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곶교지광주략도 ⓒ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남한산성 옛길은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지지>에서 구획한 조선시대 10대로 중 봉화로를 기반으로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조성하고 있는 역사문화탐방로이다. 봉화로는 한양에서 흥인지문, 전곶교, 신천진, 송파진을 지나 경기도에선 율목정, 광주, 검북참, 이천, 음죽, 장호원을 지난다. 이후 충주, 단양, 죽령, 풍기를 지나 봉화에 이르는 약 500리(약 196km) 노선이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올해 봉화로 경기도 구간 원형을 고증하고, 2017년 복원을 통해 향후 지속적인 활용을 추진할 예정이다. 남한산성 옛길은 명백한 특성을 가지고 역사문화탐방로로 개발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옛길은 여주 영릉을 참배하기 위해 조선시대 왕들이 걸었던 거둥길이며, 길 요소마다 장시가 발달해 보부상들이 걷던 보부상길이기도 하고, 경상 지방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기 위해 걸었던 과거길이기도 하다.
이처럼 남한산성 옛길은 자연스럽게 역사적 가치가 강조될 수 있으며, 주변에 문화유산과 스토리자원이 많이 남아 있어 옛길의 특징적 성격을 구현하기에 적합하다. 남한산성 옛길을 고증하는 데는 1860년대 중반 김정호에 의해 집필된 <대동지지>와 1885년 일본군 가이즈 미쓰오 대위가 간행한 <자전곶교지광주략도>의 도움이 컸다.
<대동지지>를 통해서는 성남을 통과해 남한산성 남문(지화문)으로 올라가던 노선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자전곶교지광주략도>를 활용해서는 하남을 통과해 남한산성 북문(전승문)으로 가던 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사료 조사와 현장 답사를 통해 성남, 하남, 광주, 이천, 여주를 관통했던 봉화로 원형 노선에 대한 파악이 완료된 상황이다.
다음 차례는 복원이다. 옛길을 복원하면서 원형 노선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당시의 노선이 차도로 전용돼 도보안전성이 위협받거나 현재는 훼손돼 도보쾌적성이 현저히 방해받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내년부터 전개될 남한산성 옛길 복원은 두 가지 기준을 갖고 추진된다. 첫 번째 ‘가능하다면 원형 노선을 따를 것’, 두 번째 ‘원형 노선이 훼손·멸실돼 대체 노선을 고려할 때에는 주변 역사문화자원과 연결할 것’이다. 원형 노선 복원을 통해 본래 내재돼 있던 역사적 가치를 일깨울 수 있을 것이며, 주변의 역사문화자원과의 연계로 각 문화자원의 점적 활용과 함께 선적 활용도 도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남한산성 옛길은 2016년 고증 작업을 거쳐 2017년 복원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에는 현대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체험프로그램, 교육프로그램, 민-관 협력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용 기획이 추진된다. 이처럼 추후 완벽한 모습을 갖춘 남한산성 옛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시간에 같은 길을 걸었던 선조들의 흔적을 되짚을 수 있게 될 것이며, 길 따라 흘러온 문화유산과 스토리자원은 도보객들의 사색도 풍부하게 해줄 것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요즘 세태는 지금의 길들을 지점과 지점을 연결하는 최단거리의 ‘직선’으로 만들어버렸다. 가끔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구불구불’ 돌아가는 옛길을 걸으면서 자유로운 사색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세계유산으로 향하는 남한산성 옛길은 빌딩 숲을 거니는 세련된 도시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 조금은 생경하지만 정감 가는 시골 처녀의 자태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