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아천동 1200년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위원회, 허득천 상임대표가 ‘구리시 아천동 1200년 은행나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구리시 아천동 1200년 은행나무는 개인적으로 ‘사랑의 실천’이라 생각합니다.”
구리시 아천동 1200년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위원회, 허득천 상임대표의 이야기입니다.
허득천 상임대표는 “은행나무를 사랑하지 않고는 7년이라는 시간이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해 일했던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라면서 “사랑하는 일이기에 하는 것이지 공명심에서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사랑이라는 표현은 고향의 어머니 같은 사랑을 의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구리시 아천동 1200년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위원회는 지난 2017년 30여 명이 모여 결성한 민간 시민단체입니다.
아천동 은행나무는 1970년대 후반, 석유파동을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원주민을 이주시키고, 그 이후로 은행나무가 위치한 ‘양주군 구리면 아천리’(현 구리시 아천동) 일원이 국가 중요 보호시설의 민간인 통제 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기억과 역사에서 지워졌습니다. 추진위가 마을 당산제를 복원하면서 이 은행나무는 마을주민을 비롯한 구리시민,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17일 허득천 상임대표를 만나기 위해 구리시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국가 중요 보호시설 내에 있는 1200년 추정 은행나무‥역사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어
올 12월 12일 열린 마을 당산제 자료 사진. ⓒ 구리시 아천동 1200년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위원회
구리시 아천동에 있는 1200년 된 은행나무는 어떤 나무일까요?
아천동 은행나무는 마을의 수호목으로 예로부터 우미내마을의 세시풍속인 그네 행사와 당산제 행사의 무대가 됐다고 합니다. 또한, 1982년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돼 구리시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허득천 상임대표는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 나무로, 암나무와 수나무가 있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서 “구리 아천동 은행나무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수나무로, 민간인 출입통제 구역인 ‘한국석유공사 구리지사’에 45년 이상 갇혀 있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국가 중요 보호시설에 위치한) 은행나무는 사람들로부터 보호되는 측면도 있어 매우 건강한 상태”라고 설명한 후, “아울러 저희가 (이 지역에서 은행나무와 연관된 이야기를) 채록한 결과, (은행나무와 관련된) 전설도 6개 이상 보유한 매우 사랑받았던 나무이면서 마을 사람과 희노애락을 함께한 영물이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추진위는 지난 2017년 현재 위치인 한국석유공사 구리지사(구리시 아천동) 내에 은행나무가 있음을 알아냈고, 나무의 가치를 발견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민운동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디지털구리문화대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 구리비축기지’는 1973년 3월 한국석유개발공사가 발족했고 1981년 7월 한국석유공사 구리비축기지가 개소했습니다.
은행나무가 위치한 한국석유공사 구리지사(한국석유공사 구리비축기지)는 민간인 출입통제 구역입니다. 이 공간의 의미를 살펴보면,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수령 1200년 추정되는 은행나무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과 관련, 허 상임대표는 “1970년대 국가의 석유비축이라는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마을 원주민이 강제로 이주당했다”라면서 “출입도 불가한 상태에서 고향을 홀로 지켜온 잃어버린 추억과 마을 역사의 산증인인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일은 생태‧민속학적으로 의미가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국가가 제대로 보호관리해 주는 점도 있다. 올해만 13분의 마을 어르신이 돌아가셨는데,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길 바라셨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허 상임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수령 1200년의 매우 건강한 나무가 천연기념물 목록에 추가되는 일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구리시민들께서도 자부심이 생길 것으로 본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관련 자료 수집과정의 어려움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허 상임대표는 “은행나무가 원래의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일제 강점기 마을의 존재 사실과 ‘재조선 미국 육군사령부 군정청’(1945년 9월 9일~1947년 6월 2일)이 1947년 촬영한 항공사진부터 1980년대 항공 촬영한 아천동 은행나무가 있는 마을 사진을 확보했다. 서지학(書誌學)적인 측면에서 서적이 거의 없었다”라고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대전 산림청 직원에게 (요청하여) 1982년 출간된 산림청 《보호수지》 책자에서 구리시 아천동 은행나무의 존재를 확인받을 수 있었다. 산림청 공무원이 도서관에 가서 자료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는데, 내무부(현 행정안전부)가 1972년 발행한 《보호수지》에서 아천동 은행나무에 대한 국가 조사하고 인정한 첫 기록을 발견했다”라고 설명한 후, “나머지 자료는 1990년대 중앙지 여러 곳에서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수령이 오래됐고, 키가 가장 큰 나무’라는 기사들도 찾아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1982년 산림청 《보호수지》에 따르면, 남양주 구리면 아천리 주소, 1200년 수령, 50미터 높이, 1.9미터 둘레, 정자목, 전설 미기재 등으로 표기돼 있었습니다.
추진 과정에서 국가유산청은 추진위에 원주민의 생활 속에서 사랑받았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관련 자료를 요청했는데요.
이에 추진위가 관련 사진 자료를 찾아냈던 일은 기적 같은 일처럼 보였습니다.
허 상임대표는 “마을 주민들께서 보유한 사진이 거의 없었다. 가장 중요한 사진을 (추진위를 발족한 지) 7년여 만인 올해 12월 10일 강원도 춘천에 사시는 이응녀(82‧여) 어르신으로부터 1959년 은행나무 밑에서 혼례식을 올렸다는 사진을 받은 것이 가장 짜릿한 기억이다”라면서 “특히 인터뷰 직전 1주일 전에 강원도 춘천에서 받았고, 그분도 보람을 느끼신다고 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추진위는 꾸준히 관련 자료를 찾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까지 일본 국회도서관의 자료실, 산림청, 국가기록원 등의 자료를 탐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추진위의 노력으로, 천연기념물 지정 ‘눈앞에’
허득천 상임대표가 아천동 은행나무의 국가유산청 천연기념물 추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추진위는 ‘10만 구리시민 서명운동’을 비롯해 ‘마을 당산제 복원’, ‘명사 초청 강연회’, ‘학술발표회’, ‘책자 발간 및 보급’, ‘국내외 홍보‧전설 발굴 및 채록’ 등을 담당해 왔습니다.
구리시는 추진위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여 2023년 2월 ‘자연유산 우수잠재자원 추천’을 국가유산청에 신청했고, 같은해 8월 ‘지자체 지정 동의서’를 제출, 11월 ‘잠재자원 지정가치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구리시는 올 11월 한국석유공사 구리지사 내, 수령 1200년 은행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한 현장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는 2023년 10월 구리시가 국가유산청에 ‘구리 아천동 은행나무’ 문화재 지정을 요청한 데 따른 것입니다. 국가유산청·구리시·한국석유공사 구리지사 관계자가 함께 수목의 수령에 대한 문헌과 기록을 검증하는 한편 수목의 생육 상태와 주변 환경, 관리 상황 등 현황을 면밀히 확인했습니다.
또한, 구리시가 지난 12일 아천동 우미내마을을 1200년간 지켜온 은행나무 앞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길 기원하는 ‘마을 당산제’를 열었습니다. ‘마을 당산제’는 지난 2022년부터 열리고 있어 관심을 끕니다.
허 상임대표는 “국가유산청에서 보다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아천동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면, 우리 추진위의 1차 목표는 달성한 것”이라면서 “2차로는 추진위가 민간차원에서 (아천동 은행나무에 관한) 보호와 관리 그리고 대한민국과 전 세계에 홍보할 수 있도록 실천가능한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라고 향후 계획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허 상임대표는 “대한민국의 보물같은 구리시 아천동 은행나무에 많은 응원과 성원을 해주시기를 소망한다”며 “저희는 천연기념물 지정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으로서 더욱더 많이 사랑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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