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이 속담은 겉으로 보는 모습을 통해 1차적인 맛과 감각을 전해준다는 의미로 쓰인다.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적 요소야 말로 대상을 파악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먹는 것 뿐 아니라 우리가 구매하는 상품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실 내용물과 기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겉에 먼지가 쌓여있거나 후줄근한 모습이라면 어느 소비자라도 구매욕구가 솟지 않을 것이다.
현재 많은 영세업자와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려는 마을, 사회적기업들이 이러한 디자인적 문제점에 대해 고민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그런 그들을 위해 경기도가 발 벗고 나서 큰 효과를 본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도청 제3별관에서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경기도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 성과 전시회’가 열렸다. ⓒ 이주영 기자
◆ 새로운 디자인의 도입,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일 경기도청 제3별관에서 ‘경기도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 성과 전시회’가 열렸다. 이 전시회는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열렸으며 가천대학교, 경기대학교, 경희대학교, 한양대학교 등 4개의 학교가 참여해 재능기부를 통해 탄생한 성과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는 경기도가 마을기업과 시니어클럽 그리고 사회적기업 등을 디자인학과 학생들과 연계시켜 제품의 디자인 수준을 높이는 프로젝트다. 사회적기업 등은 제품의 디자인 완성도를 높여 영업 이익을 확대하고 학생들은 재능기부를 통한 보람과 실무 경험을 쌓는 윈윈정책이다.
2014년 우수 상품으로 선정된 제품들. 다양한 제품과 디자인이 눈에 띈다. ⓒ 이주영 기자
이번 전시회에서는 4개 대학의 재능기부 디자인 제품 외에도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중앙에는 지난해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우수 제품들을 선보였다. 우수 제품은 한 해 동안의 판매 수익으로 구분된다.
그 중 한 제품은 쌀로 만든 쿠키였는데 선물용 상자도 디자인돼 판매 중이었다. 용인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만든 이 제품은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효과와 연 7천만 원이라는 수익을 내고 있다. 원래 수익성이 없어 묻힐 뻔 했던 제품을 경기도와 연계해 디자인한 제품으로 내놓았더니 매출이 급상승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경기도 건축디자인과 공공디자인팀 신용복 주무관은 “마을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디자인 감각을 더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친환경 소재로 만든 주방세제와 콩과 녹두 등을 담은 팩에 전화번호 등 홍보효과를 겸비한 제품들까지 다양하게 전시돼 있었다.
‘호랑이 배꼽 쌀’은 독특한 이름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 이주영 기자
◆ 상품과 디자인의 결합, 달라진 모습과 효과는?
다양한 제품들 중 눈에 띄는 제품이 있었다. 바로 고구마였다. 보통 고구마는 큰 박스나 비닐봉투에 담아 판매한다. 시장도 그렇고 대형 마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본 고구마는 달랐다.
신 주무관은 “이 고구마는 디자인으로 성공한 사례 중 하나”라며 “들고 가기 쉽게 상자에 손잡이를 만들고 칙칙한 상자를 화사한 색감과 문구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그는 “덕분에 매출도 상승해 올해는 200박스를 내놨다”고 덧붙였다.
‘호랑이 배꼽 쌀’이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름의 쌀도 눈길을 끌었다. 이 쌀은 연천지역에서 생산한 쌀로 “한반도를 호랑이로 봤을 때 연천이 호랑이의 배꼽에 해당돼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며 “독특한 이름으로 경쟁력을 높인 좋은 사례”라고 신 주무관이 설명했다.
한 장애인 단체에서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꽃을 말려 차로 판매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디자인 실력이 더해져 대기업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세련된 포장이었다. 이밖에 폐현수막으로 만든 가방, 동전지갑 등도 눈에 띄었다.
◆ 디자인은 상품 밖에도 있다
디자인된 제품 외에 환경 개선을 위한 재능 기부나 자원봉사에 참여한 이들의 활동 사례도 살펴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사회복지시설의 환경 개선을 위해 디자인학과 학생과 교수가 직접 나섰다. 총 다섯 군데서 진행된 환경 개선 활동은 복도부터 바깥 정원 등 외형 부분에 덧칠 및 색을 입혀 화사한 분위기로 재탄생시켰다.
사회복지시설 기능 강화를 위한 디자인 지원도 있었다. 이는 노후화된 사회복지시설을 바꿔주거나 인테리어 설계를 해주는 등의 활동이었다. 또 상대적으로 지원이 적은 재가복지시설 등의 가구를 리폼하거나 새로 만들어주는 활동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올 한해도 많은 재능 기부자들과 마을, 기업들이 합심한 덕분에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 신 주무관은 “시작은 미약했으나 좋은 결과를 맺게 돼 만족스럽다”면서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디자인이나 설계 부문의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디자인학과 학생과 교수 등 보다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