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화가’란 조선 고종 때 신재효(申在孝)가 지은 단가로, 제목에서는 단순히 복숭아꽃과 오얏꽃이 핀 봄 경치를 노래하는 작품처럼 보이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일종의 연서임을 알 수 있다.
영화 ‘도리화가’ 포스터. ⓒ 도리화가 공식사이트
최근 개봉한 영화 ‘도리화가’에서 진채선 역은 수지가, 신재효 역은 류승룡이 맡아 연기했다. 신재효는 조선 후기의 판소리 이론가, 개작자, 후원자이며 동편제와 서편제의 장점을 조화시키면서 판소리의 듣는 측면과 더불어 보는 측면을 강조했다. 진채선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판소리 명창으로 신재효의 제자이다. 여성이 소리를 할 수 없던 조선시대에 경복궁 낙성연에서 판소리를 선보이고 좌중을 감동시키며 인정받았다. 신재효는 진채선을 시작으로 여자도 판소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한다.
‘도리화가’는 ‘아이돌 연기자’라는 불리한 타이틀을 가졌던 수지에게 관객들이 그의 연기력에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류승룡과 송새벽, 김남길 외 다른 연기자들의 연기도 모두 조화로운 영화였다. 그럼에도 도리화가가 흥행하지 못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극이기에 가장 최근에 흥행했던 ‘사도’를 떠올리며 큰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도리화가’는 기대에는 못 미치는 작품이었다. 영화에서는 신재효와 진채선 사이에 스승과 제자라는 선을 넘은 러브라인을 보여준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픽션이라고 하기엔 관객들에게 약간의 거부감을 갖게 했다. 그런 거부감에서 짜내는 감동은 관객의 마음을 울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용을 중간 중간 생략한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잦은 페이드아웃이었다. 영화의 줄거리에 집중하고 있는 중간에 자주 나오는 페이드아웃은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끊어버렸다.
‘도리화가’의 상영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 ⓒ 윤여정 기자
2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도리화가’는 지난달 25일 개봉 후 누적관객수가 26만4856명에 그치고 예매율은 단 4.6%에 불과하다. ‘도리화가’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이다.
경기도는 영상산업 기반 조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로케이션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파주에서 영화 ‘암살’의 시사회를 개최한 데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 시사회이다. ‘도리화가’는 경기도 수원의 화성행궁에서 영화의 주요 장면을 촬영한 바 있다. 경기도 로케이션 지원 사업은 영화 촬영지를 관광지로 연계해 도내 관광객을 유치하고, 새로운 촬영지를 발굴하며, 지역 경기의 활성화와 경기도의 브랜드 이미지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기대효과도 예상보다 덜할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