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경제의 시간. ⓒ 경기도청
“‘삶의 질’ 높이려다 ‘삶의 터전’ 잃습니다.”
지난 2002년 신문에 실린 한 광고 문구입니다. 당시 경영계는 정부가 시행하는 주 5일 근무제를 반대하며 ‘주 5일 근무제 시행 시 경제가 죽는다’는 내용의 신문 광고를 냈는데요.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2002년 시범 운영에 들어간 주 5일제는 2011년 5인 이상 20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전면 시행되면서 안정적으로 정착했습니다.
주 5일제가 우리 삶에 들어온 지도 어느새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경기도에서는 주 5일제에 버금가는 노동시장과 우리 국민의 노동에 한 획을 긋는 사업을 시작합니다.
노동자에게는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활력을 높이고, 기업에는 높은 생산성과 우수 인재 유치로 경쟁력을 높이는 경기도형 ‘4.5일제’가 국민의 일주일을 바꾸기 위해 본격 출항합니다.

경기도는 다양한 업종과 규모의 기업에 주4.5일제를 적용하기 위해, 예산 소진 시까지 주4.5일제 시범사업 참여기업을 모집한다. ⓒ 경기도청
전국 최초로 ‘주 4.5일제’ 시범 사업 본격 추진
“우리 국민의 일주일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지난 19일 수원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주4.5일제 시범사업 업무협약 및 타운홀 미팅’ 현장. 이 자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4.5일제 사업을 시범 실시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김 지사는 “이번에 4.5일제를 전국 최초로 하면서 생산성과 삶의 질을 조화롭게 하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경기도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경기도가 시작하니까 대한민국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새 정부의 공약인 ‘주 4.5일제 도입’에 대한 산업계와 노동계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경기도가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본격 시작합니다.
이 시범사업은 ㈜동진밸브 등 도내 민간기업 67곳과 경기도 공공기관인 경기콘텐츠진흥원 등 총 68개 기업을 대상으로 임금 축소 없는 노동시간 단축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이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노동문화를 정착시키는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게 목표입니다.
■ 경기도 4.5일제 한눈에 보기 |
▪기간: 2025~2027년(한시적‧시범적 제도도입)
▪대상: 도내 민간기업 등 68개 기업
▪내용: 임금 축소 없는 선택형 노동시간 단축 시범사업
(유형) 기업 상황에 따라 ▲주4.5일제(요일 자율선택) ▲주 35시간제 ▲격주 주4일제
(지원) 노동시간 단축분에 대한 임금보전 등 지원
-노동자 1인당 경기도 생활임금 수준(2025년 기준 1인당 월 최대 26만 원) 장려금 지원
-업무 프로세스, 공정개선 등 컨설팅, 관련 시스템 구축 지원(기업당 최대 2,000만 원) |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사회 위한 ‘휴머노믹스’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경기도의 노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도입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는데요.
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8월 ‘후반기 중점과제’ 중의 핵심으로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후 같은 해 10월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데 이어 정책설계 연구용역을 추진했고, 노사민정협의회와 기업 FGI(집단면접조사) 및 간담회, 기업 현장 방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했습니다.
이렇게 경기도가 ‘주 4.5일제’ 도입에 힘쓰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세계 정치나 경제의 틀과 질서가 크게 바뀌는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로에서 사람에 투자하는 ‘휴머노믹스(사람중심경제)’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해법이 될 것이라는 게 김 지사의 생각입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1월 제1회 경기도 노사민정협의회에서 “그동안 개발연대의 경제 중심은 어떤 면에서 돈, 양적 성장이었다면, 이제는 경제의 중심이 사람이 되도록 해야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경기도 정책 방향이 휴머노믹스(사람중심경제)인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는데요.
이어 “트럼프 당선 이후 투자, 교육, 인적 교류, 이민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AI 기술진보에 따른 산업 개편이 정말 무서운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노동의 형태, 일의 미래, 산업 재편에 따른 여러 가지 변화가 크게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김 지사는 “경기도에서만큼이라도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새로운 세계경제질서 변화 그리고 산업과 기술진보에 따른 산업 재편에 대한 노동의 미래와 일의 장르에 대한 준비를 함께했으면 좋겠다”며 “그런 면에서 주 4.5일제와 0.5&0.75잡 프로젝트 같은 휴머노믹스가 좋은 해답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9일 오전 10시 30분 수원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주 4.5일제 시범사업’ 참여기업과 함께 업무협약 및 타운홀미팅을 가졌다. ⓒ 경기도청
저출생 극복의 해법으로 근로 시간 단축에 주목
즉, 경기도의 주 4.5일제 도입 추진은 단순히 일과 생활의 균형이 아닌 급변하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생산성 향상과 지속 가능한 사회 환경 조성이라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 시간은 1,901시간(2022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연간 근로 시간인 1,752시간보다 149시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러한 긴 근로 시간은 낮은 노동생산성은 물론이고, 삶의 질 하락과 출생률과도 이어진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83년 2.1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지속적인 감소세인데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근로 시간 단축이 저출생 문제 해결에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저출생 극복, 근로 시간 단축과 일상생활 균형 확보부터!’ 보고서에도 저출생 극복을 위해 현행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요.
초저출산의 여러 요인 중 육아 관련 제도의 낮은 실효성과 장시간 근로문화가 일 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고, 출산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경기연구원이 2024년 전국 20~59세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일상생활 균형을 이루는 데 가장 어려운 이유로 남자의 26.1%와 여자의 24.6%가 장시간 일하는 문화와 과도한 업무량을 꼽았고, 이 비율은 특히 20대(39.3%)와 30대(31.5%) 여성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유정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장시간 일하는 문화가 일상생활 양립에 걸림돌이라고 응답한 만큼 특정 대상이 아닌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하나의 문화로 확립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근로 시간 단축과 함께 유연근무, 재택근무 등을 활용하면 일‧생활 균형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기연구원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현행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경기연구원
기업은 생산성 올리고, 국민은 삶의 질 높인다!
근로자들이 늘어난 여가 시간에 가족과의 시간, 취미 생활, 여행을 즐기고, 이러한 생활의 안정이 곧 더 나은 생산성과 업무 효율성으로 이어지는 것. 경기도가 주 4.5일제를 도입으로 이루고자 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의 모습인데요.
이는 결코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닙니다.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해 좋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 현장에 있기 때문입니다.
성남시 판교창업존 입주기업인 AI스타트업 브레인벤쳐스는 ‘주30시간 노동제’를 시행 중인데요. 하루 6시간씩 근무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의 직원 연봉은 업계 평균보다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이는 2020년 설립 이후 기업의 매출(2023년 대비 2024년 매출 25% 상승)이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해 김원회 브레인벤쳐스 대표는 “기업초기부터 현재의 정책(주30시간, 재택근무, 유연출근제 등)을 시행했는데,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게 (회사에 대한)신뢰의 지표가 아니다. 오전 10시~오후 2시의 ‘코어타임’에 같이 모여서 일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도 굉장히 높았습니다. “(현재의 제도로) 출퇴근 피로도가 줄어들면서 인재유치에도 상당히 좋다. 직원대상 조사 결과, 제도의 만족도가 높았고, 결과적으로 우리회사는 퇴직률이 낮다. 근무시간은 줄어도 생산성은 올라가더라. 우리회사 매출이 보여준다. 지금 회사에 다니면서 결혼도 하게 됐다.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직원들의 의견입니다.

지난 2월 AI스타트업 브레인벤쳐스를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김원회 대표를 비롯한 기업 관계자와 함께 노동시간 단축이 미치는 효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경기도청
성남시에 있는 정보서비스 기업 ㈜둡도 2021년 5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번 경기도의 4.5일제 사업 참여 후 주 30시간 근무로 노동시간 단축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최원석 ㈜둡 대표는 “코로나 시기에 처음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2021년 5월부터 현재까지 주 35시간을 운영 중”이라며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근무시간을 단축함에도 생산성이 저하되지 않았고, 구성원의 만족도가 올랐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직원들은 저녁을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IT 업종은 이직률이 높은 편인데 35시간 근무제 시행 후 퇴사나 이직하는 직원이 없어 조직의 안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4.5일제 사업 참여하면서 주 30시간까지 업무시간을 줄여보려 한다. 좋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경기도의 제도적 지원이 계속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습니다.
한편, 이번 경기도 주 4.5일제 시범사업 참여기업은 사회적기업부터 IT기업, 제조업, 언론사까지 다양한 조건과 특성을 가진 기업으로 구성됐습니다.
도는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운영하며, 참여기업에 컨설팅 및 단축 지원금, 근태관리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데요.
이후 노동생산성·직무만족도 등 44개 세부지표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분석하고, 우수사례를 발굴해 정책을 확산할 방침입니다.
또 분석결과를 통해 적정 노동시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필요시 전국 확대가 필요할 경우 제도 개선을 중앙정부에 건의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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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한다. 주 4.5일제!] ① ‘경기도형 4.5일제’ 출항...김동연 지사 “국민의 일주일을 바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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