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국이와 엄마의 쉽고 재미있는 복날 이야기 ⓒ 김유빈 기자
엄마) 애국아, 너 올해 7월 17일이 무슨 날인지 아니?
애국이) 당연하죠. 제헌절이요!
엄마) 하하, 그것도 맞지만 바로 초복이란다.
애국이) 초복이요? 뭔가 들어본 거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어요. 그게 뭐예요. 엄마?
엄마) 초복은 세 번의 복날 중 하나란다. 첫 번째 복날을 초복이라 하고, 두 번째 복날을 중복, 세 번째 복날을 말복이라고 해. 다 합쳐서 복날 또는 삼복이라고 하지.
애국이) 우와 그러니까 초복, 중복, 말복은 세쌍둥이 같은 날이군요! 그럼 중복이랑 말복은 언제에요?
엄마) 좋은 질문이야.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에서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려. 하지만 해에 따라서는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한단다. 이런 경우를 월복이라고 해. 올해가 바로 월복이란다. 이제 중복과 말복이 언제인지 짐작할 수 있겠니? 자, 여기 달력을 받으렴. 엄마가 문제를 낼게 맞춰봐! 올해의 복날을 표시해 보겠니?

애국이와 엄마의 쉽고 재미있는 복날 이야기 ⓒ 김유빈 기자
애국이) 아까 엄마가 올해 초복이 제헌절과 같은 7월 17일이라고 하셨으니까, 중복은 열흘을 더한 27일! 그리고 올해는 월복이니까 말복은 거기에 20일을 더하면……. 8월 16일이요!
엄마) 어머, 우리 애국이 정말 똑똑한데? 잘했어.
애국이) 엄마, 근데 복날은 왜 있는 거예요?
엄마) 초복부터 말복까지의 삼복기간은 여름철 중에서도 가장 더운 시기야. 경칩이나 동지처럼 우리 조상들이 계절과 기상의 변화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이름을 붙여 두신 거지. 그중에서도 더위를 맡은 게 바로 복날이고. `삼복더위`라는 말 들어봤지? 몹시 더운 날을 이렇게 말하는 것도 다 복날에서 유래했단다.
애국이) 아하! 그랬던 거군요. 하지만 그렇다면 정말 큰 일인 걸요. 지금도 이렇게 더워서 매일 아이스크림 먹는데 그때는 하루에 아이스크림 세 개씩 먹어도 더울 거 같아요. 어쩌죠?
엄마) 아이고 애국아, 배탈 나겠다.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음식이 빠질 수 없지. 복날에는 엄마가 복날에 먹는 맛있는 음식을 해줄게. `몸보신 한다`는 말 들어봤지? 몸에 영향을 보충해서 건강하도록 돕는다는 뜻이야. 복날에는 보신을 위해서 특별한 음식을 먹는단다. 개를 잡아서 개장국을 먹거나 닭과 병아리 중간 정도의 닭을 잡아서 영계백숙을 먹기도 해. `이열치열`이란 말도 들어봤지? 팥죽을 먹으면 더위도 먹지 않고 질병도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팥죽을 먹기도 한단다.
애국이) 개장국이요? 저는 안 먹을래요. 강아지가 불쌍해요. 먹는 거 말고 복날에 시원하게 계곡으로 놀러 가요!
엄마) 하하, 애국이는 엄마가 맛있는 닭개장 해줄게. 계곡 하니까 생각났다. 엄마의 할머니께서 말씀해 주신 건데, 복날에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는 말이 있대. 그래서 복날에는 아무리 더워도 목욕을 하지 않으셨다지 뭐야. 하지만 초복 날에 목욕을 했다면, 중복 날과 말복 날에도 목욕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 이런 경우에는 복날마다 목욕을 해야만 몸이 여위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지. 참 재밌는 관습이지?
애국이) 헥, 저는 안 씻으면 땀나서 잠도 잘 안 오던데 가장 더울 시기에 다들 대단하네요. 엄마, 이런 이야기 재미있어요! 더 해주세요.
엄마) 또 뭐가 있더라. 아, 그래. 복날에 누가 나이를 한 살씩 더 먹는 줄 아니? 바로 `벼`란다. 벼는 줄기마다 마디가 셋 있는데 복날마다 하나씩 생기고, 이게 벼의 나이를 나타낸다고 해. 그리고 이렇게 세 개의 마디가 생겨야 비로소 이삭이 패게 된다고 하더구나.
애국이) 벼가 나이를 먹는다니, 참 재미있는 생각이네요.
엄마) 애국이의 할아버지도 대추 농사 지시는 거 기억나지? 대추나무는 복날마다 꽃이 핀다는데, 이날 날씨가 맑아야 대추 열매가 잘 열린다더구나.
애국이) 그럼 복날 비가 오면요?
엄마) 이날 비가 오면 대추 열매가 열리기 어렵고, 결국 대추농사는 흉년이 들게 되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사실 이 말은 대추농사를 많이 하는 이 지방에서는 혼인비용과 생계에 있어서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이를 풍자해서 만든 말이라고 하더구나.
애국이) 휴,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비가 와서 대추농사가 흉년이 들까봐 순간 대추농사 하시는 할아버지 걱정이 들었어요.
엄마) 아이고, 할아버지 걱정하게 해서 엄마가 다 미안해지네. 그럼 우리 이번 주말에 할아버지 댁도 가고 근처 계곡에서 물놀이할까?
애국이) 으악, 우리 할아버지 댁만 가고 계곡은 가지 마요. 사실 계곡도 가고 싶긴 한데……. 아까 이야기대로 몸이 휘이면 어떡해요.
엄마) 하하하, 지난 초복 때 물놀이 가서 신나게 놀았던 건 기억 못 하는구나?
애국이) 정말요? 어라, 몸이 안 휘어있네! 엄마, 이번 주에 할아버지 댁이랑 계곡으로 꼭 놀러가요!
엄마) 그래 애국아, 놀러 가자!

애국이와 엄마의 쉽고 재미있는 복날 이야기 ⓒ 김유빈 기자
※본 기사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을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