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좋은 계절 가을입니다. 혼자 또는 더불어 걸어볼 만한 경기도의 명품 길을 직접 걸어봤습니다. |
사람들은 저마다 걸으며 하는 일이 다르다. 이번에 소개할 길은 힐링과 생각 정리도 할 수 있지만 나라와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한 인물의 발자취가 담긴 ‘성지순례길’로도 유명한 곳이다. 바로 청년 김대건길이다. ⓒ 경기뉴스광장
여러분은 걸으면서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누군가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누군가는 힐링하기 위해 각자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있으실 텐데요.
오늘 소개할 이 길은 힐링과 생각 정리도 할 수 있는 곳이지만 나라와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한 인물의 발자취가 담긴 ‘성지순례길’로 유명합니다. 바로 ‘청년 김대건길’입니다.
청년 김대건길, 그를 생각하는 길
청년 김대건길은 한국인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박해의 위험 속에서 밤마다 조심스럽게 삼덕고개를 걸어 다니며 사목활동을 전개하던 길이다. ⓒ 경기뉴스광장
청년 김대건길은 한국인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박해의 위험 속에서 밤마다 조심스럽게 삼덕고개를 걸어 다니며 사목활동을 전개하던 길입니다.
김대건 신부는 계급과 차별이 존재하던 조선시대에 대한민국 최초의 사제로 평등과 박애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양반이었음에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신념을 지키며 26세의 젊은 나이로 순교한 인물이기도 한데요.
특히 종교적인 인물에 국한되지 않고, 천연두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국제사회에 구제를 요청하였으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보다 16년 앞선 조선의 지도 ‘조선전도’를 만들어 한국을 세계에 알리려 노력했습니다.
청년 김대건길은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가 서려 있는 곳으로 청년 김대건이 사제로서 신자들을 위해 열정을 불태운 길이며 순교 후 신부의 시신을 안장하기까지의 이장 경로이기도 합니다.
민족을 사랑했던 김대건 신부의 삶과 열정을 되새길 수 있고, 시원하게 흐르는 은이계곡을 시작으로 울창하게 우거진 숲길을 걸으며 일상에 지친 마음속 이야기에 귀 기울일 시간을 제공해주는 길이기도 합니다.
고개를 넘어 만나는 청년 김대건의 일생
청년 김대건길은 3개의 코스로 즐겨볼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길은 순례코스로 그 시작은 은이성지다. 은이성지는 조선 천주교회 역사상 방인 사제가 사목한 최초의 본당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김대건 신부와 연관이 깊다. ⓒ 경기뉴스광장
청년 김대건길은 크게 3개의 코스로 걸어볼 수 있습니다. 코스별로 만나볼 수 있는 여러 포인트가 있는데요.
이번에 소개하는 코스는 용인 은이성지에서 안성 미리내성지로 이어지며 김대건 신부가 생전 그리고 사후 이장 경로였던 ‘순례코스’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출발지는 용인시에 있는 ‘은이성지’부터 시작해 봅니다.
은이는 ‘숨어 있는 동네’라는 뜻으로, 천주교 박해 시기에 숨어 살던 신자들에 의해 형성된 교우촌이었던 곳입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조용하고 한적한 성지 가운데 작은 마당에는 김대건 신부의 조각상이 서 있고, 안쪽으로 한옥 형식의 김대건 신부 기념관과 김가항 성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김대건 신부가 1836년 모방 신부로부터 세례 성사와 첫 영성체를 받은 장소이며, 15세 때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마카오로 파견된 곳이기도 한데요. 또한 사제 서품을 받고 귀국 후 최초로 한국인 사제로서 김대건 신부의 첫 사목지이자 순교 전 공식적으로 마지막 미사를 드린 곳입니다. 조선 천주교회 역사상 방인 사제가 사목한 최초의 본당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은이성지 앞에는 기도의 숲과 스탬프 투어를 할 수 있도록 상자도 설치돼 있는데요. 여기엔 김대건길과 용인시 관광지 정보 등이 담겨 있는 팸플릿도 함께 놓여있어, 길을 걷는데 도움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청년 김대건 길을 걷다’라는 글귀와 함께 길을 나서면 은이산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곳에선 김대건 신부의 일생을 담은 표지판과 귀여운 캐릭터 모형을 만나볼 수 있다. ⓒ 경기뉴스광장
‘청년 김대건 길을 걷다’라는 글귀와 함께 길을 나서면 이윽고 은이산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정상 높이가 363m로 높지 않은 산이며, 김대건 길은 산 중반부를 가로지르도록 조성돼 있는데요. 길 중반부에는 김대건 신부의 일생을 담은 표지판과 귀여운 캐릭터 모형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약간은 숨이 찰 때쯤 첫 번째 고개 ‘신덕고개’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고개인 신덕고개에서는 벤치와 신덕고개 비석, 그리고 젊은 신자였던 이원식 빈첸시오의 이야기를 표지판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아름다운 단풍길과 와우정사를 만날 수 있다. ⓒ 경기뉴스광장
은이와 미리내를 잇는 마을과 계곡, 능선을 따라 연결되는 길목에는 세 개의 고개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천주교의 신덕(信德), 망덕(望德), 애덕(愛德)의 의미를 살려 이름이 지어졌으며, 김대건 신부의 정신을 기리고 있답니다. 첫 번째 신덕고개에는 벤치와 신덕고개 비석, 그리고 젊은 신자였던 이원식 빈첸시오의 이야기를 표지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고개를 지나 내려오면 예쁘게 물든 단풍길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그 길을 걷다 보면 불경 외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바로 열반종(涅槃宗)의 총본산인 와우정사(臥牛精舍)가 있기 때문인데요. 불교를 믿는 신도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와우정사를 지나 두 번째 고개인 ‘망덕고개’로 향합니다.
두 번째 고개 ‘망덕고개’
망덕고개로 향하는 길은 도보여행의 느낌이 강하다. 특히 ‘세종-포천간 고속도로’ 공사 현장을 지나가야 하는만큼 길을 잘 확인하며 다녀야한다. 공사 현장을 지나 터널을 통과하면 계단 길과 구 순례길(자칭)을 택해 걸어볼 수 있다. ⓒ 경기뉴스광장
망덕고개로 향하는 길은 순례길보단 도보여행의 느낌도 납니다. 아무래도 차가 지나다니는 길과 마을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곳곳에 설치된 이정표를 따라간다면 무난히 걸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이때 김대건길을 걸으며 당황할 수 있는 장소가 나옵니다. 바로 자연해실마을에 있는 ‘세종-포천간 고속도로’ 공사 현장이 있는 곳인데요.
한창 공사가 진행되는 곳이지만 김대건길은 포장된 길로 안내하기 때문에 이를 따라 움직이기만 한다면 큰 무리 없이 이 구간을 지날 수 있습니다. 공사 현장 터널을 통과한다면 갈림길이 나오게 되는데, 여기서 탐방객들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산으로 올라가는 ‘구 순례길(자칭)’과 도보를 따라 조성된 ‘계단 길’ 두 가지 방법인데요. 지도상 정식 코스는 계단 길입니다. 여기서 기자는 구 순례길을 선택해봤는데요.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은 이 길은 등산스틱 등 물품을 갖추거나 거친 길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분들만 선택하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험하기 때문입니다.
구 순례길은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아 접근하기 어려운 길이다. 따라서 도보로 정리가 잘 된 계단길을 추천하며, 두 길 모두 두 번째 고개인 망덕고개로 통한다. ⓒ 경기뉴스광장
가파른 산길을 올라 도착하면 보이는 사유지 안내판과 무덤가는 ‘어? 내가 길을 잘못 들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요. 무덤가 초입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성지순례길을 안내하는 작은 표지판이 있습니다. 여타 길과는 달리 좁고 거칠며 드문드문 빨간 끈으로만 길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가을에는 낙엽까지 쌓여있어 길을 헤매거나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방향이 없는 주황색 성지순례길 표지판이 나온다면 이제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이때 표지판 뒤로 울타리가 있는 코스를 이용하거나, 가파른 언덕을 그대로 올라가 울타리 코스로 합류해도 됩니다. 이때 울타리 코스로 가야 안내 표지판이 있는 길로 나올 수 있습니다. 거친 길을 숨차게 올라가면 김대건길 안내 표지판이 나오고 안내에 따라 왼쪽으로 이동하면 두 번째 ‘망덕고개’가 나타납니다.
망덕고개에는 앞서 신덕고개처럼 이원식 빈첸시오의 이야기와 망덕고개 비석 그리고 김대건 신부의 캐릭터가 설치돼 있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도 함께 놓여 있습니다. 벤치 옆으로는 앞서 언급한 도보를 따라 조성된 계단길이 이어져 있으니, 초보분들이나 무난한 탐방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이 계단 길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잠시 숨을 돌린 뒤 세 번째 고개인 애덕고개로 향합니다.
‘애덕고개’부터 ‘미리내성지’까지
애덕고개로 향하는 길은 한적한 숲 산책로로 시작되며 중간에는 김대건 신부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장촌체험마을을 만나볼 수 있다. 애덕고개에는 앞선 두 고개와 마찬가지로 김대건 신부의 캐릭터와 이원식 빈첸시오의 이야기, 애덕고개 비석이 있다. ⓒ 경기뉴스광장
애덕고개로 향하는 길은 한적한 숲 산책로로 시작되는데요. 그 길을 따라 쭉 걸으면 한 마을이 나옵니다. 바로 ‘장촌체험마을’입니다. 경기투어패스 이용 장소이기도 한 이곳에는 김대건 신부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벽화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마을을 벗어나 안내 표지판에 따라 쭉 걷다 보면 애덕고개 카페가 등장하고 그 옆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게 되면 ‘애덕고개’가 나옵니다.
마지막 세 번째 고개인 애덕고개에도 김대건 신부의 캐릭터와 이원식 빈첸시오의 이야기, 애덕고개 비석이 놓여 있으며, 이곳에는 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과 숲길로 갈 수 있는 길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제 목적지에 가까워졌습니다. 산길을 따라 500m만 내려가면 최종 목적지인 미리내성지가 나오는데요.
순례코스의 최종 목적지인 미리내성지는 김대건 신부의 묘가 안치돼 있는 곳이기도 하며 매년 많은 신도가 방문해 김대건 신부의 순교 정신과 신앙을 기리는 성지다. ⓒ 경기뉴스광장
미리내성지의 미리내는 은하수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박해를 피해 모여 살던 신자들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마치 은하수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곳엔 김대건 신부의 묘가 안치돼 있는 곳이기도 하며 매년 많은 신도가 방문해 김대건 신부의 순교 정신과 신앙을 기리는 성지이기도 합니다.
또한, 김대건 신부를 기리는 성당 외에도 십자가의길, 기념관 등 다양한 종교 시설이 자리하고 있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신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온 사람들은 이곳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11월까지 넷째 주 토요일만 운영하는 성지 순회 버스를 이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자가용을 끌고 온 분들이라면 미리 이곳에 주차한 뒤 은이성지로 이동해 돌아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올가을 순례자의 길을 걸어보며 생각도 정리하고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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