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추위를 많이 타고 손발이 차가워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손발이 차가운 증상이 평소에도 있어 그러려니 하는 사람이 많은데, 심각하게는 혈관이 막혀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도 있고, 면역력 저하로 신종플루 등 감염이나 발암 가능성도 높아진다.
혈관을 살리는 식보(食補) ⓒ G-Life 편집팀
한의학에서는 손발의 심한 냉감을 수족궐랭(手足厥冷) 혹은 사지궐랭(四肢厥冷)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궐(厥)의 의미는 ‘모두 다했다’, ‘모두 끝났다’는 의미로 양기가 모두 소진돼서 결국 냉증을 유발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수족냉증은 정기(正氣·면역력)가 허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의 하나로 과거부터 적극적인 치료 대상으로 삼았다. 또한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고 해서 건강을 위해서 항상 발은 따뜻하게 하라고했다.여기서 발은 ‘말초’와 ‘아래’를 대변하는 말로 손발과 아랫배를 동시에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손발과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건강의화두라고 할 수 있다.
냉증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다. 체열 발생에 문제가 생긴 경우도 있고, 체열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는데 혈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열 전달이 되지 않는다. 갑상선은 우리 몸의 열 생산공장으로 갑상선 질환이 있으면 열 발생이 잘되지 않는다. 평소 추위를 많이 타거나 피로감이 있고 식욕이 없는 경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인 경우가 많다. 혈관에 문제가 생겨도 손발이 차가워진다. 레이노병, 동맥경화증이나 버거씨병의 경우도 말초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기 때문에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을 차갑게 만드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초기에는 가벼운 증상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악화되면 체내에 산소 공급을 못 하기 때문에 조직이 괴사하기 시작한다.결국 손가락이나 발가락, 심지어 손목이나 발목을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일 수 있지만 혈관을 건강하게 하면 손발이 따뜻해지고 몸을 따뜻하게 하면 혈관을 통한 혈액순환이 좋아진다.
무엇보다도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낮은 체온보다 높은 체온에서 활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체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손발과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식보(食補)가 필요하다. 기미론(氣味論)이라고 해서 특정한 맛은 특별한 기운이 있다는 이론이 있다. 특히 매운맛은 뭉친 기운을 풀어서 발산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체온을 상승시킨다. 면역력도 높여서 감염도 막아준다. 대표적으로 생강(진저롤과 쇼가올), 고추(캡사이신), 마늘(알리신), 양파·대파·부추(황화아릴), 계피(시남알데하이드) 등이 매운맛을 낸다.
생강은 바이러스 등의 감염을 막는 효과가 있다. 그때는 껍질을 벗겨내지 않고 생으로 사용한다. 생강과 마늘은 감염을 이겨내는 효과가 강하다. 과거 중세 유럽에서 페스트를 이겨내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만들어진 빵이 바로 진저브레드(생강빵)다. 또한 페스트에 걸리지 않게 했다고 해서 유명해진 ‘4인조 도둑의 식초(Four Thieves Vinegar)’에는 마늘이 들어간다. 계피 또한 감염을 막아주면서 감염됐을 때 세포 손상을 줄이고 바이러스를 몰아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신종플루 등의 감염성 질환에도 생강과 함께 꾸준하게 달여 먹으면 예방효과가 상승된다.
생강과 마늘은 감염을 이겨내는 효과가 강하다. ⓒ G-Life 편집팀
생강을 이용할 때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는 껍질을 벗겨낸 후 편으로 썰어서 말린다음 프라이팬에 구워서 먹으면 기운이 더욱 따뜻해진다. 마늘은 냄새가 제거되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양파는 주황색 껍질을 버리지 않고 먹어야 효과적이다. 대파는 아래의 흰부분과 잔뿌리가 귀한 부분이다. 이 부분을 끓여 배꼽 주위를 찜질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