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가을을 맞아 궁능유산의 전통수목 자원을 활용해 국민의 국가유산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오는 11월 30일까지 조선왕릉 숲길 9개소를 개방합니다. 그중 경기도내 파주 삼릉 ‘영릉~순릉 작은 연못 및 공릉 능침 북측 숲길’, 구리 동구릉 ‘휘릉~원릉 및 경릉~자연학습장 숲길’, 남양주 광릉 ‘복자기나무 숲길’, 사릉 ‘능침 뒤 소나무길’을 직접 걸어봤습니다. |
사시사철 걷기 좋은 고즈넉한 조선왕릉의 숲길. 오늘 소개할 숲길은 2020년과 2021년에 공개된 숲길로 자연을 만끽하기 좋은 길들입니다. 바로 구리 ‘휘릉~원릉 숲길’과 ‘경릉~자연학습장 숲길’입니다.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 왕릉의 역사를 담은 ‘동구릉’
구리 동구릉은 말 그대로 ‘동쪽에 있는 9기의 능’이라는 뜻으로, 450여 년간 7명의 왕과 10명의 왕비가 잠들어 있는 조선 최대의 왕릉군이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구리 동구릉은 말 그대로 ‘동쪽에 있는 9기의 능’이라는 뜻으로, 450여 년간 7명의 왕과 10명의 왕비가 잠들어 있는 조선 최대의 왕릉군입니다.
1408년(태종 8)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건원릉(健元陵)이 처음으로 조성되고 이후 문종의 현릉(顯陵), 선조의 목릉(穆陵), 현종의 숭릉(崇陵), 장렬왕후의 휘릉(徽陵), 단의왕후의 혜릉(惠陵), 영조의 원릉(元陵), 헌종의 경릉(景陵)이 차례로 조성됐습니다. 능이 조성될 때마다 동오릉(東五陵), 동칠릉(東七陵) 등으로 불리다가 문조의 수릉(綏陵)이 옮겨지면서 지금의 동구릉이 되었는데요.
동구릉은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의 왕릉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으로, 왕이나 왕후의 능을 단독으로 조성한 단릉, 나란히 조성한 쌍릉, 하나의 정자각을 두고 서로 다른 언덕에 능침을 조성한 동원이강릉, 한 능에 왕과 왕후를 같이 모신 합장릉, 왕과 두 왕후의 능을 나란히 조성한 삼연릉 등 다양한 형태로 조성된 능이 모여있습니다.
동구릉의 대표적인 능 중 하나인 태조의 건원릉은 조선왕릉 제도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조선 5대 문종과 현덕왕후 권씨의 능인 현릉은 같은 능역에 하나의 정자각을 두고 서로 다른 언덕에 능침을 조성한 동원이강릉 형식을 띄고 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대표적인 능을 살펴보자면 먼저 태조의 건원릉이 있습니다.
건원릉은 조선 1대 태조의 능으로, 조선왕릉 제도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원릉은 1408년(태종 8) 태조가 세상을 떠나자, 지금의 구리시인 양주 검암산에 왕릉 자리를 정했는데요. 원래 태조는 생전에 두 번째 왕비 신덕황후와 함께 묻히기를 원하여 신덕황후의 능인 정릉(貞陵)에 본인의 능자리를 미리 마련해 두었으나, 태종은 태조의 유언을 따르지 않고 태조의 능을 지금의 자리에 조성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현릉은 조선 5대 문종과 현덕왕후 권씨의 능입니다. 현릉은 같은 능역에 하나의 정자각을 두고 서로 다른 언덕에 능침을 조성한 동원이강릉(同原異岡陵)의 형식입니다. 정자각 앞에서 바라보았을 때 왼쪽 언덕(서쪽)이 문종, 오른쪽 언덕(동쪽)이 현덕왕후의 능인데요.
문종이 1452년(문종 2)에 세상을 떠나자, 수양대군(세조), 황보인, 김종서, 정인지 등의 대신들이 여러 왕릉 자리를 답사하여 지금의 자리에 현릉을 조성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현덕왕후는 세조 당시 폐위됐다가 중종 때 다시 복원돼 현재의 자리로 옮기게 됐는데요. 이때 두 능 사이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이유 없이 저절로 말라 죽어 죽은 나무를 베어보니 두 능 사이를 가리지 않게 되었다는 일화가 ‘중종실록’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조선 21대 영조와 두 번째 왕비 정순왕후 김씨의 능인 원릉도 동구릉의 대표적인 능 중 하나다. 또한 동구릉에서는 조선왕조 왕릉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역사문화관과 제사에 전반적 준비를 담당하던 재실도 만나볼 수 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원릉은 조선 21대 영조와 두 번째 왕비 정순왕후 김씨의 능입니다. 원릉은 하나의 곡장 안에 봉분을 나란히 배치한 쌍릉(雙陵)의 형식으로, 앞에서 능을 바라보았을 때 왼쪽(서쪽)이 영조, 오른쪽(동쪽)이 정순왕후의 능입니다.
이곳은 원래 효종의 옛 영릉(寧陵) 자리였으나, 영릉 조성 직후부터 석물에 문제가 생겨 계속 보수를 하다가 1673년(현종 14) 여주로 옮기게 되면서 터만 남아 있었습니다. 이후 1776년(영조 52) 영조가 세상을 떠나자 옛 영릉 자리에 원릉이 조성됐습니다.
원래 영조는 1757년(영조 33) 첫 번째 왕비 정성왕후의 홍릉을 조성하면서 자신의 능 자리를 미리 만들어 쌍릉으로 조성되기를 원하였지만, 영조가 세상을 떠나고 영조의 능자리로 대신들의 의견이 나누어지자, 정조는 지금의 자리를 영조의 능자리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1805년(순조 5) 정순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영조의 능 동쪽에 능을 조성하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동구릉은 그 크기만큼 산책길과 많지만 타 왕릉과 마찬가지로 왕릉의 역사를 알려주는 ‘역사문화관’과 제사에 전반적인 준비를 하던 ‘재실’도 마련돼 있습니다.
자연을 품은 왕릉 속 숲길들
구리 동구릉 내 휘릉과 원릉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휘릉~원릉 숲길’은 총길이가 1.4㎞로 4~5월에는 떼죽나무의 꽃을 만나볼 수 있어 떼죽나무 숲길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가을에도 또 다른 느낌의 숲을 만나볼 수 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동구릉에는 특별히 걸어볼 수 있는 두 개의 숲길이 있습니다.
먼저 ‘휘릉~원릉 숲길’입니다. 구리 동구릉 내 휘릉과 원릉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1.4㎞의 이 구간은 ‘때죽나무 숲길’이라고도 불립니다. 때죽나무는 5~6월이 되면 종 모양의 흰 꽃이 피어나는 나무인데요. 이 시기에는 왕릉 내 소나무와 어우러져 숲길의 아름다움이 한층 더 깊어집니다.
가을이 되면 낙엽길로 변신하는 이 구간은 약간의 경사로가 있지만 난이도 자체는 높지 않습니다. 쉼터가 따로 마련돼 있지는 않지만 산책길 내에 벤치가 있어 쉬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 길을 걸으며 또는 잠시 벤치에 앉아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입니다.
특히 이 길은 휘릉과 원릉 두 곳 모두에서 시작할 수 있어 걷는 사람 마음대로 동선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경릉~자연학습장 숲길까지 걷고자 한다면 휘릉에서 출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경릉~자연학습장 숲길’은 총길이 1.3㎞의 왕복코스로 반환 구간에 있는 자연학습장은 드넓은 공간에 조성돼 있어 쉬어가기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경릉~자연학습장 숲길’입니다. 2021년 처음 대중에게 공개된 이 길은 총길이 1.3㎞의 왕복코스로 길 자체가 잘 닦여져 있어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자연학습장으로 연결되는 이 길은 오르막으로 돼 있어 조금은 힘들 수 있지만 자연학습장에 도착한다면 탁 트인 광경에 그 피로가 날아가게 됩니다.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억새, 연못 등 마치 하나의 큰 정원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산 중에 있어 고요한 시간을 보내기 안성맞춤인 공간입니다. 이렇게 이 두 산책길을 모두 걷게 되면 약 2시간이 소요됩니다.
오는 11월 말까지만 개방하는 동구릉의 두 산책길. 저물어가는 가을이 아쉽다면 이번 기회에 동구릉 숲길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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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 숲길 따라] ① 파주 삼릉 ‘능침 북쪽 숲길’, ‘작은 연못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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