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여기가 남북회담본부야?" "장관님은 언제 오실까?" "무슨 질문을 하지?"
엄숙했던 남북회담본부의 분위기가 호기심에 찬 어린이들의 재잘거림으로 한결 밝아졌다. 하나같이 통일부 마크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기자증을 목에 건 이들은 바로 통일부 어린이기자단. 지난 4월 발대식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약속했던 기자단과 대화의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행사가 진행된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 통일부 어린이기자단 공식 카페 / 꿈나무기자단
지난 12월 23일 오전 11시, `홍용표 장관과 제4기 어린이기자단이 함께하는 통일 이야기` 행사가 열렸다. 300여 명의 통일부 어린이기자단 중 지난 9개월간의 활동 우수자 및 리포팅 영상공모전 수상자 등 총 40명의 기자들이 행사에 참석했다.
서울시 삼청동에 위치한 남북회담본부는 일반적으로 남북회담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최근에는 남북회담에 관한 운영 업무뿐만 아니라 모의국무회의 대회, 각종 세미나 및 강연과 같은 다양한 행사들이 개최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늘 텔레비전 뉴스로만 봤던 이 곳을 꿈기자가 직접 방문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장관님과 함께하는 통일이야기`는 어린이기자들이 그동안 궁금했던 분단과 통일 문제를 직접 질문하고, 통일부 수장으로 있는 홍용표 장관에게 생생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면 보고 일정으로 아쉽게 점심 식사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본 행사 시간에 맞춰 도착한 홍용표 장관은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었다. 때로는 엉뚱한 질문에 당황스러운 웃음을 짓기도 하고, 때로는 기자들의 깊이 있는 질문을 수첩에 메모하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통일 이후 통일부의 역할을 질문하는 꿈기자 ⓒ 통일부 어린이기자단 공식 카페 / 꿈나무기자단
어린이들의 질문에 친절히 답변하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 ⓒ 통일부 어린이기자단 공식 카페 / 꿈나무기자단
다음은 4기 통일부 어린이기자단과 홍용표 장관이 주고받은 `통일이야기` 중 일부이다.
Q.통일은 언제쯤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A. 사실 20년쯤 전에 같은 질문을 받고 "20년 후면 되지 않을까"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웃음) 그래서 섣불리 대답하긴 어렵다. 하지만 언제 통일이 되든, 통일을 미리 준비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통일부 어린이기자단 활동도 통일을 위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Q. 현재 남북관계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A.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불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세월 동안 계속된 대립 때문에 한 민족이 이제는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통일을 위해서는 서로 간의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핵심도 바로 그것이다.
Q. 현재 통일에 대한 경제적 준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A.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적 준비, 정말 중요하다. 독일 통일 이후에도 동독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었다. 따로 통일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고, 정부에서도 통일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탄탄히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Q. 통일한국에서 통일부의 역할은 무엇이 될까?
A. 통일이 된 후에 통일부가 해야 할 일은 몇 배로 늘어날 것 같다. (웃음) 우선, 통일을 위해 지금까지 준비해 왔던 것들을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모든 면에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또, 휴전선을 없애는 단순한 통일이 아니라 진정한 하나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통일부의 역할일 것이다.
Q. 장관께서는 통일미래의 어떤 모습이 가장 기대되나?
A. 사실 되게 단순한 건데, 비무장지대를 걸어서 건너볼 수 있다는 게 가장 기대된다. 얼마 전 DMZ 열차를 타 본 적이 있다. 열차에 올라타서 밖을 내다보니 쭉 뻗어 있는 철로가 눈에 들어오더라. `저 철로를 따라가면 북녘 땅까지 갈 수 있을 텐데...` 그 순간 `철마는 정말로 달려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일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해 보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Q. 북한 이탈 주민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A. 현재 우리나라에 정착한 북한 이탈 주민의 수는 2만 8000명 가량 된다. 통일부는 이들이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적응하고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어려움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생활비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이 아직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고, 북한 이탈 주민을 포용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Q. 자녀의 통일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A. 사실 특별히 하고 있는 건 없다. 아이가 토론을 좋아하는데 통일과 관련된 토론 주제가 나오면 그에 대해서 깊이 있게 설명해 주는 정도? 통일과 관련된 이슈를 알게 하려고 신문을 읽으라고 권유하고 있는데 실천을 안 한다. (웃음) 여러분은 신문을 읽으면서 통일을 더 폭넓게 알아갔으면 좋겠다.
Q. 앞으로의 통일부 어린이기자단 운영계획은 어떤가?
A. 지원하는 어린이가 있는 한 계속해서 운영할 예정이다. 통일이 된 후에는 남한과 북한의 어린이가 함께 어울려 기자 활동을 하는 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웃음)
통일부 장관과의 대화 모습 ⓒ 통일부 어린이기자단 공식 카페 / 꿈나무기자단
행사장 로비와 복도에는 통일부 어린이기자단의 우수기사와 통일 포스터 공모전 우수작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또, 발대식, 권역별 모임, 여름 캠프, 통일교육주간 프로그램 등 통일부 어린이기자단의 활동 사진을 보며 기자들은 지난 1년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통일부 어린이기자단의 활동을 담은 사진들 ⓒ 통일부 어린이기자단 공식 카페 / 꿈나무기자단
지난 11월 2일부터 15일까지 `우리가 꿈꾸는 통일미래`를 주제로 진행된 통일 리포팅 영상 공모전 시상식도 열렸다. 진아영(광양백운초 6), 천지안(서울발산초 5), 현연주(오마초 6) 기자는 남북통합학교의 학교생활, 통일토크쇼 등 참신한 아이디어를 담은 영상으로 통일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통일부 어린이기자단과 통일부 장관 모두 평화통일의 꿈으로 하나가 된 시간이었다. 행사를 마치고 남북회담본부를 나서는 길, 여러 가지 희망들이 꿈기자를 설레게 했다.
남북 간 대화와 소통으로 남북회담본부가 지금보다 더 분주하게 돌아갔으면 좋겠다. 더불어 남북한 어린이들이 어울려 통일부 어린이기자단 활동을 함께 할 그날을 기다려 본다.
통일을 향해 파이팅을 외치는 통일부 어린이기자단과 홍용표 장관 ⓒ 통일부 어린이기자단 공식 카페 / 꿈나무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