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7월 데이트폭력을 당한 여성 A씨는 남자친구인 B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연인 관계를 끝냈지만, A씨를 향한 B씨의 집착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 교제하자는 문자를 수십 통 보내고 집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등 A씨를 스토킹하던 B씨는 결국 A씨의 집에 침입해 그녀를 무참히 살해했다.
최근 스토킹·데이터폭력 범죄가 급증하면서, 법의 사각지대에서 범죄에 노출된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스토킹처벌법’ 사각지대에 있는 스토킹 피해자와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상담·의료·법률지원 등 전방위적 지원을 펼치는 ‘스토킹·데이트폭력 대응 종합대책’을 전국 최초로 수립했다.

경기도는 지난 7일 ‘스토킹처벌법’ 사각지대에 있는 스토킹 피해자와 데이트폭력 피해자까지 지원하는 내용의 ‘스토킹·데이트 폭력 대응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 경기도청
■ ‘모든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경기도’ 목표
도는 지난 7일 ‘모든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경기도’를 목표로 11개의 핵심 정책으로 이뤄진 ‘스토킹·데이트폭력 대응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자가 갈수록 증가하는 가운데 제도적 사각지대 피해자까지 더 촘촘하게 전방위적 지원을 펼치기 위해서다.
실제로 2021년 기준으로 도내 스토킹 신고는 3,740건으로 2020년(1,108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현행 스토킹 처벌법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직접적인 스토킹 피해를 본 사람만 피해자로 인정해 지원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일회성 스토킹이나 스토킹 피해 당사자가 아닌 가족의 경우 스토킹 범죄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데이트폭력 피해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도내 데이트폭력 피해 신고는 2019년 1만 5,289건에서 2020년 1만 5,383건, 2021년 1만 7,134건으로 매년 신고 건수가 증가 추세다.
하지만 관련 법령 부재로 인한 사각지대 발생으로 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경기도 스토킹 신고 건수(위), 데이트폭력 112신고 건수(아래) 현황. ⓒ 경기도청
■ 일회성 스토킹부터 데이트폭력까지, 지원 범위 확대
이에 도는 모든 피해자를 대상으로 상담·의료·법률지원 등 전방위적 지원을 펼친다는 내용의 ‘스토킹·데이트폭력 대응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피해자 지원 추진체계 내실화(전달체계 재정비, 안내 누리집 운영) ▲예방과 안전 강화(인식개선, 가정폭력·성폭력 공동대응팀을 통한 피해 조기 개입 시스템 구축) ▲피해자 보호 및 자립 지원 확대(일회성 스토킹도 지원, 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 치료 회복프로그램, 신변 안전보호 서비스, 대상자 맞춤형 보호 서비스) ▲가해자 재범 방지 프로그램 운영(가해자 인식개선 치유 프로그램,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등이 있다.
우선, 법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모든 스토킹 피해자와 데이트폭력 피해자로, 피해자 범위를 확대 지원한다.
기존 스토킹처벌법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인 스토킹 범죄로 직접 피해를 본 사람을 피해자로 인정한다면, 도는 단 한 번이라도 스토킹으로 인해 ‘두려움을 느꼈다면’, 스토킹을 당한 당사자와 보호자까지 피해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현재 법령·제도의 사각지대인 데이트폭력 피해자도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이들에게는 심리·의료·법률소송은 물론 집단상담, 심신회복 캠프 등 피해자 특성에 맞는 촘촘한 치료 회복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피해자의 안전과 일상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신변 안전 보호 서비스(셉테드 활용, 귀갓길 안심 서비스) ▲대상자 특성에 맞는 보호 서비스(개방형, 독립형, 반려견 동반 보호시설 등)를 중장기 과제로 선정해 점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올해 ‘가정폭력·성폭력 공동대응팀’을 기존 4개소에서 8개소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 경기도청
■ 스토킹·데이트폭력 예방 및 안전 강화
기존 피해자 지원시스템도 정비한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등 지원기관별로 스토킹·데이트폭력 전담 인력을 지정한 후 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전문성을 높여 실제적인 피해 지원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더불어 피해 예방부터 대응 요령까지, 도민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누리집)을 구축해 피해위험 점검항목(체크리스트), 피해 발생 시 대응 방법, 지원기관 정보 등을 안내하고, 범죄 예방을 위한 도민 대응 역량 강화 교육 및 캠페인 활동을 강화한다.
또 피해자 스스로 각자 상황에 맞게 위협에 대비할 수 있도록 피해 유형에 따른 대응 요령 등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담긴 ‘도민 대응안내서’를 제작해 배포한다.
이와 함께 도는 ‘가정폭력·성폭력 공동대응팀’을 올해 4곳에서 8곳으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가정폭력·성폭력 공동대응팀은 112로 신고된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 지자체, 경찰, 지원기관들의 개별 대응에 따른 후속 관리 미흡 등 한계극복을 위해 도가 광역 최초로 도입한 공무원, 경찰, 상담전문가, 통합사례관리사 등 공동 대응 체계를 말한다.
도는 이번 확대 운영을 통해 112로 신고되는 스토킹, 데이트폭력 신고 피해자에 대해서도 조기 개입 및 복지지원을 할 수 있게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가해자 재범 방지를 위해 경기지방경찰청과 협조해 범죄인지가 부족한 스토킹·데이트폭력 가해자에 대한 법률 안내, 상담, 인식개선 치유 프로그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주연 경기도 여성가족국장은 “최근 스토킹, 데이트폭력이 기존 여성 폭력과 복합적으로 발생해 중대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피해 예방부터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피해자 보호까지 촘촘한 통합지원체계 마련 및 가해자에 대한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