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가을 하늘이 펼쳐진 민족의 대명절 추석. 오랜만에 한데 모인 가족, 친지들과 함께 여유로운 휴일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기자는 가족들과 함께 화성행궁을 찾아 더욱 뜻깊은 명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 화성행궁을 찾은 기자 ⓒ 왕우빈 기자
화성행궁은 조선 제22대 왕인 정조대왕이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부 읍치로 옮김에 따라 건립된 조선의 고궁입니다. 평시에는 수원부의 관청으로 쓰이다가 왕이 행차하면 국왕과 수행 관원들이 거처하는 궁실로 사용되었습니다
장안문, 화서문, 팔달문, 창룡문과 함께 화성행궁을 에워싸고 있는 성벽 일대를 모두 일컬어 수원화성이라고 하는데요. 그 규모가 도읍이었던 한양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가장 크다고 합니다. 수원화성 일대 성벽과 건축을 통해
조선 후기의 빼어난 건축 양식과
우수한 과학 기술 수준을 엿볼 수 있는 만큼
조선 건축 예술의 종합 박물관이라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수원화성은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상당 부분 훼손되었으나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에 의거하여 1975년부터 보수‧복원되었고, 1997년에는 문화적 우수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화성행궁 신풍루 현판 ⓒ 왕우빈 기자
이곳은 수원화성 중심부에 자리한 화성행궁의 모습입니다. 화성행궁의
신풍루는 1789년 건립 이후 진남루(鎭南樓)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1895년 정조대왕이 어머니인 헌경왕후(혜경궁 홍씨)의 진갑연(회갑연)을 열면서 그 이름이 ‘신풍루’로 바뀌었습니다.
신풍루는
‘임금님의 새로운 고향’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조대왕은 화성행궁이 건립된 이후 죽음을 맞이했던 1800년까지 이곳을 총 13차례 방문했다고 합니다. 화성행궁은 정조대왕이 새로운 도시 건설의 포부를 실현하고, 부모님에 대한 깊은 효심을 담아 건설한 고궁인 만큼, 과연 정조대왕에게 이곳이 또 하나의 고향으로 여겨졌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봉수당 전각 내부의 모습 ⓒ 왕우빈 기자
신풍루를 지나 중앙문을 거쳐 고궁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봉수당(奉壽堂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화성행궁의 정전(正殿)으로 왕권을 상징하는 웅장하고 화려한 편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효심이 깊었던 정조대왕은 어머니의 회갑연을 이곳에서 열기도 했는데, 봉수당이라는 이름은
‘만년의 장수와 건강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정조대왕이 직접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정조대왕의 어진이 모셔진 화령전 운한각 ⓒ 왕우빈 기자
화성행궁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이곳에
정조대왕의 어진이 모셔져 있기 때문입니다.
화령전(華寧殿)은 정조대왕이 승하한 이후 건축되기 시작하여 순조1년에 완성된 건축물입니다. 창덕궁 선원전, 전주 경기전과 더불어 오늘날까지 그 외관이 온전히 전해오는 몇 안 되는 조선시대 영전 건축물로 평가됩니다. 생전에 검소한 삶을 지향했던 정조대왕의 뜻을 받들어 단아하면서도 품격있게 만들어진 건축물로, 이곳의 운한각, 복도각, 이안청은 2019년에 국보로 지정되었습니다.
아름다운 화성행궁의 모습 ⓒ 왕우빈 기자
화성행궁은 규모 면에서 서울의 고궁들에 비해 작고 소담하지만, 단아하고 정갈하면서도 기품 있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민족의 대명절을 맞아 가족 단위로 이곳을 찾은 관람객과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수의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해가 지자, 화성행궁
‘야간개장 달빛 화담, 花談’ 을 즐기려는 듯 보다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대보름 달빛이 상징하는 풍요로움 만큼이나 수원화성의 가을을 수놓을 문화 축제들이 가득한데요.
‘화성행궁 야간개장, 花談(매주 금~일, 18:00~21:30)’을 필두로 성벽 길을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빛의 산책로’, 미디어아트 수원화성(9월 28일~ 10월 20일), 수원화성문화제(10월 4일 ~ 6일), 정조대왕능행차 공동재현(10월 6일) 등이 그것입니다.
가을이 익어가는 아름다운 계절,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수원화성의 고즈넉하고도 장엄한 아름다움과 문화 축제의 낭만을 만끽해 보시면 어떨까요?
○ 행사 및 체험 일정 : 수원문화재단 누리집(
https://www.swc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