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올해 그린리모델링 대상지를 모집 중이다. 그린리모델링이 적용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실제 그린리모델링이 이뤄진 현장을 다녀왔다.
경기도 그린리모델링 대상지로 선정돼 확 바뀐 포천시 심곡1리 경로당. ⓒ 김기남 기자
지난 1월 15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심곡1리 경로당을 찾았다. 작은 시골마을에 위치한 경로당이라는 정보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낡고 오래된 건물이었다. 하지만 심곡1리 경로당은 그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리는 세련된 현대식 건물을 뽐내고 있었다.
경로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삼삼오오 짝을 이뤄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 사이로 온기가 흘러넘쳤다. “보일러 빵빵하게 돌리시나 봐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경로당 어르신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경로당 바닥은 따끈했고 실내 공기도 훈훈하다 못해 두툼한 겨울 외투를 입은 채로는 살짝 땀이 날 정도였다. 경로당 내부에 설치된 온도계를 살펴보니 실내 온도는 28℃.
“아침에 보일러 한 시간 돌린 게 다야. 그런데도 하루 종일 이렇게 따뜻해.”의아해하는 기자를 보며 한 어르신이 설명했다.
20년 된 낡은 경로당, 녹색건축물로 변신
관광지의 멋진 펜션 같기도 한 건물 외관과 냉기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훈훈한 실내는 심곡1리 경로당 어르신들의 자랑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심곡1리 경로당이 이런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심곡1리 주민들이 경로당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2년 전만 해도 겨울이면 외풍 때문에 얼굴이 시렸어. 공기가 차니까 보일러를 계속 돌리고, 그러면 바닥은 절절 끓어도 오래된 창문 틈으로 바람이 계속 들어오니 실내 온도는 안 올라가. 난방비만 엄청 나왔지.”
마을 주민 박순옥(87)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당시 심곡1리 경로당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1995년 사용승인을 받아 20년 이상 된 낡은 경로당이 지금처럼 변신하게 된 것은 경기도의 그린리모델링 사업 덕분이다. 도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2014년부터 에너지 효율이 낮은 노후 공공복지시설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축물로 전면 리모델링해주는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심곡1리 경로당은 2014년 대상지로 선정됐다. 효과적인 리모델링을 위해 공사 전 전문가가 경로당에서 직접 하룻밤을 보내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특히 열화상 카메라 촬영을 통해 건축물의 기밀 성능을 면밀히 분석했다. 당시 지적된 경로당의 문제점은 지붕 방수층 노후, 단열과 기밀 성능이 없는 창호로 인한 열손실, 서향 배치에 따른 일사량 과다, 벽면 습기 및 누수로 인한 이끼와 곰팡이 서식, 내부 단열재 파손으로 인한 단열 성능 미흡 등이었다.
기밀테이프 시공과 3중 창호로 외풍을 완벽 차단했다. ⓒ 김기남 기자
“내 집도 이랬으면…” 주민 만족도 100%
전문가가 분석한 문제점을 바탕으로 심곡1리 경로당에 1억여 원을 들여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실내 도배와 장판, 미닫이문 교체 등은 기본. 기존에는 50mm에 불과하던 외벽 단열재에 탄산칼슘계 단열재와 압출법단열재를 이용해 복합패널을 구성한 록셀보드 복합단열판을 100mm 두께로 보강했다. 지붕에는 압출법단열재와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했다. 낡은 창호도 3중 창호로 전면교체하는 과정에서 기밀테이프 시공으로 외풍을 차단했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 덕분에 냉난방비도 감소했다. ⓒ 김기남 기자
디자인적 변화가 가장 큰 부분은 전면부의 차양 파사드. 과거에는 비가 오는 날이면 창문으로 비가 들이쳐 창문을 열 수 없는 불편함과 서쪽으로 난 창문에서 하루 종일 쏟아지는 햇볕 때문에 여름이면 무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차양파사드 설치로 비바람을 막고 태양열의 일부만 투과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그린리모델링 후 심곡1리 경로당 주민의 만족도는 100%에 달한다. 실제로 실내 체감온도는 상승했고 냉난방비는 감소했다. 박순옥 어르신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공간이 됐다”며 “집보다 여기가 훨씬 좋아서 집에 가기 싫을 정도다. 내 집도 이렇게 고치고 싶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경기도는 올해 전면 그린리모델링 1개소와 부분 그린리모델링 약 10개소를 추진할 방침이다. 전면 그린리모델링의 경우 창호 개선, 외벽단열 시공, 기밀 성능 향상, 열회수 환기장치 설치 등 각종 그린리모델링 기술이 적용된다. 부분 그린리모델링은 창호 교체 공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도는 1월 20일부터 2월 19일까지 시·군의 신청을 받아 사업 효과·추진 의지 등을 종합평가한 후 전면 그린리모델링 대상지를 선정한다. 선정된 대상지에는 녹색건축분야 전문가를 파견해 설계·시공 등에 대한 자문과 함께 불편사항 등 의견을 수렴한 후 리모델링을 실시한다. 부분 그린리모델링은 3월부터 별도로 공모할 예정이다.
문의 경기도 건축디자인과 031-8008-3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