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잡코리아가 성인남녀 2,046명을 대상으로 ‘언어에 따른 세대차이’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참여자의 79.4%가 ‘신조어로 인해 세대차이를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40대 이상 그룹이 88.6%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고 30대 그룹은 85.7%, 20대 그룹은 71.7%가 세대차이를 느꼈다고 응답했다. 전 연령대에서 많은 이들이 언어에 따른 세대격차를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지난해 10월 알바콜과 두잇서베이가 회원 3,862명을 대상으로 신조어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8%는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신조어가 한글을 파괴한다고 생각해서’(39.8%,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고 ‘세대차이가 생기기 때문’(22.3%)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신조어는 같은 세대 간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써 긍정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세대 간 대화 단절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게다가 기성세대들은 신조어를 사용하는 것을 교육 및 학습의 부재로 인식하는 등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 세대 간 갈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신조어 사용으로 인한 세대갈등은 가정 내에서도 발생한다. 온라인 소통에 익숙해지면서 가족구성원간의 대화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신조어를 많이 사용하는 10대~20대 자녀와 이를 이해 못하는 부모간의 갈등은 늘어나고 있다.
■ 멍청비용? 알잘딱? 그들‘만’이 쓰는 신조어
10대와 20대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신조어가 얼마나 그들의 삶에 녹아있는지 알 수 있다. 이 대화를 읽어보자.
신조어는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특히 10대와 20대들의 대화 속에서 많이 나타난다. ⓒ 경기뉴스광장
20대의 대화는 비교적 양호하다. 다양하고 어려운 신조어보다는 보통 본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신조어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대화를 읽어보면 대략 어떤 용어인지 유추할 수 있다.
‘멍청비용’은 조금만 주의했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존버’는 존나 버티기라는 뜻으로 여기서 존나는 매우, 엄청이란 말의 은어다. 이어 ‘ㄹㅇ’은 리얼(real)의 약자로 진짜란 뜻을 가진다. ‘암울하누’는 암울하다는 뜻의 은어다. ‘ㄹㅇ 암울하누’는 진짜 억울하다는 의미로 함께 사용된다.
‘내또출’은 내일 또 출근의 줄임말이며 연휴가 끝나갈 때 아쉬움을 표현하거나 출근 하기 싫은 감정을 나타낼 때 쓴다.
하지만 10대들은 다르다. 본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신조어 외에도 유행이나 상황에 따라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SNS에서 볼 수 있는 신조어들은 대부분 10대들의 대화에서 만들어진다.
10대의 경우 대화를 봐도 유추하기 어려운 신조어들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ㅈㅂㅈㅇ’나 ‘무물’, ‘알잘딱’ 등 줄임말인지 합성어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ㅈㅂㅈㅇ’는 ‘정보좀요’의 자음이고 ‘무물’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줄임말, 그리고 ‘알잘딱’은 ‘알아서 잘 딱’이란 말의 줄임말이다.
■ 유튜브에서만 사용하는 신조어도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서도 신조어 사용은 예외가 아니다. 특히 유튜브용 신조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그 안에서 사용하는 독자적 신조어가 있는 점이 특이하다.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는 임구, 싫테, 구취, 실방, 실매 등 이곳에서만 사용되는 신조어들이 있다. ⓒ 경기뉴스광장
임구, 싫테, 구취, 실방, 실매 등 유튜브 영상 댓글에는 이러한 말들이 쓰이고 있다. 사실 유튜브 이용자가 아닌 이상 처음에 보고 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먼저 ‘임구’는 이미구독의 줄임말로 좋아하는 유튜버를 예전에 구독했다는 의미이다. 이어 ‘싫테’는 싫어요 테러라는 의미로 영상에 싫어요를 계속 누르는 행위를 의미한다.
‘구취’는 구독취소, ‘실방’은 실시간 방송, ‘실매’는 실시간 매니저로 방송을 관리하는 관리자를 뜻한다. ‘불소’는 불타는 소통을 뜻하고 마지막으로 ‘설참’은 설명 참고의 줄임말이다.
■ 신조어, 변화는 인정하면서 무분별한 사용은 줄여주세요
지금 젊은 세대를 보면서 걱정하는 기성세대도 한때는 신조어 사용으로 기성세대와 갈등을 겪었을 수 있다. 서울 용산구 국립한극박물관에 전시된 1920년대 사전에 ‘모뽀’와 ‘모껄’이라는 말이 있다. 각각 ‘모던 보이’(Modern boy)와 ‘모던 걸’을 줄인 말이다. 이렇듯 신조어는 모든 시대에 존재해왔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 신조어 남용으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세대갈등으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