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파빌리온 도서관은 한때 쇠락했던 유원지를 예술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nyang Public Art Project, APAP)의 일환으로 탄생한, 국내 최초의 공공예술도서관입니다.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예술과 사색이 공존하는 이곳은, 방문하는 순간부터 이미 하나의 작품 속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선물합니다.

20세기 건축 거장의 손끝에서 태어난 공간

안양 파빌리온은 포르투갈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설계한 조형예술 건축물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그의 디자인이 적용된 건물입니다.

한때 그의 이름을 따 ‘알바로 시자 홀’이라 불리던 이곳은, 지금은 ‘안양 파빌리온’이라는 이름 아래 예술과 건축의 조화를 담은 특별한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이 건물은 자연환경 속에 스며들 듯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같은 형태로 보이지 않는 독특한 구조와 기하학적인 선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시적인 감동을 전해줍니다.

2005년 안양시가 추진한 APAP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내외 예술가들의 조형작품 90여 점과 함께 건립된 이곳은 도시 속 공공예술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도서관, 그 이상의 경험

안양 파빌리온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거나 읽는 곳이 아닙니다.

넓은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안양예술공원의 풍경 속에서 책장을 넘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곳곳에 설치된 공공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작품해설사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며 예술작품을 둘러보는 ‘APAP 작품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되어, 도서관의 경험이 한층 확장됩니다.

내부로 들어서면 마치 전시장이나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국내 유일의 공공예술 전문 도서관답게, 예술서적뿐 아니라 작가들이 작품을 구상하며 참고했던 자료와 영상도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예술이 깃든 공간, 시민이 만든 서가

이곳의 서재인 ‘무문관(無門館)’에는 약 2,000여 권의 도서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책장과 보관함은 한국의 전통 수납가구를 모티브로 제작되었으며, 안양 시민들이 기증한 가구를 활용해 만들어졌습니다.

거푸집 합판으로 만든 움직이는 벽과 자개장, 그리고 그 뒤편에 자리한 영상 아카이브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자 공동체의 기록임을 보여줍니다.

건물 자체가 예술인 도서관

파빌리온 도서관은 ‘건물 자체가 예술’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곡선이 살아 있는 콘크리트 벽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길게 뻗은 반구형 건물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도서관 안쪽에는 건축가 신혜원의 작품인 원형 벤치가 자리하고 있는데, 골판지를 재료로 한 지름 7.2m의 구조물로, 이용객이 편안히 기대거나 누워 책을 읽을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겉은 종이이지만, 생각보다 견고하고 따뜻한 질감이 매력적입니다.

공공예술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내부 시설 또한 하나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책을 읽는 모습, 종이로 만들어진 서가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곳만의 풍경을 완성합니다.

서가 뒤편에는 공공예술 관련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컴퓨터가 마련되어 있으며, 역대 APAP 프로젝트의 기록도 함께 열람할 수 있습니다.

예술 속에서 책장을 넘기다

안양 파빌리온 도서관은 예술과 건축,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공간입니다.

자연 속에서 산책하고, 작품을 감상하며,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순간, 모든 시간이 예술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건축이나 디자인에 관심 있는 분들, 혹은 일상의 도서관과는 다른 감각적인 공간을 찾는 분들에게는 잔잔하지만 깊은 영감을 주는 쉼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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