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가 하버드 대학에 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 몸에 상처가 났을 때 피를 응고시키는 세포는 무엇인가요?”
“현재의 간송미술관의 시초가 된 곳은 어디인가요?”
“광주시민들이 군사독재에 반대하며 벌인 시위는 무엇일까요?”
한 문제, 한 문제 읽힐 때마다 강당에 모인 학생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 11월 18일과 20일, 수원 신풍초등학교 (교장 임종석)에서는 5, 6학년을 대상으로 독서골든벨 행사가 펼쳐졌다. 미리 정해진 5권의 책으로 각 반별 예선을 치르고, 예선을 통과한 100명의 학생들이 강당에 모인 가운데 본선이 진행됐다.
수원 신풍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독서골든벨 본선 ⓒ 수원 신풍초등학교 홈페이지
가을이 되면 많은 학교에서 독서감상문 대회, 독서신문 만들기 등 다양한 독서 관련 행사가 열리지만, 신풍초등학교의 독서골든벨은 특히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이는 한 공중파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고등학생 퀴즈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온 것으로, 학생들의 독서 흥미를 유발하고, 평소 읽지 않던 분야의 책을 접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진행을 맡은 박애숙 교감이 한 참가자에게 질문을 하는 모습 ⓒ 수원 신풍초등학교 홈페이지
신풍초등학교 6학년 독서골든벨 도서는 총 5권으로, 과학, 역사,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선정되었다. 독서골든벨 행사가 공지된 후 꿈기자도 이 책들을 대여하러 다녔지만, 학교 도서관은 물론이고, 신풍초 인근 도서관에도 독서골든벨 선정도서가 모두 대출되어 뒤늦게 준비하는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독서골든벨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 6학년 독서골든벨 선정도서
<우리 몸은 작은 우주야> (해와 나무)
<장애를 넘어 인류애에 이른 헬렌 켈러> (창비)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 (샘터)
<대한민국 독도 교과서> (휴이넘)
<대통령님, 무슨 일 하세요?> (을파소)
6학년 독서골든벨 선정 도서 ⓒ 수원 신풍초등학교 홈페이지
이날 행사는 100명의 학생들이 각자의 화이트보드에 답을 적어 머리 위로 드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당에 가득 차 있던 학생들은 문제가 늘어날수록 그 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남은 학생들은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 둘씩 탈락할 때마다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대통령님, 무슨 일 하세요?>에서 출제된 아테네 민주정치에 대한 문제에서는 정답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 잠시 둘로 나뉘어 틀린 친구들이 문제의 오류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정답으로 확인되어 강당에는 기쁨의 환호와 아쉬움의 탄성이 엇갈리기도 했다. 그러나 꿈기자를 비롯해 대회 초반에 탈락한 친구들은 패자부활전을 거쳐 다시 기사회생하는 짜릿함을 맛보기도 했다.
문제를 풀며 즐거워하는 참가자들 ⓒ 수원 신풍초등학교 홈페이지
6학년 참가자 중 최후까지 남은 3인은 김진우 학생, 임주혁 학생, 그리고 꿈기자.
“일본이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한 근대사의 사건을 한일협정을 제외하고 한 가지 더 쓰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꿈기자가 정답인 샌프란시스코 협정(평화협정)을 맞혀 최후의 1인이 되었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골든징 문제를 맞히지 못해 최후의 1인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지난 18일, 먼저 치러진 5학년 독서골든벨에서는 김태현 학생이 마지막 문제를 맞혀 대망의 골든징을 울릴 수 있었다. 신풍초등학교는 국악특성화 학교인 만큼 골든’벨’ 대신 골든 ‘징’을 울리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마지막으로 출제된 골든벨 문제에 대한 답을 설명하는 꿈기자 ⓒ 수원 신풍초등학교 홈페이지
마지막 문제를 맞추고 힘차게 골든징을 울리는 5학년 김태현 학생 ⓒ 수원 신풍초등학교 홈페이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독서를 생활화할 것을 늘 권유한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는 ‘스스로, 즐겁게’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독서골든벨 행사처럼 ‘즐거운 독서’를 위한 참신한 프로그램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이번 행사는 평소 책 읽기를 싫어하던 학생들까지 재미있게 책을 읽고 퀴즈를 즐길 수 있는 유익한 행사였지만, 5,6학년에만 한정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년에는 저학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도서를 선정해 각 학년별로 독서골든벨 행사가 열리고, 더불어 골든징이 6번 모두 울려퍼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