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가을을 맞아 궁능유산의 전통수목 자원을 활용해 국민의 국가유산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오는 11월 30일까지 조선왕릉 숲길 9개소를 개방합니다. 그중 경기도내 파주 삼릉 ‘영릉~순릉 작은 연못 및 공릉 능침 북측 숲길’, 구리 동구릉 ‘휘릉~원릉 및 경릉~자연학습장 숲길’, 남양주 광릉 ‘복자기나무 숲길’, 사릉 ‘능침 뒤 소나무길’을 직접 걸어봤습니다.

가을을 맞이해 방문하기 좋은 숲길이 많이 있지만 거기에 고즈넉한 분위기까지 품은 곳들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왕릉 숲길인데요.

그중 오늘 소개할 숲길은 본래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가, 2019년과 2021년에 공개된 자연을 한껏 품고 있는 숲길입니다. 바로 ‘파주 삼릉 능침 북쪽 숲길’과 ‘영릉~순릉 작은 연못 숲길’입니다.

세 개의 왕릉과 숲길이 어우러진 곳, ‘삼릉’






파주 삼릉은 총 세 개의 릉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 공릉, 순릉, 영릉입니다

먼저 공릉은 조선 8대 예종의 첫 번째 왕비 장순왕후 한씨의 능입니다. 공릉은 1461년(세조 7) 장순왕후가 왕세자빈의 신분으로 세상을 떠나 1462년(세조 8)에 파주 보시동(普施洞)인 현재의 자리에 왕세자빈의 묘로 조성하여 장순빈묘(章順嬪墓)라 불렀는데요. 이후 1470년(성종 1) 장순왕후로 추존하고 능의 이름을 공릉이라 부르게 됐습니다.

순릉은 조선 9대 성종의 첫 번째 왕비 공혜왕후 한씨의 능입니다. 순릉은 1475년(성종 5) 공혜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언니 장순왕후의 공릉이 있는 현재의 자리에 조성됐습니다. 순릉은 파주 삼릉에 있는 3기의 능 중에서 유일하게 왕릉의 형식으로 조성되었는데, 이는 공혜왕후가 중전의 신분에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릉은 황제로 추존된 진종과 효순황후 조씨의 능입니다. 영릉은 하나의 곡장 안에 봉분을 나란히 배치한 쌍릉(雙陵)의 형식으로, 앞에서 능을 바라보았을 때 왼쪽(서쪽)이 진종, 오른쪽(동쪽)이 효순황후의 능입니다. 1728년(영조 4) 진종이 왕세자(효장세자) 신분으로 세상을 떠나자, 1729년(영조 5)에 파주 순릉 왼쪽 언덕인 현재의 자리에 묘를 조성했는데요. 이후 1751년(영조 27) 효순황후가 왕세자빈(현빈) 신분으로 세상을 떠나자, 1752년(영조 28) 효장세자묘 동쪽에 묘를 조성했습니다. 1776년 영조가 세상을 떠나고 정조가 왕위에 오르자 정조의 계승상 아버지가 되는 효장세자가 진종으로 추존되면서 능의 이름을 영릉이라 부르게 됐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곳은 단순히 조선 왕족들의 무덤으로 보이지만 삼릉 내에는 둘러볼 요소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공간으로는 바로 ‘재실’입니다.

이곳은 능을 관리하는 능참봉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제사를 지낼 때는 제사 음식 장만 등 제사에 관한 전반적인 준비를 하던 공간인데요. 파주 삼릉에 남아있는 재실은 영릉의 재실로 현재는 재실과 일부 행랑만이 남아있습니다.

간략한 조선시대 연표와 함께 삼릉에 대한 설명, VR 등이 있는 ‘역사문화관’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내부 공사로 인해 휴장 중입니다.

이 외에도 재실 앞에는 함께 온 가족, 연인이 함께 즐겨볼 수 있는 ‘전통놀이체험관’도 있으며, 매표소 인근에서는 유모차, 휠체어를 대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왕릉 속 숲길을 만나다






삼릉의 특별한 점은 바로 두 개의 숲길이 있기 때문인데요.

먼저 ‘공릉 능침 북측 숲길’입니다. 이 길은 지난 2019년도에 개방된 곳으로 1.9㎞의 코스로 조성돼 있습니다.

본래 길이 있던 곳이지만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새롭게 산책길로 조성돼 개방된 뒤 현재까지 사람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코스의 난이도는 높지 않습니다. 약간의 오르막이 있는 구간을 제외하곤 완만한 평지 길로 조성돼 있으며, 중간마다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마련돼 있습니다.

이 산책길의 묘미는 바로 자연이 잘 보존돼 있어 나무들 사이로 힐링하며 걷는 느낌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포토존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지만 쌓여 있는 낙엽과 울창한 나무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어디든 포토존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작은 연못 숲길’입니다. 2021년 처음 대중들에게 공개된 이 길은 공릉 능침 북측 숲길과 비슷한 길이로 순릉에서 영릉까지 연결되는 산책길입니다.

작은 연못 숲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데는 바로 길 중간에 조성된 연못 때문인데요.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더불어 공터 그리고 연못이 조성돼 있어 한가로이 쉬어갈 수 있습니다.

공릉 능침 북측 숲길과 마찬가지로 길 옆으로 나무들이 잘 보존돼 있어 힐링하기 안성맞춤입니다. 이 두 산책길을 모두 걷게 되면 약 2시간이 소요됩니다.

삼릉 산책길은 올해는 11월 말까지만 개방한다고 하니, 이번 주말 삼릉을 방문해 옛 왕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또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길도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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