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교류전에 전시된 동물 모양의 도자기들 ⓒ 윤지원 기자
고려청자의 은은한 비색, 조선백자의 고요한 곡선, 그리고 분청사기의 소박한 무늬.
어쩌면 오늘날의 인공지능 기술은 그 형태와 색을 정밀하게 모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완전하고 매끈하지 않으며, 자연스럽되 단순하지 않은 도자의 미학까지 품을 수 있을까?
그 질문을 품고 가족과 함께 찾은 곳은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제39회 이천도자기축제였다. 축제는 지난 5월 6일을 막을 내렸다.

이천도자기축제의 축제장 전경 ⓒ 윤지원 기자
마을 어귀부터 차량의 행렬이 이어졌다. 넉넉한 무료 주차 공간과 질서정연한 동선, 과하지 않은 친절함으로 안내된 축제장에는 이윤보다 정성과 환대를 먼저 담은 마을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와 사기막골도예촌에서 각각 진행된 축제는
마을 전체가 하나의 축제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푸드트럭존, 전시 부스, 교육 체험 공간과 어린이 놀이터까지 기능별로 구역이 정돈돼
흙을 품은 예술의 마을이라는 이천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푸드트럭 존과 질서정연한 행사 진행 모습 ⓒ 윤지원 기자

도공의 손과 물레 체험존 ⓒ 윤지원 기자
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의 체험존, 도예가의 안내를 따라 한 외국인이 물레에 손을 얹는다. “조금 더 천천히, 힘은 빼고, 중심을 느껴보세요” 도공의 말에 흙은 천천히 돌아가며 그릇이 되어갔다.
체험을 마친 후,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 도자기 체험은 이색적이고 즐거웠다. 꼭 다시 오고 싶다”라고 말했다.
예스파크 중앙에는 800도를 넘는 장작가마가 놓여 있었다. 행사 기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 이 공간에서 도자기는 흙과 불, 그리고 시간 속에서 생명을 얻었다.

노천 소성 가마 ⓒ 윤지원 기자
이천시는 2010년에 대한민국 최초로 공예 및 민속예술 분야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이후로,
도자기 중심의 교육, 예술, 산업, 축제, 국제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시청에는 도자 전담 조직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천도자기축제`는 단순한 지역행사가 아닌,
살아 있는 전통과 공동체의 정성을 체험할 수 있는 예술축제로 진화하였다.

국제교류전 입구 ⓒ 윤지원 기자

다양한 체험존 ⓒ 윤지원 기자
예술이 우리가 잠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의 역할을 한다면 `이천도자기축제`는 그 자체로 ‘예술의 마을’이 주는 휴식과 치유의 축제였다. 이 축제는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공감의 재현이었다.
흙을 만지고, 불을 보고, 도자기 하나에 마음을 담는 일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사람만이 가진 고유한 기술이자 감성이다.
이천에서는 그릇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릇에 정성과 마음을 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