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11월 국내 최대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반려마루’가 개관했습니다.
반려동물이 모여 이야기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진 반려마루에서는 개관 후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반려마루 속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
지난해 10월 23일 화성시 번식장에서 구조된 아이들의 입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구조된 687마리의 아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뜨거웠는데요.
현재는 대부분의 강아지가 입양됐으며, 현재는 남은 아이들과 타 시·군 보호소에 있던 아이들이 함께 입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중 반려마루에서 자원봉사가 처음 시작된 날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봉사하며 구조견의 입양까지 결정했다는 한 가족이 있어 만나봤습니다. 바로 귀여운 ‘꼬미(조그맣다는 표현의 쪼꼬미에서 따온 이름)’의 엄마 이서연 씨의 이야기입니다.
번식장 구조견에서 ‘꼬미’라는 이름의 새 가족으로

현재 이서연 씨와 함께 살고 있는 ‘꼬미’는 지난 9월 화성시 번식장에서 구출된 구조견 중 한 마리다. ⓒ 이서연 씨 제공
‘꼬미’는 화성시 번식장에서 구조된 강아지 중 한 마리입니다.
현재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구조될 당시만 하더라도 빼빼 마른 몸에 털은 곧 빠질 것처럼 푸석푸석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고 합니다. 게다가 치아는 마치 곰팡이가 핀 듯 치석이 까맣게 덮여있어 결국 발치마저 했다는 꼬미.
이서연 씨는 처음 반려마루에 봉사하러 갔을 때 그 많은 강아지 중 유독 꼬미가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작년 9월 초부터 자원봉사를 했었는데, 유독 꼬미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당시 겉모습도 안쓰러웠지만 특히 충격적이었던 건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성대를 제거해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안쓰러움에 먼저 눈이 갔었는데, 볼수록 성격도 너무 밝고 사람을 좋아하더라고요. 견사 청소하러 들어가면 반갑다고 꼬리도 흔들고 예뻐해달라고 하는 모습이 눈에 밟혔죠. 당시 매일 봉사하러 갔었는데, 그때마다 찾아가서 얼굴도 익히고 어울리다보니 점점 마음에 스며들었던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많은 아이 중 꼬미를 만났다는게 운명인 거 같아요.”
반려마루 봉사와 관련해 이서연 씨는 화성시 번식장 사건을 SNS에서 중계하는 실시간 영상을 통해 접하고 이후 구조견들에 대한 소식을 찾아보던 중 반려마루에 대해 알게 됐고 생전 처음 자원봉사를 신청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이서연 씨는 “꼬미를 만나기 전 입양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가 꼬미를 만난 후 마음이 바뀌어 입양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사진은 반려마루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이서연 씨 모습.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이서연 씨는 “당시 입양을 생각하지 않고 봉사만 했었는데, 꼬미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꼬미에 대한 신상정보와 상태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노령에다 발치도 많이 해야한다 해 더욱 마음이 쓰이게 됐다”며 “그래서 꼬미의 남은 견생이라도 보듬어주고 또 행복하게 해주고 싶단 생각이 들어 입양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일도 많고 임시보호까지 하다보니 매일 자원봉사를 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은 꼭 가려고 한다. 다행히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여유 시간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며 “자원봉사는 꼬미를 입양하기 위해 한 일이 아니니 일손이 덜 필요해지는 그날까진 열심히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2년의 우울증, 꼬미를 만나 회복

이서연 씨는 “과거 키우던 반려견들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펫로스로 우울증을 앓다가 꼬미를 만나 우울증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현재는 누구보다 자원봉사에 진심인 이서연 씨지만 그녀 또한 과거 키우던 반려견을 갑작스레 떠나보내 ‘펫로스(Petloss)’에 걸려 2년여간 우울증에 시달려 왔었다고 말했습니다.
“2021년 가을과 겨울, 당시 키우던 반려견 두 마리에 연달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게 되면서 너무나 힘들었어요. 그렇다보니 다신 이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아서 인터넷 등을 통해 반려동물 입양은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 우울감도 우리 꼬미를 만나면서 극복하게 됐어요.”
당시 입양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주위의 염려가 있었다는 이서연 씨. 특히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이 깊었던 이서연 씨였기에 다시금 고령의 반려동물을 키우겠다는 생각은 가족들에겐 걱정이었다고.

이서연 씨는 “당시 키우던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힘들어했는데 봉사를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에너지도 얻고 특히 꼬미를 입양하고 나선 우울증도 극복하고 행복하게 됐다”고 말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당시 키우던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힘들어했는데 봉사를 다니면서 되려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얻으면서 밝아졌고 결정적으로 꼬미를 입양하고 나선 우울증도 극복하고 행복해하니까 가족과 지인들 모두 처음과 달리 잘됐다고 말해주더라고요. 특히 제가 힘들어하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 왔던 남편도 처음엔 반대했으나 주말에 반려마루에서 함께 봉사도 해보고 아이들과 교감하면서 저를 이해하게 되고 입양에 대해서도 제 선택을 존중 해 줬어요.”
새로운 가족이 된 지 이제 4개월이 지났다는 꼬미는 현재는 온 가족에 사랑을 듬뿍 받고 지내고 있습니다. 이서연 씨는 가끔은 본인이 힘들거나 지칠 때도 있지만 한평생 철창에 갇혀 외로움에 몸부림친 꼬미를 생각하면 없던 힘도 생겨난다고 말했습니다.
이서연 씨는 “꼬미는 입양전부터 저와 만나며 교감하고 신뢰를 쌓아간 덕분인지 집에 왔을 때도 신나서 냄새도 맡으면서 구경하기 바빴었다”며 “당시 꼬미가 오기 전 인형도 사놓고 패드도 준비하는 등 만발의 준비를 했었는데, 다행히 빨리 적응해 준 덕분에 현재까지도 문제행동도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화성시 번식장에서 모견으로 지내다 보니 아기 강아지를 보면 모성애가 드러났다. 최근 임시 보호했던 아기 강아지도 너무 활발해 귀찮게 굴곤 했는데 다 참아주고 보듬어줬다”며 “평상시 목욕을 시킬때도 얌전하고 문제 없이 지내는 걸 보면 ‘아 하늘이 나에게 힘들지 말라고 내려준 천사구나’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서연 씨는 “과거 입양을 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생각했지만 꼬미를 만난 후 그 마음이 바로 바뀌어버려 괜스레 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이서연 씨는 이렇게 집에서 잘 지내는 꼬미를 보면 당시 입양하기 전 단호했던 자신의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봉사를 매일 다닐 때 반려마루 직원분께서 ‘본격적으로 입양이 시작되면 한 마리 입양하실거죠?’라는 질문을 하셨는데 그때 저는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말했었어요. 그땐 펫로스 등으로 입양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다 꼬미를 만나 입양 결심을 한 게 9월 말이었는데, 그땐 아직 입양에 대한 정확한 공고가 안나와서 빨리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고대하며 직원분들께 입양이 언제 가능한지 매일 묻곤 했어요. 처음 봉사할 때만 하더라도 입양은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한 달여 만에 바뀌어버린 제 모습을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네요.”
“유기견도 같은 생명, 입양으로 함께 해주시길”

이서연 씨는 “앞으로 많은 도민이 유기동물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이서연 씨는 경기도가 반려마루를 시작으로 국내 최고의 반려동물 돌봄 지자체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도지사님이 반려동물 환경 개선에 관심도 많으시고 다양한 정책도 펼쳐주시는걸로 알고 있어요. 예전보다 인식도 개선되고 환경도 좋아졌다지만 사실 반려견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경기도가 정말 최고다라고 자부할 수 있는 시설이나 환경, 캠페인 등을 펼쳐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앞으로 반려마루와 같은 공간이 조금씩 늘다보면 더 몇 년 후가 되면 더 살기 좋은 환경이 되겠죠?”
앞으로 많은 도민이 유기동물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이서연 씨.
“제가 어느 기사에서 보니까 우리나라에서 한 해 유기견이 발생하는 수가 몇만 마리고 그 중 꽤 많은 유기견이 안락사 당한다고 해요. 유기견도 그렇고 번식장, 불법도살장 등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이들을 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욕심 때문이잖아요. 이런 문제에 대해 우리가 무관심하고 잘 알지 못하면 언제든 끊임없이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도 사람과 같이 소중한 생명인데, 어떤 방법으로든 관심갖고 표현 해 주시면 좋을 거 같고 혹시 반려견을 입양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물건처럼 돈 주고 펫샵에서 사시지 마시고 한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게 유기견들을 입양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어 “유기견들도 저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행동교정 등 충분히 훈련시키면 어린 강아지들 못지 않게 잘 배우고 따라온다”며 “충분히 사랑받고 사랑을 주며 살아갈 수 있는 만큼 유기견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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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④ “입양은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선택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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