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 경기도정의 핵심 키워드는 ‘경기연정’입니다. 특히 지난 4일은 경기연정의 상징이자 결실인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가 취임한 지 1년이 된 날입니다. 그동안 경기도는 연정 시스템 정착에 힘쓰며 도의회는 물론, 도교육청, 시·군, 광역지자체와의 연정으로 외연을 넓혀왔습니다. 생활임금조례 시행, 따복공동체 추진 등 경기 연정의 성과도 속속 쌓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도민 중에는 “경기 연정이 대체 뭐지?”라며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에 <경기G뉴스>는 이기우 부지사 취임 1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경기연정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연정에 대한 도민 이해를 돕는 「도민과의 행복 약속, 경기연정」 기획시리즈를 제작, 연재합니다.[편집자 주]
‘도민과의 행복 약속, 경기연정’ 진행순서 |
1화 ‘경기연정의 어제와 오늘’
2화 ‘경기연정을 향한 시선들’- 연정, 삶의 질을 바꾸다
3화 ‘경기연정’의 성과와 과제 |
경기도청 도지사 집무실에 설치된 연리지(連理枝) 조형물. 연리지는 다른 나무끼리 가지가 이어져 엉켜 있다는 의미로 뿌리가 다른 나무가 한 몸이 돼 더불어 살아가는 것처럼 여야가 함께 도민 행복을 위해 소통·협력·상생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 경기도청
경기도청 도지사 집무실 벽에는 나무 모양의 연두색 조형물이 장식돼 있는데 그 모양이 특이하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보이는 연리지(連理枝) 이미지다. 연리지는 다른 나무끼리 가지가 이어져 엉켜 있다는 의미로 원래 지극한 효성이나 돈독한 부부애를 뜻한다.
이 조형물은 지난해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취임하면서 집무실을 리모델링할 때 설치됐다. 경기도에서 연리지는 연합정치의 상징이자 의지다. 뿌리가 다른 나무가 한 몸이 돼 더불어 살아가는 것처럼 여야가 함께 도민 행복을 위해 소통·협력·상생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경기연정이 출발한 지 1년여가 지났다. 연리지처럼 뿌리가 다른 두 개의 정치 세력이 하나의 나무처럼 보이고 있다고 확언하긴 시기상조다. 물론 의미 있는 결과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갈등과 대립의 정치 환경을 개선하려는 경기도의 노력들, 예컨대 도의회는 물론 시·군, 교육청, 광역자치단체와의 잇따른 연정, 야당 인사를 등용해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실현한 사회통합부지사 임명 등은 ‘연리지’로 가는 경기연정의 밑거름이다.
사회통합부지사 임명…경기연정의 초석을 놓다
연정은 도지사 후보 시절 남경필 지사의 공약 중 하나였다. 5선 국회의원 출신인 남 지사가 주목한 것은 행정부와 의회가 모두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제 국가에서 필연적으로 대립을 불러오는 승자독식·패자전몰 정치체제의 문제점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남 지사는 협치, 더 나아가 독일의 ‘대연정’ 같은 연합정치를 꿈꿨다.
도지사 후보 시절 남경필 지사가 연정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정무부지사 자리를 ‘사회통합부지사’라 명명하고 야당 인사를 등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도지사로 당선된 후 남 지사는 자신의 공약을 실천했다.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해 6월 남 지사는 야당에 사회통합부지사 추천을 제안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책협의를 하자고 역제안해 경기도 여야 정책협상단이 구성됐다.
이후 1~5차 ‘경기도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거쳐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청문 업무협약 체결, 지난해 11월 경기도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공동 협약문 체결에 이어 새정연에서 사회통합부지사 최종 후보로 이기우 전 국회의원을 선출했다. 지난해 12월 4일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가 취임하면서 마침내 경기연정의 첫 단추가 꿰어졌다.
지난해 12월 4일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 취임식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축하 꽃다발을 건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사회통합부지사는 보건복지국, 환경국, 여성가족국, 대외협력담당관 등 사회·복지·보건 분야 업무를 관할한다. 또 경기복지재단, 경기의료원, 경기가족여성연구원, 경기영어마을, 경기도청소년수련원, 경기평생교육진흥원 등 6개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추천권도 갖는다.
당시 취임사에서 이기우 부지사는 “우리나라 최대 자치단체인 경기도의 초대 사회통합부지사로 임명된 것에 무한한 영광과 책임감을 느낀다. 경기도민의 삶의 질과 경기도정의 발전을 위해 통합·신뢰·소통의 세 가지 원칙을 지키겠다”며 “경기도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도정에 반영하겠다. 갈등 중재와 소통 창구의 역할을 맡아 경기도의 발전에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사회통합부지사 취임 후 경기연정은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구체적인 성과를 냈다. ▲‘도지사와 부지사가 찾아갑니다’(민생 현장 방문) ▲‘경기도 연정실행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 제정 ▲ 수원 지동 ‘따복안전마을’ 조성 ▲ 경기도의료원 ‘보호자 없는 병동’ 포괄간호서비스 확대 ▲초등학교 노후 화장실 및 통학로 환경 개선 ▲경기도 생활임금조례 개정 ▲메르스 위기 극복 등 지난 1년간 큰 족적을 남겼다.
특히 올해 1월 도의회와 집행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경기도 연정 실행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연정 예산 배분과 운용을 설정하는 재정전략회의가 신설돼 집행부와 도의회가 ‘함께 짜는 예산 연정’의 기틀이 마련됐다.
연정실행위원회 산하 재정전략회의는 지난 9월 생활임금, 공공산후조리원, 굿모닝버스, 따복기숙사, 평생학습마을, 빅파이프로젝트, 보육교사 및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경기북부지역 5대 핵심도로 건설, 학교급식 지원 및 제도화 등 32개 사업을 내년도 사업으로 확정했다. 이 사업들에는 연정예산 9401억 원이 반영됐다.
시·군, 광역지자체, 도교육청까지…연정, 외연을 넓히다
지난 9일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린 ‘제2차 도-시·군이 함께하는 상생협력 토론회’ 모습. ⓒ 경기G뉴스 유제훈
도의회와 집행부 간 협력은 경기연정의 토대가 됐다. 이를 디딤돌 삼아 경기도는 연정의 외연을 넓혔다. 시·군, 도교육청, 광역지자체와의 연정이 그것이다.
시·군과의 연정은 두 차례 ‘도-시·군이 함께하는 상생협력 토론회’로 빛을 발했다. 상생협력 토론회는 도지사와 시장·군수가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자리다. 시·군 현안과 광역 갈등 해결, 예산 연정의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남경필 지사가 제안해 마련됐다.
지난 4월 열린 제1차 상생협력 토론회에서는 ▲화성 공동화장장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수원-용인 간 경계구역 조정 ▲용인 자전거도로 ▲동두천 악취 해소 및 광역폐기물 처리시설 확충 등 5개 광역 갈등이 의제로 올랐다. 당시 도는 시·군 갈등 중재자 역할을 맡아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
이달 9일 열린 제2차 상생협력 토론회에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 공동 추진 ▲도-시·군 인사교류 개선 ▲재정 협력 ▲감염병 대응 등 4건이 합의됐다. 또 ▲진위·안성천 및 평택호 수질개선을 위한 공동 용역 추진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 개정 촉구 공동 선언 등의 결과를 도출했다.
연정은 기초지자체를 넘어 광역지자체로까지 확대됐다. 올 들어 도는 강원, 제주와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4월 강원도청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남 지사는 최문수 강원도지사와 DMZ를 활용한 관광상품을 공동 개발하고 양 지역의 관광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8월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협약을 맺으며 ▲일자리 창출 및 신성장산업 ▲농산물 등 유통판매 ▲도민교육 및 공무원 교류 ▲관광 ▲연구 등 5대 분야 총 14개 항에 협력하기로 했다.
경기도와 도교육청과의 ‘교육연정’은 보다 극적이다. 야당 출신 도교육감과 여당 출신 남 지사와의 연정이 과연 성공할까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였다.
도와 도교육청 간 오랜 갈등 현안이었던 학교용지부담금 전출 문제가 남 지사 취임 후 ‘교육연정’이란 기치 아래 풀리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다. 남 지사와 이재정 교육감은 지난 6월 30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함께 하면서 ▲학교시설개선 지원사업 ▲‘꿈의 교실’ 운영 지원 ▲창의·인성 테마파크, 곤지암 스포츠밸리, 반려동물 테마파크 등 4대 테마파크 조성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8월에는 교육연정 첫 사업인 ‘착한 교복 입기 사업’ 관련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 사업은 이른바 ‘반값 교복 입기’ 사업으로 도내 기업이 생산한 고품질 섬유소재를 활용, 최신 유행을 반영해 디자인한 교복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학생 학부모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착한 교복 품평회’도 열리면서 이 사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연정은 시대정신…생활 밀착 ‘민생연정’ 고민할 때
지난 11월 9일 오전 남경필 지사가 경기도 공무원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와 경기도정’ 주제 특강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연정을 통해 갈등을 없애고 상생하고 있다. 아직도 충돌과 갈등이 있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도와 도의회, 도교육청이 걸어 온 길과 몇 년 전을 비교해 보면 많이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정은 대한민국 전체가 받아드릴 시대정신이다. 내년 총선, 2017년 대선은 연정을 받아들이는 세력과 그렇지 못한 세력과의 대결이 될 것이다.”
지난 11월 9일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와 경기도정’을 주제로 1시간 여 동안 진행한 특강에서 남경필 지사가 한 말이다. 남 지사의 확신처럼 연정은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질 것인가, 아니면 한 번 휘몰아치고 사그라드는 미완의 혁신으로 끝날 것인가.
이와 관련해 유의미한 조사 결과가 있다. 도가 지난 7월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80%에 이르렀다. 대립과 갈등의 정치 대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도민이 얼마나 갈망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연정이 잘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후한 평가를 받기 이르다. 이제 1년,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 3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직원소통강좌에 나선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는 ‘지속 가능성’ ‘콘텐츠 충실’ ‘공감대 형성’ 여부 등 세 가지를 보완해야 연정이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합의에만 의존한 채 법적·제도적 기반이 미약한 연정이 지속적으로 추진력을 가질 수 있는가, 연정이 실질적 내용의 업그레이드 없이 이벤트성 홍보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 아닌가, 공직사회에서 연정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가 등을 자성한 것이다.
이 부지사는 더욱 강한 추동력을 갖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해 나가려면 경기연정의 상징인 사회통합부지사를 뒷받침해줄 실질적인 조직 강화는 물론, 생활정치·민생연정을 위한 연정 예산시스템의 내실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민생연정’이 향후 도정 키워드가 될 거란 얘기다. 이 부지사의 분석처럼 연정의 업그레이드는 생활 밀착형이어야 한다. ‘설령 그대가 정치에 관심 없을지라도 정치는 그대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했던 아테네 철학자 페리클레스의 말처럼 도민이 연정에 관심이 없더라도 연정은 도민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해서 삶의 질을 바꿔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