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가 위태롭다. 부모님 봉양과 자식 양육에 온 힘을 다했지만, 정작 자신은 제대로 준비할 여유도 없이 은퇴를 맞이하며, 불안한 노후에 직면한 것.
이에 경기도가 사회·경제적으로 고립된 베이비부머 세대의 심리지원에 나섰다. 베이비부머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경기도 베이비부머 마음돌봄 전화상담’ 사업을 소개한다.

경기도는 ‘베이비부머 마음 돌봄 전화상담 사업’을 통해 지난해 도내 베이비부머 세대 458명에게 4,193건의 전화 심리상담을 지원했다. ⓒ 경기도청
■ 최근 5년간 고독사 사망자 2명 중 1명 ‘50~60대’
한국전쟁이 끝난 후 1955년부터 1974년까지 19년에 걸쳐 태어난 한국 베이비부머. 우리나라 산업화 및 민주화의 주역이자,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이들 세대의 첫 주자인 1955년생이 지난 2020년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 진입했다.
이어 올해에는 1958년생이 법적인 노인이 되면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불안한 노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세대는 부모 봉양과 자녀 양육을 동시에 책임지는 마지막 세대로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는 미흡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은퇴 후 베이비부머의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이 우울과 불안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고독사’ 등의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고독사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50~60대 중장년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고독사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50~60대 중장년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 보건복지부
■ 도내 베이비부머 대상 맞춤 심리상담 지원
이에 경기도는 지난 2021년부터 도내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상으로 무료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베이비부머 마음 돌봄 전화상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단순 심리상담뿐만 아니라 ▲심리검사를 통한 맞춤형 상담 프로그램 ▲위기가구 공공·민간 서비스 연계 ▲주요 심리 문제를 다룬 다양한 주제의 온-오프라인 특강, 심리방역 그림·문자 메시지 발송 등 마음 돌봄 프로그램 등도 함께 지원한다.
도움이 필요한 베이비부머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화(031-269-5064)로 신청할 수 있다.
이후 상담사가 배정되면, 상담 대상자의 상태·욕구를 분석해 심층 상담(3~16회) 및 단순 상담(1~2회) 등 대상자에게 필요한 전화 심리상담을 제공한다.
또 필요에 따라 온라인 심리검사 실시 및 해석 상담을 진행하고, 복지정보 제공 및 기관 연계도 함께 지원한다.
■ 지난해 베이비부머 458명에게 4,193건 지원
지난해에는 도내 베이비부머 세대 458명이 ‘베이비부머 마음 돌봄 전화상담 사업’의 도움을 받았다.
이들에겐 총 4,193건의 전화 심리상담 지원과 함께 상황에 따른 다양한 맞춤 복지 서비스가 연계됐다.
이혼 후 3남매를 홀로 키우는 50대 여성 A씨는 장애 자녀 2명의 병원비 등 경제적 어려움과 막막함에 가족 동반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삶의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경기도 베이비부머(중장년) 마음 돌봄 전화상담(031-269-5064)을 통해 심리상담을 받은 A씨는 심리 치유뿐만 아니라 기관 연계 지원으로 장애인주간보호센터 돌봄 서비스를 이용해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8개월여간 심층 상담을 받은 A씨는 “자신이 혼자서 자녀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힘겨운 삶의 과정에서 베이비부머 마음돌봄 전화상담 덕분에 삶에 의지를 되살릴 수 있었고, 든든한 지지기반도 얻게 됐다”며 자녀들과 새 삶을 준비하고 있다.
1인 가구로 생활하는 50대 남성 B씨 역시 마음 돌봄 전화상담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B씨는 심한 허리디스크로 인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우울감으로 은둔형 생활을 하던 중 인지하던 못했던 부채로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자 자살을 생각하게 됐다.
그러던 중 마음돌봄 전화상담을 신청한 B씨는 심층 상담을 통한 심리적인 안정과 대한법률구조공단 파산 상담 등을 통해 용기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취업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상담을 통해 용기를 얻어 취업에 성공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경매 문제도 잘 해결됐다”며 “은둔형 생활에서 벗어나 삶을 다시 가꾸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밝혔다.

지난해 베이비부머 마음 돌봄 전화상담 사업 만족도 조사 결과 상담 시작 시점 대비 종결 시점에서 우울 검사(K-BDI-Ⅱ) 평균 점수는 24.5점에서 16.5점으로 32.6% 감소했다. ⓒ 경기도청
■ 마음 돌봄 상담 후 ‘우울·불안’ 감소
도내 베이비부머들이 마음 돌봄 상담 전화를 찾게 된 사연은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우울과 불안 등 심리적인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상담 4,193건을 살펴보면 심리 정서 관련 내용이 2,088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그 뒤를 ▲부부·가족 973건(23%) ▲경제 269건(6%) ▲대인관계 209건(5%) ▲자살 123건(3%) 등이 이었다.
이러한 마음 돌봄 상담 전화는 베이비부머들의 우울과 불안 해소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가 지난해 3회 이상 심층 상담을 받은 322명 중 167명에게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상담 시작 시점 대비 종결 시점에서 우울 검사(K-BDI-Ⅱ) 평균 점수는 24.5점에서 16.5점으로 32.6% 감소했다.
불안 검사(K-BAI) 평균 점수도 17.8점에서 13.7점으로 23% 감소했다. 이어 ‘현재의 어려움 및 불편함은 어느 정도입니까’라는 질문에는 8.5점(10점 척도)에서 4.3점으로 49.4% 감소했다.
‘삶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 어느 정도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삶의 만족도가 1.8점(5점 척도)에서 3.5점으로 94.4% 증가했다.
이은숙 경기도 베이비부머기회과장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생애전환기를 맞이해 우울, 스트레스, 상실감 등을 겪는 경우가 있다”며 “사회적 단절 우려가 큰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전화상담 등 정서적 지원을 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