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한풀 꺾인 10월, 미술의 매력에 한번 빠져 볼까요? 경기도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미술관 6곳을 소개합니다. |
이천의 진산인 설봉산 자락에 있는 설봉공원은 세계도자비엔날레와 이천도자기축제, 이천쌀문화축제의 개최지이자 시민의 편안한 휴식처로 이천의 대표적인 공원입니다.
바로 이 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미술관이 있습니다. 푸른 산과 어우러진 야트막한 건물, 그리고 그 앞의 구불구불한 소나무까지.
마치 한 폭의 한국화를 보는 듯한 미술관, 바로 ‘이천시립 월전미술관’입니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월전 장우성 화백의 작품을 전시하고 그 작품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건립된 미술관이다. ⓒ 경기뉴스광장
한국화의 거장 월전 장우성 화백 뜻 이어 설립
‘이천시립 월전미술관’은 전통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고, 한국화의 발전을 이끈 월전(月田) 장우성 화백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한국화의 발전을 위해 설립된 미술관입니다.
장우성 화백은 아산 현충사에 위치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 영정을 비롯해 낙성대 안국사의 강감찬 장군, 경주 남산 통일전의 김유신 장군, 중국 산동성 법화원의 장보고 장군, 포은 정몽주, 의병장 사명대사, 행주대첩 권율 장군 등 수많은 인물의 영정을 그린 화가로 유명한데요.
그는 한국 미술계의 중흥을 위해 1989년 월전미술문화재단을 설립, 본인의 대표 작품과 평생 모은 국내외 미술품 컬렉션을 재단에 기증하고 이를 발판으로 1991년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에 사립 월전 미술관을 건립했습니다.
이후 2005년 장 화백 별세 후 미술관의 규모와 역량을 확충하고 공익적 성격을 더욱 뚜렷이 하려는 그의 의지를 이어 월전미술문화재단과 유족은 월전의 유작과 고미술 소장품 1,532점을 이천시에 기증함으로써 2007년 이천시립 월전미술관이 문을 열게 됐습니다.
이천시립 월전미술관의 진입로 ‘물의 다리’는 학의 날갯짓을 모티브로 한 상징적인 다리다. ⓒ 경기뉴스광장
‘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 11월 24일까지 전시
이천시립 월전미술관은 크게 본관과 별관으로 구분됩니다. 학의 날갯짓을 모티브로 한 상징적인 미술관 진입로 ‘물의 다리’를 따라 들어가면 월전 선생의 아호인 달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월전광장’과 함께 본관 미술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본관 미술관은 전시실로 월전의 작품과 고미술 소장품이 상시 전시되는 2층 상설전시실과 1층의 기획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현재 1, 2, 3, 4, 전시실에서는 오는 11월 24일까지 2024년 가을 기획전 ‘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가 진행 중입니다.
오윤형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천시립 월전미술관은 시립미술관이지만 한국화의 발전을 위한 월전 장우백 화백의 뜻을 이은 미술관”이라며 “이에 1년이 1~2번 한국화 발전에 이바지한 작가를 조명하는 기획전을 진행 중인데, 이번에는 한국화 분야의 대표적 원로 작가인 이철주 화백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은 이철주 작가의 첫 회고전으로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60여 년을 아우르는 작가의 다양한 작품 50여 점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오 학예연구사는 “전시명이 ‘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이다 보니 흔히 꽃 그림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번 전시는 꽃 작품이 없다는 게 반전”이라며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꽃’의 외면이 아닌 내면을 현대적 조형 기법을 조화시킨 새로운 문인화로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는 게 이번 전시의 재미”라고 밝혔습니다.
이천시립 월전미술관은 오는 11월 24일까지 2024년 가을 기획전 ‘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를 개최한다. ⓒ 경기뉴스광장
먹을 통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조형성의 탐구
1960년대 미술대학에서 수학하며 동양화를 전공한 이철주 작가는 수학기에 전통적인 수묵채색화의 학습을 거쳤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커피로 그린 초기 작품부터 최근 수묵화적 아름다움이 결합되 추상화까지, ‘먹을 통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조형성의 탐구’를 추구해 온 작가의 60여 년에 걸친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철주 작가의 1972년 작 ‘찬가’(왼)와 1976년 작 ‘영일’. ⓒ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초기작 가운데 한 점인 1972년 작 ‘찬가’는 군무를 선보이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그린 인물화로 커피라는 재료에서부터 오랜 관습을 깨려는 작가의 의도가 두드러진 작품입니다.
이후 비구상에서 구상 작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이철주 작가는 한복을 입은 가야금 장인의 모습을 그린 1974년작 ‘명장’이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국무총리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결실을 얻게 되는데요.
당시 그는 인터뷰를 통해 “사라져 가는 인간문화재와 도시화에 파묻히는 향토미를 화폭에라도 담아두고 싶어 그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에서는 이철주 화백의 초기작부터 최근 작품까지 총 50점을 볼 수 있다. ⓒ 경기뉴스광장
이후 작가는 1980년대 말을 기점으로 먹과 채색의 번짐과 퍼짐이라는 기법과 동양적인 내용과 정서를 결합하는 데 집중합니다.
특히,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작가가 그린 ‘우주로부터’, ‘우주’ 시리즈는 작가의 이러한 작업 방향이 심화한 결과물인데요.
장자의 호접몽을 떠오르게 하는 이 작품은 이 세상 어떤 것도 고정불변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그 자체가 본질이라는 성리학적 세계관을 표현합니다.
이철주 작가의 ‘우주로부터’, ‘우주’ 시리즈 ⓒ 경기뉴스광장
최근 이철주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변하는 ‘꽃 보다 아름다워라’ 시리즈는 큰 붓으로 “꽃보다 아름다워라”라는 글씨를 종이에 쓴 뒤에 이를 동일한 정사각형으로 등분해 여러 조각으로 잘라낸 뒤 새로운 구성으로 콜라주하듯 붙인 것입니다.
작가는 그림은 지우고 다시 그리기도 하고 꾸미기도 하다 보니 가식이 많은 반면, 글씨는 직설적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작가는 내용이 있는 글을 쓴 뒤 글을 다시 해체하고 조립해서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만드는 작품을 선보이게 됩니다.
그렇게 나온 작품들은 작품 자체가 글씨로부터 비롯돼 서예적 혹은 수묵화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추상화로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장우성 화백의 일대기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상설전시실. ⓒ 경기뉴스광장
눈에 보이지 않는 테두리 밖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
상설전시실에서는 장우성 화백의 일대기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는 장우성 화백이 그린 다양한 인물화가 전시돼 있는데요. 1936년작 ‘여인’을 비롯해 1949년작 ‘한국의 성모자상’, 1998년작 ‘김립선생방랑지도’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시, 서예, 그림을 하나의 작품에 농축시킨 장우성 화백의 문인화와 그의 다양한 소장품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장우성 화백의 사연 많은 목필통.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본관을 나와 건물 옆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월전조각공원과 별관인 월전기념관이 있습니다.
담쟁이덩굴로 덮인 돌담을 따라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푸른 잔디 위 양지바른 곳에 월전의 흉상과 함께 종이와 붓, 벼루 조각상이 놓여 있습니다.
조각공원 뒤로 통유리로 제작된 월전기념관이 있는데요. 이곳에서 마치 살아서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한 정교한 월전의 밀랍 인형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동양화는 붓을 들기 이전에 정신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물체의 외형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고 그 내면을 관조하여 자기의 심상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먹빛 속에는 요약된 많은 색채가 압축되어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테두리 밖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깊어지는 가을,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의 중요성을 강조한 장우백 화백의 말처럼 이천시립 월전기념관에서 내면의 미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내 월전기념관.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한편, 이천시립 월전미술관에서는 오는 11월 24일까지 2024년 전시 해설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도슨트와 함께하는 전시해설’을 진행 중입니다.
주말과 공휴일 오후 1시와 3시에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별도의 예약 없이 무료로 전시 해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입장료 별도)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관람료. ⓒ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주소:이천시 경충대로 2709번길 185
▪관람 시간: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휴관일: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문의:031-637-0032
이전 기사 보기 ☞
[당신이 몰랐던 ‘미술의 맛’] ①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당신이 몰랐던 ‘미술의 맛’] ② 용인 뮤지엄 그라운드
[당신이 몰랐던 ‘미술의 맛’] ③ 화성 소다미술관
[당신이 몰랐던 ‘미술의 맛’] ④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
이후기사 보러가기☞
[당신이 몰랐던 ‘미술의 맛’] ⑥ 광주 영은미술관
#경기 #경기도 #경기뉴스광장 #Gyeonggi #Gyeonggido #이천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월전 장우성 화백 #한국화 #설봉공원 #수묵화 #이순신 영정 #문인화 작가 #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 #회고전 #추상화 #장인 #호접몽 #월전기념관 #한국의 성모상 #밀랍인형 #월전조각공원 #내면의 미 #도슨트와 함께하는 전시해설 #자연 친화 미술관 #미술관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