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정조의 효심이 가득 담겨 있는 융건릉을 방문했다.
융건릉은 조선왕조 대표적인 왕릉으로 사도세자와 부인 헌경왕후 홍씨의 묘, 융릉과 그 아들 정조와 효의왕후 김씨의 묘, 건릉이 합쳐진 곳이다.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왕조는 왕릉 조성과 주변 관리에 효와 예를 갖추어 정성을 다했다. 풍수 사상에 따라 최고 명당에 왕릉 자리를 정하고 주변 지형과 경관을 그대로 살려 능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융건릉의 경치는 아주 일품이었다.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융건릉, 지금 같이 떠나보자.

융건릉 입구에는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임을 알리는 비석과 함께 융건릉 관람시 유의 사항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 김연준 기자
융릉, 건릉 역사문화관
먼저 융건릉 입구로 들어서면
‘융릉·건릉 역사문화관’이 우리를 반긴다. 이곳에는
융건릉이 능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묘의 형태나 묘와 관련된 역사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문화관 입구에는 해설사가 대기하고 있어, 희망하는 사람들은 해설사를 요청하면 해설을 들을 수 있다(20분 소요).

역사문화관의 외부와 내부 전경. 역사문화관에서는 융건릉뿐만 아니라 조선왕조의 왕릉과 분포도에 대한 자료도 살펴볼 수 있다. ⓒ 김연준 기자
이곳을 나오면 산책로가 펼쳐지고 조금 더 걸어가면 융릉과 건릉의 갈림길이 나온다. 산책로는 4개의 길로 나뉘며 10분부터 50분까지 길이 조성되어 있어 선택하여 갈 수 있다. 기자는 먼저 융릉을 가 보았다.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 `융릉`
융릉으로 가는 길은 고즈넉하고 큰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서 걷기에 무리가 없었다. 또 드넓은 잔디밭과 벤치가 곳곳에 있어 쉬엄쉬엄 산책하듯이 걸어갈 수 있었다. 덤으로 들려오는 새소리는 어느 음악과 견줄 수 없는 마음의 편안함을 주었다. 기자는
산책로를 걸으면서 가족과 웃고 얘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융릉으로 가는 산책로, 나무 그늘로 시원하고 곳곳에 벤치도 있어 걷기 안성맞춤이다. ⓒ 김연준 기자
저 멀리 융릉이 보였다.
홍살문을 지나 융릉으로 가는 길에는 어로와 향로가 있었다.
어로는 왕이 걷는 길, 향로는 제향 시 향과 축문을 들고 가는 길이다. 기자는 왕의 발자취를 따라 어로를 걸어보았다. 조상에 대한 예를 지내러 간다고 생각하니 숙연해진 마음이 들었다.
어로의 끝에는 융릉을 바라보며 제사를 지내는 재실이 있고 그 뒤로 융릉이 있었다. 융릉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와! 좋다’였다. 드넓은 잔디에 뒤로 나무가 우거지고 해가 잘 드는 곳, ‘왕이라 무덤도 좋구나’ 하고 생각했다.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뻥 뚫렸다.
사도세자는 영조의 명으로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정조는 아버지의 묘가 막히지 않은 곳으로 융릉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정말 그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았다.

멀리 보이는 융릉의 모습, 홍살문을 지나 어로를 걸어가면 재실이 나오고 재실 뒤로 융릉의 모습이 보인다. ⓒ 김연준 기자
정조의 능 ‘건릉’
이번에는 건릉으로 가보았다. 건릉은 융릉과 매우 닮아 있었다. 융릉과 마찬가지로 홍살문을 지나면 어로와 향로를 지나 재실이 있고 그 뒤로 건릉이 있었다.
건릉 역시 드넓고 나무가 우거지고 볕이 잘 드는 곳이었다. 다만 융릉에 비해 크기가 조금 작았다. 기자는 보다 넓은 곳으로 아버지를 모시고 싶은 정조의 효심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융릉과 건릉, 몹시 닮았다. 떨어져 있지 않고 바로 옆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 김연준 기자
생을 마감한 후에야 아버지와 같은 곳에 있게 된 정조, 아버지의 신분을 높이기 위해 평생 노력했던 정조, 이런 정조의 효심을 융건릉에서 뚜렷하게 엿볼 수 있었다. 다만 기자가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아버지와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을 헤아려 융릉과 건릉이 바로 옆에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었다.
기자는 올해 나이 열두 살, 사도세자의 참극이 일어났을 때 정조의 나이 열한 살, 기자는 지금도 부모님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데 열한 살의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정조의 마음이 가늠되지는 않지만, 엄청 슬펐을 것 같다. 죽어서라도 같은 공간에 있고자 하는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가정의 달 5월, 정조 효심의 발자취를 따라 융건릉을 한번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효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효를 실천하는 5월이 되기를 바란다.
■ 화성 융건릉 |
√ 주소 : 경기 화성시 효행로481번길 21
√ 운영시간 : 09:00~18:00(입장 마감은 17시), 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 입장료 : 대인(만 25세~만 64세) 1,000원 / 만 24세 이하 청소년·만 65세 이상 어르신·장애인·유공자 무료 / 화성 지역 주민 500원(신분증 지참)
√ 주차장 : 무료 이용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