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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산책] 경기도 곳곳 지명 속 역사이야기

작성자김화숙
2020.10.0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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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로부터 경기도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이러한 중요성은 경기도 각 지역의 명칭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기도 곳곳 지명 속에는 어떠한 사연이 담겨 있을까. 그 유래를 살펴본다. 글. 김화숙 사진. 정현규, 포천시, 문화재청

의정부 이성계 동상
의정부 이성계 동상  ⓒ 


조선 시대 최고 의결기관의 이름을 붙이다, 의정부 조선 건국 초기, 태조 이성계의 아들들은 다음 왕위를 자신이 잇고자 살해까지 마다하지 않고 지독한 싸움을 벌였다. 화가 난 태조는 함흥으로 떠났다. 왕자의 난에서 승리한 태종 이방원은 아버지 태조를 모시고자 함흥으로 신하를 보냈다. 하지만 태조는 자신을 찾아온 신하들을 옥에 가두거나 죽이고는 돌려보내지 않았다. 어느 날 태조가 한양 인근으로 돌아오겠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태종은 태조가 있던 곳에 가서 잔치를 열기로 했다. 신하 하륜은 활 솜씨가 뛰어난 태조가 태종에게 활을 쏠 수도 있으리라 예상했다. 하륜의 예감대로 태조는 태종에게 활을 쏘았으나, 하륜이 미리 세운 기둥 덕에 태종은 무사했다. 태종은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거두지 않고 근처에 머무르며 삼정승을 불러 그곳에서 의정부 회의를 했다. 이 지역에 ‘의정부’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문헌에는 1912년 5월 공포한 지방행정구역 경기도 편에 처음 의정부라는 지명이 등장했으며, 1963년 의정부시로 승격했다.

파평 윤씨 성지 용연
파평 윤씨 성지 용연  ⓒ 


파평 윤씨 정희왕후와 깊은 인연, 파주 파주라는 명칭은 세조의 비였던 정희왕후로부터 비롯되었다. 세조가 계유정난을 일으킬 때, 정희왕후는 거사를 망설이는 세조에게 갑옷을 입혀주며 용기를 북돋운다. 계유정난 성공 후 세조는 정희왕후의 친정 마을을 본관인 파평의 파(坡)자와 고을 주(州)를 합해 1460년 파주목으로 승격시켰다. 파주목이 되기 전에는 파평현과 서원군을 아울러 원평도호부라고 불렀다. 파주에 대한 가장 오랜 기록은 <증보문헌비고>에 등장한다. 고조선의 땅이던 파주는 삼한 시대에 마한에 속했다가 삼국 시대에 처음으로 백제가 자리를 잡았다. 475년에는 고구려의 땅이 되었고, 이후 신라 진흥왕이 파주를 차지했다. 파주는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하구에 위치해 둑과 제방이 많은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파주는 ‘둑 위의 마을’, ‘둑과 제방이 많은 마을’ 혹은 ‘둑 혹은 제방 역할을 하는 마을’로도 해석된다.

김포 고정리 지석묘
김포 고정리 지석묘  ⓒ 


신군이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땅, 김포 김포라는 지명은 경기도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삼국사기> 지리지 편에 등장한 김포의 옛 이름은 ‘검포’였다. 검포(黔浦)의 검(黔)은 단군왕검(檀君王儉)의 검(儉)과 같은 의미인 고대어로 알려져 있다. 정치와 종교가 일치했던 시대에 신군이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땅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흔적들을 지금도 김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고대 세력인 ‘포구마을’의 증거인 지석묘가 바로 그것이다. 삼국 시대의 김포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각축을 벌이던 지역이다. 고구려 장수왕 시절에 처음으로 이 지역이 역사에 등장했고,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에는 경덕왕이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처음으로 ‘김포’라는 지명을 사용했다. 1914년에는 전국적인 행정구역 개편으로 김포, 통진, 양천군이 ‘김포군’으로 통합되었다.

포천 한탄강
포천 한탄강  ⓒ 


물이 많은 고을, 포천 고구려 시대, 포천의 옛 이름은 마흘(馬忽)이었다. <삼지연(三地硏)>에서는 이 고을을 ‘물이 많은 골(谷)’이라는 뜻을 가진 ‘몰골’에서 음을 따왔다고 전한다. 고구려 시대에 마흘로 불린 포천은 신라 시대에는 ‘견성’ 혹은 ‘청성’으로 불렸다. 그러다 고려 시대에 이르러 ‘포주’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에는 마흘, 견성, 포주에서 포천에 이르는 지명의 변천사가 순차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포천이라는 지명이 처음 붙은 때는 조선시대다. 이 지명에는 포천의 지리적 특성이 담겨 있다. ‘안을 포(抱)’와 ‘내 천(川)’을 조합한 포천이라는 지명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물이 없고, 안에서 밖으로 흘러 나가기만 한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여러 산줄기가 얽힌 포천의 지형을 살펴보면 지명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광덕산과 백운산, 국망봉으로 연결된 한북정맥에서 흘러나온 물줄기가 포천에 있는 영평천에 합류해 한탄강과 임진강을 지나 서해로 흘러가는 까닭이다.

정조와 효의왕후 김씨의 무덤인 건릉이 있는 화성
정조와 효의왕후 김씨의 무덤인 건릉이 있는 화성  ⓒ 연합뉴스




화성 건릉 어가행렬 모습
화성 건릉 어가행렬 모습  ⓒ 


효를 통해 덕을 펼치는 곳, 화성 ‘화성’이라는 이름을 처음 붙인 이는 조선의 정조다. 수원부 읍치와 현륭원을 보호하는 성곽을 세우고자 했던 정조가 성곽 터를 돌아보며 ‘화성’이라는 명칭을 떠올린다. ‘화성(華城)’은 장자(莊子)의고사에 등장하는 ‘화인축성(華人祝聖)’에서 비롯한 명칭이다. ‘지역을 풍요의 고을로 만들어 여민동락(與民同樂)하겠 다’는 정조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민동락은 백성은 왕실의 안녕을, 임금은 백성의 번영을 기원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수원과 화성은 한동안 혼용되어 불렸다. 그러다 정조가 승하하면서 성곽은 화성으로, 지역은 수원으로 불리게 되었다. 현재 기준으로 성곽인 화성은 수원에 있으며, 정조의 능은 화성에 있다. 한때 수원과 화성이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되기도 했다. 1949년에 군으로 독립한 화성은 2001년에 시로 승격되었다.

밤나무가 많은 과천
밤나무가 많은 과천  ⓒ 


과일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땅, 과천 과천이라는 지명의 변천사에는 ‘과일의 마을’ 과천의 특징이 잘 녹아 있다. 관악산과 청계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조건 덕분에 과일나무가 잘 자랐다. 삼국 시대에 백제 땅이었다가 장수왕이 남하하면서 고구려 영토가 된 과천의 당시 이름은 율목이었다. 한자의 뜻을 그대로 해석하면 ‘밤나무’다. 신라 경덕왕 때는 율진으로 불렸다. 밤나무가 가득했던 과천의 모습을 반영한 지명이다. 통일신라 시대에 율진으로 불리던 과천은 고려 초기에는 과주로 통했다. 고려 현종 9년에 광주에 속했다가 조선 태종때 과천이라는 이름으로 고치고 그곳에 현감을 두었다. 과천군으로 승격된 것은 고종 시절이다. 일제강점기의 군면 폐합으로 인해 잠시 과천면으로 격하되기도 했으나, 1982년에 정부제2종합청사와 서울대공원이 세워지면서 1986년 1월 1일부터 시로 승격되며 과천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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