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119구급대’가 출동하듯,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달려갑니다. 바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의 야생동물 전문가들인데요.
경기도에서는 현재 평택과 연천 두 지역에서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를 운영 중입니다.
빌딩의 유리창에 부딪혀 다친 새부터 교통사고를 당한 고라니 등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생명을 구하는 곳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경기도는 평택과 연천 지역에서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를 운영 중입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지난해 야생동물 구조 건수 3,213건…매년 급증
“센터의 업무는 오전 7시부터 시작해요. 아침에 먹이 주고 치료하고, 낮에는 구조하고, 민원 전화 대응에 행정 업무도 처리해야 하죠. 요즘 같은 새들의 ‘이소(離巢‧새의 새끼가 자라 둥지에서 떠나는 일)’ 시기에는 떨어진 새끼 새를 구조해달라는 신고도 많은 편이에요.”
강청근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야생동물구조팀장은 센터의 업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는 질병 감염, 부상, 조난 등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구조해 치료하고, 야생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재활 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이와 함께 야생동물의 전염병 조사‧연구,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 등 보존을 위한 자료 수집 및 관리, 생태계 유지 보호를 위한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요.
즉, 멸종 동물을 보호해 생태계를 유지하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곳입니다.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직원이 구조한 새끼 새의 입에 직접 먹이를 넣어주고 있습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특히, 요즘과 같은 번식 시기에는 새끼 야생동물을 구해달라는 신고가 많아 구조 업무가 급증한다고 하는데요. 센터는 올해 4월 말 기준 573건, 5월 한 달 동안 500건 이상 야생동물을 구조했습니다.
이러한 센터의 야생동물 구조 건수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도가 집계한 야생동물구조센터 연도별 구조 건수를 보면 2018년 1,467건에서 2019년 1,771건, 2020년 1,957건, 2021년 2,575건, 2022년 3,213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강 팀장은 “동물들은 한번 번식한 곳에서 계속 번식하려는 특성이 있는데, 개발로 인해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사라진 이유와 함께 야생동물에 대한 도민들의 생명 존중 의식이 높아진 것도 구조 건수를 높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흔히 야생동물은 주인이 없다고 그래요.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다친 야생동물을 봐도 구조를 해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었죠. 하지만 최근 생명 존중 의식이 높아지면서 지나치지 않고 구조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었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강청근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야생동물구조팀장은 “최근 야생동물에 대한 도민들의 생명 존중 의식이 높아지면서 구조 신고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치료 후 자연으로 돌려보낼 때 가장 큰 보람
“이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례의 야생동물을 만나게 돼요. 구조된 새만 택시를 태워서 센터로 보낸 황당한 일도 있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척추골절이 심해서 안락사 대상이었던 수리부엉이를 구한 일이에요.”
강 팀장은 한 해 몇천 건이 넘는 구조 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크리스마스 기적’이라는 별명이 붙은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사례를 꼽았습니다.
“척추골절이 심해서 안락사 대상이었는데 마침 크리스마스 기간이 껴 있었어요. 크리스마스는 넘기고 안락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적적으로 움직였죠. 늦게까지 장시간 치료를 했는데 살려는 의지가 강했어요. 현재는 건강을 되찾고 1년 6개월째 재활하면서 자연으로 복귀를 준비하고 있어요.”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집중치료실과 입원실 모습. 다양한 야생동물이 치료받으면 자연으로 복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구조한 야생동물을 치료 후 재활해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까지, 센터 직원들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돌보는데요. 직원들은 이렇게 정성을 쏟은 야생동물이 건강하게 자연으로 돌아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강 팀장은 “야생동물을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치료해 방생하면 정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아가요.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다르게 자연에서 살아가야 하는 야생동물은 사람들과 정이 들면 안 되는데 그렇게 날아가면, ‘치료가 정말 잘 됐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라고 말했습니다.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치료를 마친 소쩍새와 황조롱이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발견 시 전문가와 상담
“어린 동물을 발견했을 때 바로 구조하기보다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필요해요. 동물의 종류와 구조 시기, 상황에 따라서 대응 방안이 달라지는 만큼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합니다.”
강 팀장은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인위적으로 손을 대기보다 먼저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5월 한 달간 구조된 야생동물을 구조 원인별로 분류하면 어미를 잃은 새끼가 173건(조류 165건, 포유류 8건)으로 5월 구조 건수의 50.1%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고 하는데요.
이런 어린 새끼가 사람에 의해 구조돼 길러지게 된다면 생존을 위해 배워야 할 필수적인 것들을 놓치게 돼 구조센터를 거쳐 자연으로 복귀하더라도 야생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합니다.
강 팀장은 “산책 중 날지 못하는 어린 새를 발견하면 바로 구조하는 것보다 주변에 어미가 있는지 등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요. 이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로 전화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필요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 팀장은 야생동물과 사람이 공생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존중해주는 적당한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다쳐서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이 아닌 자연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은 봐도 먹이를 주거나 만지지 말고 지나쳐야 해요. 야생동물이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도록 적당한 ‘무관심’이 야생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방법이에요.”
야생동물 구조 등 궁금한 사항은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031-8008-6212)로 문의하면 됩니다.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야생동물 생태교육을 진행합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한편,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야생동물 구조 시 주의사항과 다양한 야생동물의 생활사에 대한 생태교육을 진행합니다.
교육은 야생동물의 모습과 특징, 흔적에 대한 교육, 야생동물이 처한 위협과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업무 체험 등으로 이뤄지는데요.
교육을 원하는 단체는 ‘경기도동물보호복지플랫폼
(animal.gg.go.kr)’을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