서 따듯한 느낌의 수채화처럼 퍼지자, 관객들은 ‘Ooh!’를 외쳤다. 연주자와 관객들이 재즈를 매개로 서로 소통하는 순간이었다.
잼처럼 달콤한 재즈의 맛, 잼 연주
“틀린 음은 없다”며 관객을 격려하는 최성락 하늘뮤직 대표. ⓒ 김미진 기자
관객들이 연주자들과 즉흥적으로 합주를 펼치는 잼 연주도 진행됐다. 잼 연주는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연주로, 과거에 음악을 교육받지 못한 흑인들이 타고난 리듬으로만 연주했던 재즈의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느낌을 잘 표현하는 요소다. 관객들은 정해진 악보 없이 건반을 느낌대로 치며 ‘워터칼라’와 합주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잼 연주는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최 대표는 건반 앞에서 망설이는 관객에게 “재즈의 아름다움은 불안정에 있다”고 말하며 “재즈에서는 틀린 음이 없으니 아무 음이나 쳐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격려했다. 최 대표의 말처럼 건반 앞에 앉은 관객들은 모두 멋진 합주를 펼쳤다. 관객들은 예상 외의 훌륭한 잼 연주를 듣고 즐거워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세계를 통합하는 진정한 소통과 조화의 월드뮤직 JAZZ
2015년 마지막 렉처콘서트인 ‘월드뮤직, JAZZ로 통하다’는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재즈의 거장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와 ‘Doralice’로 마무리됐다. 제목에서부터 따듯한 감성을 지닌 재즈의 성격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노래였다. 콘서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즈의 철학인 소통과 조화를 발산했다.
“재즈의 아름다움은 불안정에 있다”는 최 대표의 말은 정해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을 ‘틀림’으로 몰아가는 세태를 반성하게 만든다. 재즈에는 틀린 음이 없고 아무 음이나 잘 어울리는 것처럼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서로가 서로의 불안정함을 보조해주고 도와주는 재즈 연주는 우리 사회가 가져야할 태도를 보여준다. 불안정함을 조화로 풀어내는 순간, 우리 사회는 ‘Ooh!’라고 외치며 즐거운 박수를 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