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가격이 4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을 찍는가 하면 과천지역 아파트 분양이 최고 1,812 대 1(평균 458 대 1)을 기록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잇따른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 폭등, 전세난 등 도민의 주거 불안이 지속되면서 경기도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외국인·법인 대상 ‘토지거래허가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도는 오는 2021년 4월 30일까지 연천, 포천, 동두천, 가평, 양평, 여주, 이천, 안성 등 8개 시·군을 제외한 도내 23개 시·군 전역을 외국인·법인 대상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과 법인은 앞으로 6개월간 수원과 화성, 용인 등 도내 23개 시·군에서 주택이 포함된 토지를 취득할 경우, 관할 시장·군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국 최초로 경기도가 외국인·법인 대상 ‘토지거래허가제’를 추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도의 ‘토지거래허가제’ 추진 배경과 기대효과 등을 알아봤다.
경기도는 부동산 시장 안전화를 위해 2021년 4월 30일까지 연천, 포천, 동두천, 가평, 양평, 여주, 이천, 안성 등 8개 시·군을 제외한 도내 23개 시·군 전역을 외국인·법인 대상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자료 사진.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 올해 1~7월 법인·외국인 부동산 거래 급증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외국인과 법인이 토지·주택 시장의 큰손이 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기도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가 시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김홍국 경기도 대변인은 지난 9월 ‘부동산 투기수요 차단을 위한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계획’ 기자회견 자리에서 토지거래허가제 추진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과 법인의 부동산거래가 급증한 가운데 이들이 취득한 부동산의 상당수가 업무용이나 실거주용이 아닌 투기목적이라는 게 도의 판단이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외국인·법인 건축물 거래는 수도권에서 8만2,162건에 달한다. 또 5월까지 외국인 국내 아파트 거래금액은 1조2,539억 원(취득건수 3,51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32억 원(49%)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17~2020년 5월까지 국내에서 두 채 이상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은 1,036명이며, 이 중 67억 원에 42채를 취득한 외국인도 있었다.
또 외국인이 취득한 아파트 2만3,167건 중 소유주가 거주하지 않는 아파트는 7,569건(32.7%)에 이르렀다. 이는 일반적으로 투기적 수요로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홍국 경기도 대변인은 지난 9월 도청 브리핑룸에서 ‘부동산 투기수요 차단을 위한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계획’을 발표했다. ⓒ 경기도청
■ ‘규제 무풍’ 외국인 부동산 투기…역차별 논란까지
문제는 외국인과 법인의 투기성 부동산 매입 수요가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됨에도 이를 막을 규제가 없는 현실이다.
오히려 최근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금융규제의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외국인과 비교해 ‘역차별’ 논란까지 제기됐다.
그동안 국내 부동산 취득을 희망하는 외국인은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라 내국인과 똑같이 신고만으로 취득이 가능했다. 또 외국인이라도 국내 금융기관에 부동산 대출을 받으면 내국인과 똑같은 기준과 규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그 규제에 사각지대가 발생하면서, 내국인과 외국인의 동등한 대우가 오히려 외국인에게 상대적인 혜택으로 작용했다.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자들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강력한 대출 규제와 세밀한 자금 조달 계획서 조사로 매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반해 외국인은 고강도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자국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손쉽게 융통할 수 있다.
또 외국에 집이 여러 채 있더라도 국내에 한 채의 주택을 살 경우 다주택자 규제를 받지 않고, 주택자금조달 계획서도 외국인이 자기자본으로 해외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 자기 자금 조달과 같아서 검증이나 제한할 방법이 없다.
부동산 대출 규제로 내국인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역차별 얘기가 나온 이유다.
■ 도민 60%,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시행 ‘찬성’
경기도가 지난 8월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정책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 국민의 부동산투기 문제에 대해서는 78%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투기에 대해서는 76%가, 국내외 법인의 투기에 대해서는 74%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 경기뉴스광장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민들도 외국인과 법인의 부동산 투기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
도는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에 앞서 지난 8월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제 등 부동산 정책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우리 국민의 부동산투기 문제에 대해서는 78%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투기에 대해서는 76%가, 국내외 법인의 투기에 대해서는 74%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특히 외국인과 법인에 대한 투기성 국내 부동산 매매에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 각각 도민의 86%, 8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도민 10명 가운데 6명은 도의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시행에 ‘찬성’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 제도 시행에 ‘반대’한다는 견해는 35%에 그쳤다.
■ 도내 23개 시·군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경기도는 지난 10월 23일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오는 2021년 4월 30일까지 수원시 등 23개 시·군 전역 5,249.11㎢를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안을 심의·의결했다. ⓒ 경기뉴스광장
주거안정과 실수요자 중심의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외국인·법인의 부동산 투기수요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기도가 나섰다.
도는 지난 10월 23일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오는 2021년 4월 30일까지 수원시 등 23개 시·군 전역 5,249.11㎢를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안을 심의·의결했다.
토지거래허가제란 투기 목적의 토지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지역을 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이 지역 안에서 토지거래계약을 할 경우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현행 제도는 시·도지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는 이번 조치로 실수요자에게만 취득이 허용되고,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할 의무가 발생하는 토지허가제 특성상 해당 시·군 내에서는 외국인과 법인의 투기 수요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경기도, 23개 시·군 전역 외국인·법인 대상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https://gnews.gg.go.kr/news/news_detail.do?number=202010261025116123C048&s_code=C048
■ 풍선효과방지·실효성 높이기 위해 수도권 확대 필요
전문가들은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추진하는 외국인·법인 대상 ‘토지거래허가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경기도뿐만 아니라 서울·인천에서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토지거래허가제 수도권 확대’를 정부에 건의했다.
이 지사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서는 값싸고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고, 비거주 주택에 대해서는 불로소득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취해야 한다”며 “현재 토지거래허가제를 경기도가 추진 중이나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만큼 수도권 확대 또한 정부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지사는 ‘토지거래허가제’ 시행과 관련 지난 9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 전 지역에 전면적 허가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전국적 또는 수도권 전체에 시행하지 않는 한 풍선효과로 실효성이 떨어지고 과도한 행정업무 부담이 예상되어 투기 우려가 없는 일부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외국인과 법인에 대해서만 허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는 실수요자에게만 취득이 허용되고,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할 의무가 발생하는 토지허가제 특성상 해당 시·군 내 외국인과 법인의 투기 수요 차단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경기뉴스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