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할리우드가 ‘인공지능(AI)’ 논란으로 뜨겁습니다.
배우와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 외모, 목소리 등을 AI가 무단 도용할 가능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동시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인데요. 문화콘텐츠 산업이 직면한 AI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의 문제가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AI로 인해 확장과 경계의 갈림길에 선 문화기술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장이 마련됐습니다.
바로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14~15일 양일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하는 ‘2023년 문화기술 콘퍼런스’가 그것인데요.
‘AI, 과연 콘텐츠 산업의 기회일까 아니면 위협일까?’ 이에 대한 답을 국내외 AI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통해 풀어봤습니다.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은 14~15일 양일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2023 문화기술 콘퍼런스’를 진행합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인공지능이 확장한 문화기술의 세계
2023 문화기술 콘퍼런스는 ‘인공지능(AI)이 확장한 문화기술의 세계’를 주제로 챗GPT와 같은 생성AI가 콘텐츠 산업계에 불러온 혁신을 조명하고, 문화기술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인공지능의 미래’, ‘인간은 필요 없다’를 저술한 제리 카플란 스탠퍼드대 교수, ‘특이점의 신화’ 저자이자 유럽 인공지능 윤리학의 거두인 장가브리엘 가나시아 소르본느대 교수, 윤영진 네이버클라우드 인공지능 비즈니스 리더, 김승환 LG 인공지능연구원 비전랩장, ‘애저(Azure)’ 개발을 맡고 있는 이건복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상무 등 국내외 AI 전문가들이 대거 강연자로 나섰습니다.
본격적인 강연 시작 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영상을 통해 “최근 문화창작 영역까지 그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는 생성AI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AI가 확장한 문화기술의 세계’란 주제로 열린 이번 콘퍼런스는 시의적절하고 꼭 필요한 주제”라며 “오늘 콘퍼런스에서 경기도 문화기술의 미래를 이을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길 기대한다. 경기도는 도민 누구나 문화기술을 향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발맞춰 나가겠다”고 축사를 전했습니다.
탁용석 경기도콘텐츠진흥원장도 개회사를 통해 “이날 행사를 주최한 이유는 AI가 산업화 시대 전기처럼 모든 산업 분야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기술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며 “이 자리가 AI 전문가들의 좋은 의견을 통해 산업과 미래에 AI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사업 기회를 얻어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인공지능의 미래’, ‘인간은 필요 없다’를 저술한 제리 카플란 스탠퍼드대 교수가 ‘생성형 AI와 문화기술 산업’이란 주제로 첫 번째 기조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생성AI, 문제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여야”
첫 번째 기조 강연자로 나선 제리 카플란 스탠퍼드대 교수는 ‘생성AI와 문화기술 산업’이란 주제로 콘텐츠 산업이 직면한 생성AI의 현주소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변화에 대해서 강연했습니다.
제리 카플란 교수는 “지난해 AI가 생성한 그림이 미국 미술전에서 상을 받는 등 최근 생성AI는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숙련도를 보여주고 있다”며 “인간보다 똑똑하고 창의적인 컴퓨터에 둘러싸인 세상이 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AI로 인해 콘텐츠 산업에 닥친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 실제 일자리를 잃은 TV쇼 작가와 뉴스편집자 사례를 들어 설명했는데요.
그는 “더 빠르고 저렴하게 작업 수행이 가능한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일부는 일자리를 잃게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며 “이전의 작업 형태가 아닌 새로운 작업 형태에서, 지금은 상상하지 못할 방식으로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이 우리 삶의 전반을 변화시킬 것이다. 급속한 변화의 파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AI에 맞서서 싸우기보다 이를 활용해 더 적은 노력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AI를 문제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럽 인공지능 윤리학의 거두로 ‘특이점의 신화’의 저자 장가브리엘 가나시아 소르본느대 교수는 생성 인공지능이 변화시킨 문화기술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생성AI 시대, 예술의 가치 재정의될 것”
장가브리엘 가나시아 소르본느 대학교수는 ‘생성AI는 예술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변화시키나’란 주제로 두 번째 기조 강연을 펼쳤습니다.
장가브리엘 가나시아 교수는 “사람들은 생성AI에 대해 기계가 학습을 통해 창의적일 수 있다는 부분에 놀라워한다”며 “하지만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던 개념이다. 19세기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영국 시인 바이런의 딸인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컴퓨터가 수학 계산뿐 아니라 문학 작품, 음악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예측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생성AI시대, 예술작품은 많은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예술의 가치와 작품에서 예술가를 느낄 수 있는 아우라의 개념이 재정의될 것이다. 예술가들은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진 주제 토론은 윤종영 국민대 교수(투썬AI스쿨 센터장)를 좌장으로 앞서 기조 강연자로 나선 두 교수가 일자리와 저작권, 개인정보 등 AI 관련 다양한 현안에 대해 함께 의견을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두 교수는 “사람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안다. 하지만 AI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기술인 만큼 창의적인 방법으로 활용한다면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며 생성AI 기술을 적극 활용해볼 것을 권했습니다.

윤종영 국민대 교수를 좌장으로 제리 카플란 교수와 장가브리엘 가나시아 교수는 일자리와 저작권, 개인정보 등 AI 관련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오후 기조 강연에는 초거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생성 인공지능에 관한 관점과 활용방안과 함께 클레어 래딩턴 워터쉐드 CEO의 도시를 되살린 문화기술 <춤추는 로봇과 대화하는 가로등> 등 특별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콘퍼런스는 콘텐츠산업계의 뜨거운 이슈인 AI 관련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참가자들의 호평도 많았는데요.
미디어를 전공 중인 대학생 이수현 씨는 “콘텐츠 산업 분야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평소 생성AI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생성AI 이슈를 정리하는데 이번 강연이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온라인 생중계로 콘퍼런스에 참여한 한 도민은 “컴퓨터 알고리즘이 뇌신경망을 닮아가는 것이 흥미롭다”며 “생성AI를 두려워하기보다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AI가 불러올 미래 문화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15일에도 이어집니다.
세계 문화기술 기관의 대표주자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오가와 히데아키 퓨처랩 디렉터, 이진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의 강연과 함께 음악, 스토리, 영상 등 3개 전문 분야에 대한 강연이 펼쳐집니다.

‘2023 문화기술 콘퍼런스’는 부대행사로 열린 미드저니를 활용한 이미지 창작 워크숍 모습.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