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시대가 개막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을 위한 시책 개발 등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한계도 명확하다. 여전히 ‘2할 자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시점에서 <경기G뉴스>는 도민의 자치분권 인식을 높이고자 지방분권 현주소, 지방자치 발전방향 등을 다룬 릴레이 기고를 연재한다. 기고자는 경기도지방분권협의회 위원들이다.[편집자 주]
라휘문 성결대 행정학부 교수(경기도지방분권협의회 위원). ⓒ 경기G뉴스
우리나라는 1991년 민선 지방의회 구성에 이어 1995년 4대 지방선거를 실시함으로써 지방자치를 재실시하게 됐다. 4대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해도 벌써 성년의 나이를 넘기게 된 것이다.
지방자치를 재실시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아마도 그중의 하나는 지방자치가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경쟁력과 지방분권의 관계를 연구한 수많은 선행연구를 통해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선행연구의 결과처럼 지방자치가 국가경쟁력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지방자치를 더욱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그리고 자치사법권으로 분류되는 자치권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자치입법, 자치행정보다는 재정문제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재정은 지방자치의 항구적 존립을 위한 기능 수행의 물적 토대를 제공하는 본질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재정문제는 자율성과 책임성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논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율성은 지방자치단체가 충분한 양의 재원을 스스로 확보하고 필요한 용도에 자유롭게 지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여기에는 양적인 문제와 질적인 문제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책임성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간의 관계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예산과정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재정운영상황을 공개하고 참여를 보장하는 등과 같은 다양한 책임성 확보장치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자료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은 2014년 결산기준 국세 76.9%:23.1%로 나타났다. 일본의 67.7%:42.3%와 비교할 때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는 2할 자치이고 일본은 4할 자치가 되는 셈이다.
중앙재정과 지방재정을 세입예산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2014년 기준 중앙재정:지방재정:교육재정은 55.9%:33.3%:10.8%로 나타났고 재정사용액을 기준으로 하면 42.3%:42.8%:14.9%로 나타났다.
즉, 세입예산에 비하여 재정사용액을 기준으로 하면 지방재정이 중앙재정에 비하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등과 같은 이전재원 때문이다. 특히, 용도가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매칭을 전제로 하는 국고보조금이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칭도 없는 지방교부세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점을 토대로 하면 지방자치단체는 양적인 측면에서 볼 때 충분한 양의 재원을 스스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용도가 정해져 있는 매칭을 전제로 한 국고보조금의 비율이 높은바 세출 역시 충분히 자유롭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기채의 경우 총액한도를 행정자치부로부터 승인받고 있고 과세자주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등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반면 책임성과 관련해서는 중기지방재정계획, 재정투자심사, 지방채발행총액한도, 지방비부담협의, 지방재정영향평가, 지방재정분석․진단, 재정위기단체 지정, 지방재정인센티브 및 교부세 감액, 지방재정공시, 예산불법지출․낭비의 주민감시 등 다양한 제도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라휘문 교수는 “지방자치, 재정분권이 국가경쟁력에 기여한다면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앙정부의 대리인이 아니라 동반자로 인식하여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재정을 확충할 수 있도록 지방소비세, 지방소득세 등을 인상하고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지역 간 격차문제는 지방교부세율을 인상하여 교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기G뉴스
살펴본 내용을 토대로 하면 우리나라의 지방재정은 자율성보다는 책임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은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동반자적 관계가 아닌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인식은 지방재정 확충에 대한 중앙정부의 접근방법이 지방자치단체의 요구와는 차이를 보이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지방재정을 확충할 수 있도록 국세의 지방세 이양, 신세목의 발굴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기보다는 지방자치단체 간 재원의 불균형문제를 이유로 중앙정부에서 세수를 징수한 후 일정한 기준에 의거하여 배분하기를 원한다.
만약 지방자치, 재정분권이 국가경쟁력에 기여한다면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앙정부의 대리인이 아니라 동반자로 인식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재정을 확충할 수 있도록 지방소비세, 지방소득세 등을 인상하고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지역 간 격차문제는 지방교부세율을 인상하여 교정하여야 한다.
물론 향후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인식도 변화되어야 한다. 재정적으로 풍족한 지방자치단체는 열악한 지방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중앙정부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 문제는 지방이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지방재정의 책임성확보 역시 지방자치제의 취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의 주민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이를 위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라휘문(경기도지방분권협의회 위원, 성결대 행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