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이 먼저 시작되는 경기. @ 경기도청
겨울밤은 유난히 조용합니다. 눈앞에 하얗게 숨결이 번질 때면, 더 추워지는 느낌에 따뜻한 것을 찾고 싶어집니다. 어디선가 은은하게 퍼지는 술 향기처럼 말이죠.
최근 몇 년 사이 양조장은 지역 주민과 여행객 모두의 발걸음을 끌어모으며 새로운 문화 사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술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배움과 체험의 공간이며 때로는 새로운 경험을 나누는 장소로 변화한 것이죠.
주말이면 막걸리, 맥주, 와인 등을 현장에서 맛보거나 직접 술을 빚기위해 양조장을 찾는 여행자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도 양조장은 고향의 맛과 분위기를 담은 특별한 공간이 됐습니다.
한층 차가워진 겨울밤, 술 향기가 그리운 계절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한 잔의 술은 오래도록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될텐데요. 따뜻한 시간을 찾고 있다면, 경기도 곳곳의 양조장과 술 체험장으로 겨울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경주 APEC 공식 만찬주 ‘안산 그랑꼬또 와이너리’

안산 그랑꼬또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적당한 습도와 큰 일교차로 당도도 높다. 그 포도로 만들어진 ‘청수 와인’은 2025년 경주 APEC 공식 만찬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 경기관광공사 출처
대부도의 바닷바람이 1년 내내 포도를 쓰다듬는 언덕 위, 그랑꼬또 와이너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닷바람 덕분에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적당한 습도와 큰 일교차로 당도도 높습니다. 와이너리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공간이 두 갈래로 나뉩니다. 왼쪽에는 전시와 체험 공간이, 오른쪽에는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고 직접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존이 있습니다.
그랑꼬또의 ‘청수 와인’은 2025년 경주 APEC 공식 만찬주로 선정됐습니다. 각국 정상들의 식탁에 올랐다는 건, 그 맛을 세계의 손님들에게 내놓을 정도로 인정받은 셈입니다. 청수 와인은 적절한 산미와 당도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부도 여러 농가의 청수 포도를 사용한 평소와 달리, 만찬주 버전의 청수 와인은 와이너리에서 직접 재배한 청수 포도만 사용해서 만든 단일품종 와인입니다.
와이너리 투어는 30여 분 정도로 포도가 와인이 되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갑니다. 이후 테이스팅 시간이 이어지는데 청수, 로제 등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와인 중에서 세 가지를 시음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시음 대신 머그컵 만들기나 와인병 꾸미기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나만의 머그컵을 만들고 와인병을 알록달록 꾸미다 보면 20~30분이 훌쩍 흘러버립니다. 가족·연인·친구 누구와 가도 만족할 만한 ‘따뜻한 겨울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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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뻐꾹산길 107
운영시간: 월~금 09:00~18:00, 토요일 10:00~18:00, 점심시간 12:00~13:00(일요일 휴무)
이용요금: 와인 테이스팅 10,000원, 와이너리 견학 및 테이스팅 20,000원, 머그컵 or 와인병 꾸미기 10,000원
누리집: https://www.grandcoteau.co.kr
문의: 032-886-9873 |
무한 시음이 가능한 ‘포천 산사원’

포천 산사원에서는 우리 전통주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장과 산사원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주류들을 맛볼 수 있는 시음장, 항아리 수 백개가 전시된 ‘세월랑’ 등을 만나볼 수 있다. @ 경기관광공사 출처
원통산 남서쪽 기슭에 자리한 산사원에 들어서면, 먼저 마음이 잠잠해집니다. 양조장에 왔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고요한 분위기에 사찰에 방문한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인데요.
공간은 내부 전시장과 외부 전시장으로 나뉘며, 내부 전시장은 우리 전통주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이 빼곡이 채워져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각종 규제 등으로 전통주는 어려움을 겪다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부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수십 종류의 전통주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전시를 보며 내려가다 보면 시음장이 나옵니다. 산사원을 운영하는 배상면주가에서 생산하는 막걸리, 과실주, 증류주 등 무려 20여 가지가 넘는 주류를 제한 없이 시음할 수 있습니다. 다른 주류를 맛볼 때마다 개인 컵을 세척할 수 있도록 물과 퇴수대까지 마련한 세심함도 돋보입니다. 물론 즐겁게 맛보되 과음은 금물입니다. 성인의 경우 4,000원의 입장료를 내지만, 관람 후 2,000~3,000원 정도의 주류 한 병을 기념품으로 받기 때문에 거의 무료처럼 느껴집니다.
시음장을 나오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어른 가슴 높이의 커다란 항아리 수백 개가 전시된 외부 전시장은 사색의 공간을 연상케 하는데요. 회랑처럼 이어진 건물의 이름도 ‘세월랑’입니다.
세월랑 뒤에는 소쇄원을 모티브로 지은 취선각과 포석정처럼 흐르는 물에 잔을 띄울 수 있도록 설계된 유상곡수도 만날 수 있습니다. 양조장을 둘러보는 시간이 어느새 작은 산책이 되고, 그 산책이 또 하나의 겨울 추억으로 쌓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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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 화동로432번길 25
운영시간: 08:30~17:30(입장 마감 17:00)
이용요금: 성인 4,000원, 미성년자 무료
누리집: https://www.soolsool.co.kr
문의: 0507-1425-9317 |
유자 향으로 겨울을 깨우다 ‘화성 배혜정도가’

배혜정도가에서 생산한 호랑이 유자 생막걸리는 경주 APEC 공식 건배주로 선택되며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 경기관광공사 출처
배혜정도가에서 생산한 호랑이 유자 생막걸리는 경주 APEC 공식 건배주로 선택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각국 정상과 글로벌 CEO들을 위한 만찬에서 사용됐다는 건 그 품질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알코올 도수가 5%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마시기 전, 잔에 가까이 가기만 해도 유자의 상큼한 향이 느껴지고 한 모금 머금으면 달콤함과 산뜻한 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톡 쏘는 탄산감도 일품입니다.
배혜정도가는 위생과 안전을 위해 양조장 내부 투어는 진행하지 않습니다. 대신 양조장 입구에 체험장과 전시장을 마련해 막걸리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놨습니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체험은 막걸리 빚기 딱 한 가지입니다.
체험은 3.6L 담금 용기에 고두밥과 밑술을 섞고 물을 추가하는 1단 담금까지 진행합니다. 이후 집에서 발효를 지켜보며 막걸리를 완성하게 됩니다. 시간이 천천히 익어가는 과정을 직접 확인하는 것도 이 체험의 재미입니다. 체험 후에는 배혜정도가에서 생산하는 주류 4가지를 시음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는 경주 APEC 공식 건배주로 선정된 호랑이 유자 생막걸리도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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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서봉로 835
운영시간: 월~금 08:00~17:00, 토 09:00~12:00, 휴게시간 11:00~12:00(일요일 휴무)
이용요금: 막걸리 빚기 40,000원
누리집: http://www.baedoga.co.kr
문의: 031-354-9376 |
카페 같은 양조장에서 즐기는 겨울 한 모금 ‘가평 술지움’

술지움은 잣을 모티브로 한 특색 있는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곳으로 고급 카페나 와인바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에 세련된 공간으로 꾸며져 있으며, 다양한 체험도 가능한 곳이다. @ 경기관광공사 출처
술지움은 잣을 모티브로 한 특색 있는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곳입니다. 삼각형 지붕이 겹겹이 이어진 모습은 현대적이면서도 독창적인데요. 양조장이라는 사실이 잠시 잊힐 정도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분위기는 더 특별해집니다.
내부는 고급 카페나 와인바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에 세련된 공간으로 꾸며져 있어, 체험을 즐기는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기분이 들뜨게 합니다.
술지움의 매력은 체험프로그램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막걸리뿐만 아니라 증류주와 뱅쇼는 물론이고 모주 체험까지도 가능한데요. 술 만들기 체험뿐 아니라 막걸리 술빵 만들기, 막걸리 비누 만들기 체험으로 가족, 어린이 여행객에게도 추천할 만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막걸리와 증류주 체험으로, 증류주 체험은 양조장에서 생산한 막걸리를 사용합니다.
1L 막걸리를 사용해서 약 150㎖ 증류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증류주가 떨어질 때 치자나 히비스커스 티백을 올려둔다는 점인데요. 치자를 쓰면 노란빛, 히비스커스를 쓰면 붉은빛을 띤 증류주가 만들어져 눈으로도 즐거운 체험으로 변신합니다. 완성된 증류주의 도수는 38~39도 정도입니다.
견학에선 전통주, 과실주, 증류주, 맥주 제조장이 각각 있어 다양한 술의 제조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 아쉽다면 비상시적이지만 교육프로그램에 등록해 술 제조 교육부터 소시지 만들기 과정까지 배울 수 있습니다.
술지움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술을 만드는 과정’을 넘어서, 새로운 색과 향, 그리고 시간을 함께 빚어내는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겨울 여행 길에 잠시 멈춰 이렇게 한 잔의 시간을 만들어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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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도 가평군 상면 청군로 248
운영시간: 09:00~18:00, 휴게시간 12:00~13:00(월, 일 휴무)
이용요금: 양조장 견학 10,000, 막걸리 체험 30,000원, 증류주 체험 30,000원
누리집: https://www.sooljium.com
문의: 031-582-4780 |
캠핑과 와인 체험이 한 번에 ‘파주 산머루농원’

산머루농원은 와이너리와 캠핑장을 함께 운영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와인 체험과 자연 속 캠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경기관광공사 출처
산머루농원은 와이너리와 캠핑장을 함께 운영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와인 체험과 자연 속 캠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산머루농원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모두 머루 와인입니다.
1970년대부터 이어져 온 머루 재배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는 ‘감악산 머루주’라는 이름의 과실주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곳을 찾으면 단순한 농원을 넘어, 한 세대 이상 쌓아온 전통 위에서 만들어진 ‘머루 향기 가득한 경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산머루농원의 저장고에 들어서면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유럽의 오래된 와이너리에서 보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기 때문인데요. 저장고에는 3단 높이로 쌓아놓은 오크통이 가득합니다. 저마다 이름표처럼 용량과 날짜가 적혀 있어 묵직한 시간이 켜켜이 쌓인 느낌을 줍니다. 와이너리 체험은 이 저장고는 물론이고 실제 생산 시설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어 머루가 와인으로 변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농원의 인기 프로그램은 ‘나만의 와인 만들기’로 이미 생산된 머루 와인을 병에 담고 라벨을 직접 만들어 붙이는 체험입니다.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선물용으로 특별한 문구를 넣어 라벨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머루와인 만들기는 머루 생산 시기에만 체험이 가능하지만 시기를 맞춰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체험입니다.
와이너리 옆 캠핑장은 무려 40개의 사이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캠핑장 뒤로는 파주의 명산 감악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풍경을 바꾸며 캠퍼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와인체험을 하고 밤에는 캠프파이어 불빛 아래에서 머루와인을 한 잔 나누며 하루를 채워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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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객현리 67-1
운영시간: 09:00~18:00
이용요금: 와이너리 투어 5,000원, 나만의 와인 만들기 19,000원, 머루와인 만들기 35,000원(캠핑장 이용료 별도)
누리집: http://seowoosuk.co.kr
문의: 031-958-4558 |
귀촌 양조인의 결실 ‘양평 맑은술도가’

양평 맑은술도가는 한적한 곳에 자리한 양조장과는 달리 일반 가게의 모습을 띄고 있는 독특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겨울국화로 만든 양평 명품 막걸리 ‘겨울아이 동국이’를 생산해내고 있다. @ 경기관광공사 출처
처음 맑은술도가 양조장을 찾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도로 옆 상가에 ‘용문산 양조장 양평맑은술도가’라는 간판이 걸려 있기 때문인데요.
양조장 하면 으레 떠올리는 시골 한적한 곳이나 오래된 건물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양조장이 맞나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곳은 양평의 명품 막걸리로 자리 잡은 ‘겨울아이 동국이’를 생산하는 정식 양조장이란 사실!
양조장 대표는 귀촌인으로, 막걸리를 빚고 싶은 마음 하나로 2019년 양평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곳의 대표 술인 ‘동국’은 사람 이름이 아니고 겨울 국화를 뜻합니다.
지금의 동국이는 무려 2년여의 시행착오를 거쳐 태어났으며, 동국이에 사용된 겨울국화는 일반 국화보다 향이 진해서 막걸리와 매우 잘 어울리며 동국이 특유의 은은하고 진한 향을 만드는 핵심 재료이기도 합니다.
동국이의 입소문이 국경을 넘은 덕분에 외국에서도 체험자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단체 체험객이 늘자, 2025년 초에는 지금의 양조장에서 차량으로 15분가량 떨어진 덕촌리에 새로운 양조장을 지었습니다. 아직 정식 준공은 되지 않았지만 하우스로 만든 체험장은 이미 많은 여행자들이 다녀가며 새 양조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양조장 앞에는 대표가 직접 핑크뮬리도 심고 가꾸며 사진 명소로도 알려졌는데요. 도심 속 상가처럼 보이는 외관 뒤에, 이렇게 깊은 향과 긴 시간을 품은 양조장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맑은술도가만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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