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박물관 입구 ⓒ 원해솔 기자
경기도박물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마련된
특별전 《성파선예: 성파스님의 예술세계》는
전통 재료인 ‘옻’을 통해 한국적 미감과
수행 정신을 현대적으로 풀어온
성파스님의 작업 세계를 조명하는 자리입니다.
수행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전통과 현대,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사유하게 하는 작업은
박물관이 지향해 온 ‘전통문화의 계승과 확장’이라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깨달음·자유·공존 같은
가치들을 예술로 풀어낸 전시라
30주년이라는 상징적 시점 위에
의미를 더하는 자리로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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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坡禪藝 성파선예: 성파스님의 예술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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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26.02.10.(화)~2026.05.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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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경기도박물관 전시마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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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
오전 10시~오후 18시 (입장 마감: 관람 종료 40분 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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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
무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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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품 |
옻칠 회화, 도자 불상, 서예 작품 등 150여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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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坡禪藝 성파선예: 성파스님의 예술세계》 연계 경기도박물관 인문학 강좌 ‘박물관대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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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
주제 |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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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목) 14:00 |
성파스님의 수행과 창작: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
김한수(조선일보 종교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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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목) 14:00 |
성파, 통도 그리고 우리 그림 |
정종미(한국화가, 재료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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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목)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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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파스님의 다락방 |
노성환(울산대학교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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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목) 14:00 |
성파선예관 건축과 개관전을 준비하며 |
윤재갑(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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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목) 14:00 |
[작가와의 대화] 금강스님 묻고 성파스님 답하다 |
진행: 금강스님(중앙승가대학교 교수)
성파스님(대한불교 조계종 종정) |
제1부 영겁 永劫 - 아득하고 먼
우주의 시작 같은 아득한 시간을 담은 공간

서운암 삼천불전 도자 불상 ⓒ 원해솔 기자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든 건
수많은 불상이었습니다.
통도사 서운암 삼천불전의
도자 불상 일부를 옮겨와 거울 연출로
공간을 확장해 둔 전시였는데요.
겹겹이 이어진 형상 덕분에
삼천불전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륵존 ⓒ 원해솔 기자
고요한 어둠 속에 미륵존이 놓여 있습니다.
별빛 같은 배경 위로 번지는
온화한 미소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적인 공간과 부드러운 표정이 대비되며
영겁의 시간성을 조용히 드러냅니다.

미륵존 뒤편 옻칠 회화 작품들 ⓒ 원해솔 기자
미륵존 뒤편에는 옻칠 회화
작품들이 이어집니다.
겹겹이 올린 옻의 층 위로
붉은색과 어두운 색감이 뒤섞이며
마치 우주의 생성과 소멸을
압축해 놓은 듯한 장면을 만듭니다.
빛을 머금은 표면 질감 덕분에
회화라기보다 ‘시간이 굳은 물성’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마음心 ⓒ 원해솔 기자
성파스님이 옻칠 작업을 이어가던 중
화면 위에 자연스럽게
‘心’ 자가 떠올랐다는 작품.
의도해 쓴 글자가 아니라
수행의 흐름 속에서
스며 나온 흔적이라고 합니다.
강렬한 색의 파편들과 번짐 사이로
마음의 형상이 또렷하게 자리합니다.
2부 물아불이 物我不二 - 니가 내다
나와 대상, 인간과 사물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보여주는 공간

수조 속 옻칠 회화 ⓒ 원해솔 기자
옻칠 회화 작품 6점이
6미터 수조 속에 담겨
수중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옻의 강한 물성과
흐르는 물결이 만나 회화가
‘풍경’처럼 살아 움직입니다.
빛과 물결에 따라 우주처럼 보이기도,
꽃처럼 번지기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부 문자반야 文字般若 - 글자 너머
글자를 읽는 지혜를 넘어, 뜻을 마음으로 체득하는 공간

수조 속 옻칠 회화 ⓒ 원해솔 기자
검은 옻판 위에 반야심경을
옻칠로 새긴 작품입니다.
어둠 속에서 글자만 은은하게 떠오르듯 빛나며
경전을 ‘읽는다’기보다 마주하게 됩니다.
확대해 보면 옻이 흩뿌려진 질감 위로
또렷하게 도드라진 글자 획들이 인상적인데요.
의미를 해석하기보다, 글자의 존재감
자체가 먼저 다가옵니다.
4부 일체유심조 切唯心造 - 마음대로
생각을 비운 자리에서, 손이 이끄는 대로 그려낸 옻칠의 자유로운 유희

알록달록한 옻칠 회화들 ⓒ 원해솔 기자
알록달록한 색과 기하학적인 무늬가
가득한 옻칠 회화들.
무언가를 그리려 했다기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고
색이 따라온 느낌이었습니다.
스님은 옻칠을 하는 순간
다른 생각이 모두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의도보다 몰입, 계획보다 흐름.
옻과 하나가 된 상태에서
터져 나온 작업들이라고 합니다.

옻 염색 천과 작품들 ⓒ 원해솔 기자
천장 가득 펼쳐진 옻 염색 천이
부드럽게 흐르고, 그 아래에는 알록달록한
옻칠 회화들이 마주 서 있었습니다.
고정된 틀 없이 색과 천이
공간을 채우는 모습이
전시장 안에서도 가장 자유로운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성파스님의 말씀들 ⓒ 원해솔 기자
전시장 곳곳에는 작품 설명을 넘어
성파스님의 예술관이 담긴 글들이
함께 소개되고 있습니다.
“예술은 억지가 아닌
삶의 발자취입니다.”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 속에서 저절로 쌓여가는 흔적이라는 말.
재료와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망설임 없이 배우고 도전하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했던 수행자의 태도가
작품보다 먼저 마음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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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정 성파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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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경남 합천 출생
▪ 1960년 통도사에서 출가, 월하스님 은사로 사미계 수지
▪ 1981~1985년 통도사 주지 역임, 성보박물관 설립 등 전통문화 보존 기반 마련
▪ 2018년 통도사 방장 추대
▪ 2021년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추대
☞ 성파스님은 수행자이면서도
옻칠 회화·도자·서예 등 전통 재료를
바탕으로 한 예술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분입니다.
통도사 서운암에 머물며 하루도 쉬지 않고
직접 옻을 다듬고 흙을 빚으며
근면한 수행의 시간을 작품으로 쌓아오셨습니다.
3천 개의 도자 불상과 16만 도자 대장경 조성은
오랜 정진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종정이라는 상징적 지위와 달리
대중에게는 늘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다가섰으며,
일상 속 수행자의 태도를 예술로 보여주는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