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시인’이라 불리는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의 설계로 탄생한 미술관
다양한 크기의 여러 개의 전시 공간이 하나의 덩어리에 담긴 설계로 유명
더위가 한풀 꺾인 9월, 미술의 매력에 한번 빠져 볼까요? 경기도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미술관 6곳을 소개합니다. |
경기도 곳곳에는 다양한 미술관이 있습니다. 특히 파주에는 헤이리마을부터 파주출판단지에 걸쳐 개성있는 미술관들이 많아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는데요.
그중 오늘 소개할 이 미술관 또한 개성있는 외관과 깊이 있는 전시로 호평이 자자한 곳입니다. 특히 전시관과 함께 북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힐링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책과 전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소개합니다.
극적인 체험을 선사하는 곳,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파주 출판단지 내 위치해 있는 미술관으로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곳으로 유명하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하 미메시스)은 파주 출판단지 내 위치해 있는 미술관입니다. 출판사 ‘열린책들’이 세운 곳으로 이름도 열린책들의 예술 서적 전문 브랜드인 ‘미메시스’에서 따왔는데요
출판단지의 규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메시스 또한 규모가 상당합니다. 지상 3층의 규모로 이뤄진 이곳은 여러 개의 전시 공간이 하나의 덩어리에 담긴 설계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의 설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아시아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미술관 프로젝트’로도 알려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건축가 알바루 시자는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고 불리는 포르투갈의 건축가로 대표작으로는 포르투 세할베스 현대 미술관, 아베이루대학교 도서관, 리스본 엑스포 파빌리온 그리고 국내에서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비롯해, 안양 알바루 시자 홀, 아모레퍼시픽 연구원을 설계한 바 있습니다
미메시스는 알바루 시자의 다른 미술관 설계와 달리 U자형 곡면을 통한 역동성과, 별도의 방향성을 갖는 이중 천정과의 조합으로, 시점과 대상의 복합화로 이루어진 가장 극적인 공간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자연광을 강조함으로써 미술관 관람객은 시간별, 계절별로 변화하는 빛의 특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미메시스 외부는 두 개의 거대한 회백색 콘크리트 덩어리가 날개처럼 양쪽으로 펼쳐져 있다. 내부는 다양한 곡면으로 이루어진 백색의 전시 공간은 가급적 인조광을 배제하고 자연광을 끌어들여 은은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대표적인 특징을 몇 가지 살펴보자면 미메시스 외부는 두 개의 거대한 회백색 콘크리트 덩어리가 날개처럼 양쪽으로 펼쳐져 있으며, 이 육중한 매스를 하부의 기둥과 창이 떠받치고 있는 형상을 보입니다. 이는 단순한 사각형의 건물만 봐온 방문객들이 놀라워하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미메시스 내부의 인상은 ‘은은함’과 ‘곡선의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양한 곡면으로 이루어진 백색의 전시 공간은 가급적 인조광을 배제하고 자연광을 끌어들여 은은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빛의 향연을 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인데요.
또한, 내부에서 외부를 볼 수 있도록 공간을 개방해 정해진 곳에서 관람자가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의도하도록 설계됐으며, 미술관 로비부터 전시실로 이어지는 부분은 건물의 양 날개가 만나는 중심부에 자리하여 곡면의 큰 창을 통해 중앙 정원과 바깥의 풍경도 감상하게 해줍니다. 이는 알바루 시자가 추구한 자연스러운 동선을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2층 로비는 단지 3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통로가 아니라 공간 내부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데요.
1, 2층이 개방형으로 뚫려있어 넓은 시야를 확보하는 이곳에서는 상호 교차하는 자연광과 곡면이 어우러진 리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3층은 가장 역동적이고 극적인 공간으로써 알바루 시자 건축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3층으로 올라오면 가장 역동적이고 극적인 공간 체험을 느낄 수 있는데요. 건물 두 날개의 중심부에서 곡면과 직각, 예각의 구조물이 한데 어우러진 기하학적 구조는 하나의 예술조형물로 감상할 수 있으며, 이 시점에서 알바루 시자 건축의 정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곡선의 이중 천장을 통해 작품 감상을 위한 자연광 유입과 아울러 역동적인 공간감을 체험시켜줍니다. 이중 천장 시스템은 천창 아래 또 하나의 천장을 매단 것으로, 천창에서 산란되어 부드럽게 새어나오는 빛은 이 공간의 다이나믹한 역동성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외에도 미술관 로비에는 북카페가 함께 운영되고 있어, 책을 비롯한 각종 물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좌석들이 함께 마련돼있습니다.
예술과 삶의 경계 속 표류하는 작가들을 만나다
현재 미메시스에서는 ‘미메시스 아티스트 프로젝트(MIMESIS ARTIST PROJECT)’의 여덟 번째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현재 미메시스에서는 ‘미메시스 아티스트 프로젝트(MIMESIS ARTIST PROJECT)’의 여덟 번째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며 도발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회화 작가들을 선정하여 소개하는 ‘MIMESIS AP’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주요한 연속 프로젝트이기도 한데요.
이번 ‘MIMESIS AP8: 표류자들The Drifters’에서는 전시 참여 작가인 김동진, 이채영, 최영빈을 예술과 삶에서부터 다음 단계로 향하기 위한 어떤 과정 중에 표류하는(drifting) 존재들로 규정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풍경 속 공허-시적 다큐멘터리’, ‘진화하는 페어링’, 그리고 ‘방치된 가능성-시선의 파편’이라는 주제로 현대 사회에서 표류하는 인간의 모습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형다미 선임 큐레이터는 “미메시스에서는 자신만의 세계가 깊어진 상황 속에서 현실의 문제에 부딪히는 작가들과 그 고민들을 작품 속에 녹여낸 작가들을 초청해 이번 전시를 선보이게 됐다. 작가들이 겪고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작품에는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볼 수 있는 게 이번 전시의 특징”이라며 “미메시스가 ‘모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작가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작품에 내면이나 주변 환경을 모방하고 반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번 전시가 미술관과도 연관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채영 작가의 작품은 사실적인 묘사를 동양화 기법으로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작품에서는 그 공간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오도록 몰입감을 더해주고 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경기뉴스광장
대표작들을 소개해보자면 먼저 1층에 있는 이채영 작가의 작품은 사실적인 묘사를 동양화 기법으로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본래는 버려진 공간 속 적막한 느낌을 그려내며 멀리서 지켜보는 시선을 표현해냈지만 최근 작품에서는 그 공간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오도록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숨’이라는 작품들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작품 안으로 푹 빠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특히 작품 속 수면의 진동 모습까지 세세하게 표현하고 파노라마 형태로 사람들의 시선을 이끄는 등 작품의 감동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3층에서는 김동진 작가와 최영빈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김동진 작가는 작가의 부모님이 운영해 온 폐기물처리장의 환경을 그려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최근 작가의 주위 환경이 변화하면서 작품에도 새로운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눈여겨볼 점이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먼저 김동진 작가는 작가의 부모님이 운영해 온 폐기물처리장의 환경을 그려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작가는 최근 부모님의 사업이 정리되면서 자신의 작업 환경도 바뀌어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데요.
그중 작가의 최근 작인 ‘끝의 시작에서 그들은, 그리고 나는’이라는 작품은 사라지는 폐기물 처리장 속, 작가가 느끼는 과도기적 상황과 작품의 해체감 등 변화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특히 초기 작품과 비교를 했을 때 느껴지는 그 변화는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 새삼 묻어나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최영빈 작가는 일반 사람들이라면 자칫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추상화’를 선보이는 작가로 자신의 내면과 몸을 표현해내는 것이 특징이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경기뉴스광장
최영빈 작가는 일반 사람들이라면 자칫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추상화’를 선보이는 작가입니다.
자신의 모습을 명확하고 감각적인 시선으로 표현해 낸 최영빈 작가의 작품들은 마치 다른 사람이 자신을 봤을 때 느낀 첫 인상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이야기 없는 시간’이란 작품은 작가가 본래부터 추구해 온 자신의 작품을 페어링하면서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마치 각자 다른 작품인 듯 하지만 결국은 하나에서 시작된 작품들로 작가의 감각과 느낌을 담아낸 추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형다미 선임 큐레이터는 추상화를 관람할 때 이성적인 생각보다는 자신의 감각으로 받아들이면서 관람한다면 쉽게 다가설 수 있다고 덧붙여 소개했습니다. 또한,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도슨트 관람을 추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형다미 선임 큐레이터는 “잠깐 그림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시고 전시장에 입장하시면 좋을 거 같다. 몰입을 위해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놓고 마치 물 위에 둥둥 떠있는거 같이 관람해보신다면 새로운 체험과 경험의 시간이 될거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전시와 관련해 오는 7일에는 전시 연계 아티스트 라운드 토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번 행사는 청년에서 중견작가로 향해 가는 예술가로서의 삶과 작품의 관계, 사회 속에서 예술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을 주제로 진행되며. 전시 작가들과 심상용 교수(서울대학교 미술관장, 미술비평)를 초청하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예술가와 그들의 방향성,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위 행사에 참여를 원하신다면 미메시스 공식 누리집
(https://www.mimesisartmuseum.co.kr/)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미메시스에서는 미술과 전시를 사랑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미메시스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미메시스 공식 누리집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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