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떠들고 놀던 놀이터이자 동네 이웃들이 서로의 삶을 나누고 보듬던 골목. 이제는 어른들의 추억, 젊은이들의 감성을 채워주는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경기뉴스광장>이 경기도 구석구석의 보석같은 골목들을 소개합니다.
네 번째 장소는 ‘남양주시 한음골 돌담길’입니다. |
힐링가득! 돌담길의 포인트는?
한음골 돌담길의 매력 요소는 바로 뭐니뭐니해도 ‘돌담’이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먼저 한음골 돌담길하면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는 바로 ‘돌담’입니다.
본래 한음골 돌담길은 마을 주민들이 집을 짓거나 밭을 갈면서 나왔던 돌들을 모아서 담을 쌓곤 했던 동네였는데요.
이에 마을에서는 돌담길을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으로 보고 지역주민들이 모여 ‘박소재’ 고택 인근의 일부 구간을 돌담으로 조성했고, 현재도 진행중에 있습니다. 시골의 정겨운 모습과 고즈넉한 돌담길을 걷노라면 어느새 힐링까지 할 수 있는 이곳은 관광객과 운길산을 등산하는 등산객들이 돌담을 구경하고 또 돌탑을 쌓으며 소소한 재미와 힐링의 시간을 가지게끔 조성돼 있습니다.
남양주 한음골 돌담길은 ‘한음 이덕형 선생’ 이야기로도 유명한 지역인데요.
남양주 한음골 돌담길은 한음 이덕형 선생이 일생을 보냈던 지역으로 당시 이덕형 선생이 심었던 은행나무 두 그루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 한국관광개발연구원 제공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한음 이덕형 선생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중 영의정으로서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해 온몸을 바친 충신입니다. 전쟁 후 운길산 수종사 아랫마을에서 53세까지 일생을 보냈습니다. 당시 한음 선생이 집 앞에 심었던 두 그루의 은행나무가 아직도 집터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나무들은 남양주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마을 앞에는 수변 생태 공원인 ‘물의 정원’과 ‘두물머리’가 있어 탁 트인 북한강을 감상할 수 있으며 마을 뒤편에는 두물머리의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이 보이는 ‘수종사’가 있습니다. 특히 수종사는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 등 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찾아 그림과 시를 남긴 사찰로 유명합니다.
돌담길의 숨은 명소이자 체험존인, ‘박소재’
한음골 돌담길에는 전통 한옥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박소재’가 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한음골 돌담길을 걷다보면 예쁘고 개성있는 집들이 여럿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장소가 있는데요. 바로 ‘박소재’ 라는 이름의 한옥 고택입니다.
1949년 지어진 이곳은 1979년도에 김영경 한국버츄프로젝트 대표가 구입한 뒤 긴 시간과 정성으로 꾸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데요. 현재 이곳은 동양과 서양은 물론 중양의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새로운 스타일의 한옥으로 탈바꿈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는 버츄프로젝트, 플라워만다라, 아름다운길이름연대, 한옥살리기운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한옥살리기운동은 지난달 20일 경기도 구석구석 관광테마골목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된 ‘한음골 돌담길 축제’에서 ‘고택 박소재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됐습니다.
여기서 버츄프로젝트는 현재 전 세계 120여개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실제로 김영경 대표가 20년 전 국내에 보급해 지금은 전국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서 버츄프로젝트와 우리 한옥 살리기 등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는 김영경 대표는 가난했던 총각시절 “초가삼간이라도 좋으니 꼭 집이 있어야 결혼하겠다”고 주문한 지금의 아내 때문에 궁여지책, 시골집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이 집을 발견, 한눈에 반해 구입하게 됐다고 소개했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지붕부터, 바닥, 벽까지 모든 부분이 돌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집을 구매한 뒤 공부를 위해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게 됐는데, 그곳에서도 틈틈이 집을 어떻게 꾸며나가야겠다고 구상하곤 했었죠. 이후 귀국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집을 꾸미기 시작했고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박소재에는 무려 ‘18경’이 있는데요. 때문에 이 매력에 반해 직접 고택을 구매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특히 각 장소마다 다양한 의미와 함께 종교적인 색채가 묻어있는게 특징인데요. 이는 김 대표가 유학시절 종교학을 전공했기 때문입니다.
박소재 주인인 김영경 한국버츄프로젝트 대표는 박소재에는 볼거리가 총 18경에 이르며, 각 구역마다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곳에서는 김영경 대표가 만든 플라워만다라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은 스티브 잡스에게 헌정한 플라워만다라 작품.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예전에도 지인들에게는 이 박소재에 대해 소개해주는 시간을 갖곤 했었는데, 공식적으로는 이번 축제를 통해 시작하게 됐습니다. 박소재에는 총 18개의 볼거리가 있는데, 그 범위는 입구서부터 후원에 있는 만다라정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습니다.”
올해 이 한음골 돌담길이 경기도 관광테마골목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마을의 긍정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거 같아 좋다는 김 대표는 “프로젝트 신청 당시 잘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평가를 하러 온다며, 잘 말해달라는 마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 드디어 마을 사람들이 이 집에 대한 가치를 깨달았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단순히 코로나19와 같은 병만이 전염되는게 아니라 행복도 그리고 아름다움도 전염된다. 그 아름다움의 결과가 현재의 돌담길을 조성하게 된 하나의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앞으로 골목사업이 잘 진행되며 마을 사람들 간의 협력과 단합이 잘 이뤄지고 마을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관심이 늘어나길 기대한다는 김 대표. 본인 또한 돌담길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고택 견학과 버츄프로젝트 등 본격적인 체험 프로그램 일정을 구상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옛 전통과 마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현재의 돌담길을 만들게 된 건 마을을 아끼고 또 발전시키고자 한 김종훈 위원장과 추진위원단의 노고 덕분이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현재의 돌담길은 과거 조성돼있던 돌담을 지키고 또 복원하고자 하는 손길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중에는 김종훈 조안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도 함께했는데요. 김종훈 위원장은 한음골 마을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토박이 중에 토박이입니다. 실제로 4대가 함께 한 집에서 살아 한 시사 프로그램에 ‘효자’로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그런 그가 마을의 활성화와 발전을 위한 아이템으로 생각했던 건 바로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이었습니다.
“이 마을은 땅을 팠다하면 돌이 무수히 나왔어요. 그래서 과거 농사를 짓던 우리 부모님들도 그 돌을 다 쌓아서 돌무덤을 만들어 놓곤 했었는데, 그 돌들을 자세히 보니 저마다 색도 다르고 모양도 달라 잘만 하면 쓰임새가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죠. 그러던 중 과거 마을에서 해왔던 돌담들이 생각이 나 여기에 써보자고 마음을 먹고 돌담길 조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맨 처음 마을 사람들에게 이 계획을 전했지만, 아무래도 힘도 들고 시간도 많이 드는 등 여간 번거로운 작업이 아니라, 다들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그래서 직접 작업한 돌담을 보여주며 설득한 끝에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며 “이런 일들이 마을의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다행히 이 일이 한 번 진행되자 사람들이 보고 본인들도 돌담을 쌓고 싶다며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음골 돌담길을 조성하는 모습. 돌담길은 현재도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 한국관광개발연구원 제공
현재 돌담길은 박소재 고택을 기점으로 한 A구역과 김 위원장 집 근방으로 하는 B구역으로 나뉘어져 구성돼 있는데요. 이번 골목사업을 통해 A구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돌담길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본격적인 돌담길을 형성하기 전부터 마을의 전통을 지키고 또 활성화를 위해 여러 사업을 진행해왔다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마을 초입에 자리한 개울도 본래 콘크리트로 덮여 있던 곳이었으나,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친동생과 마을 후배들이 함께 자연석으로 재설치해 오픈하니 여러 지역에서 찾아와 피서와 힐링을 즐기고 가는 명소로 변신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본래 마을 계곡이 어렸을 적 놀던 곳이었는데, 최근 계곡들은 유원지화되거나 사유지화되서 통제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자연부락을 만들고 싶어 사업을 진행하게 됐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조성한 돌담길 또한 그런 취지로 만들어가고자 사업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아직은 전부 조성된 게 아니지만 앞으로 지원을 더 받을 수 있다면 돌담길도 넓히고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한음골 돌담길이 본격적으로 타 지역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건 바로 지난달 20일부터 21일 양일간 개최된 ‘한음골 돌담길 축제’ 덕분이었습니다.
지난 20일부터 21일 양일간 진행된 한음골 돌담길 축제는 마을 사람들은 물론 외부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공연과 체험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진행됐다. ⓒ 한국관광개발연구원 제공
당시 축제에는 지역 학교와의 협업과 마을 주민들의 공연, 체험프로그램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원래 저희는 가을마다 ‘송송골 음악회’라고 매년 개최해왔는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개최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경기도 구석구석 관광테마골목 사업에 선정되면서 지역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또 외부에서도 구경올 수 있는 나름 규모있는 축제로 발전해 개최하게 됐습니다. 저 또한 마을의 구성원이자 전통주와 발효식초를 빚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에게 빚는 방법들을 소개했었고 이외에도 ‘박소재 이야기’라고 고택 견학 프로그램과 ‘이로가든’에서 실시한 정원사 체험 등 체험 프로그램들도 운영돼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마을의 활성화를 위해 돌담길의 지속적인 구축과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자 한다는 김 위원장.
”앞으로 추진위원단과 많은 논의도 하겠지만 마을 돌담길 형성은 더 활성화시켜서 담쟁이넝쿨도 올리고 사람들이 참여하고 함께할 방법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해서 물의 정원 등에 놀러왔던 관광객들이 이 마을에도 찾아와 돌담길도 걸어보고 사진도 찍고 돌탑도 쌓고 체험도 하는 등 좋은 경험을 남겨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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